정현욱 데려왔는데.. 공은 누가 받나?

안승호 기자 2012. 11. 26. 0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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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정현욱 공은 누가 받습니까?"

LG가 FA(자유계약선수) 시장에서 오른손 투수 정현욱을 야심차게 영입하고 며칠이 흐른 지난 주중. 수도권의 한 구단 관계자는 "그런데 새로 데려온 투수 공을 받을 포수는 있는 건가요"라며 농담하듯 물었다. 웃자고 한 얘기지만 LG 관계자들이 들었다면 쇠꼬챙이로 찔린듯 아파할 말이었다.

어찌 보면 완전히 틀린 얘기도 아니었다. 1년 전, FA 시장에서 주전 포수 조인성(SK)이 떠나고 백업포수 가운데 가장 많이 출전했던 김태군이 NC 특별지명으로 이적하면서 안방이 휑해졌다. 지금 LG에는 포수진 정비만큼 시급한 과제도 없다. LG는 어떤 답을 내놓을까.

트레이드설도 돈다. LG가 1군에서 요긴하게 쓸 수 있는 포수 영입을 시도한다는 소문이다. 그러나 트레이드는 장담할 수 없어 전력 보강책이 아니다.

▲김태군 NC행으로 LG 안방마님 공백윤요섭·조윤준·김재민 등 눈도장 받기 위해 구슬땀

한 시즌을 치르기 위해서는 1군에서 뛸 포수가 적어도 3명은 필요하다. LG 마무리 캠프에는 올해 1군 포수로 경험을 쌓은 윤요섭(30)과 신인으로 한해를 보낸 조윤준(23), 그리고 내년 대졸 신인 김재민(21)이 가세해있다. 부족분이 선명히 보인다.

LG 김정민 배터리코치는 '희망' 한가지를 얘기했다. "선수들이 '지금이 기회다'는 생각으로 훈련에 독하게 덤벼들기 시작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김 코치가 흐뭇해하는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 쉬는 날, 포수끼리 훈련하러 나가는 횟수가 잦아졌다. 오후 훈련을 마치고 숙소로 돌아오는 버스에 포수 3명만 타지 않고 따로 나머지 훈련을 하는 일도 일상이 됐다. 저녁식사를 위해 숙소를 오가는 시간도 아까워 간단히 음식을 시켜먹고 또 뛰는 포수들만의 훈련이 생겼다.

어쩌면 LG의 '포수 만들기'는 이제 긴 터널을 통과하고 있다. LG는 지난 시즌 중 윤요섭과 김태군 등을 놓고 주전 포수로 자질 시험을 했다.

결과는 조금 의외였다. 그 중 '공격형 포수'로 꼽힌 윤요섭은 포수로 선발 출전한 경기에서 눈에 띄게 타율이 떨어지는 현상을 보였다. 상대적으로 '포수 방어율'은 괜찮은 편이었다. 포수로서는 가능성을 보인 것이었다.

윤요섭은 포수로 선발 출전한 경기에서 17승20패로 승률 5할을 채우지 못했다. 그러나 안방을 지켰을 때 방어율 3.75를 기록하며 각팀 주전포수에 모자람 없는 수치를 보였다. 경기수가 늘어났을 때 그만한 '포수 방어율'을 유지하는 것이 윤요섭의 숙제다. 포수로 뛰면서 공격력을 유지할 수 있는 체력과 집중력까지 기른다면 금상첨화다.

기술적으로는 가장 약했던 블로킹에 많은 시간을 투자하고 있다. 윤요섭은 마스크를 쓴 302이닝 동안 기록된 투수의 폭투가 18개로 조금 많은 편이었다. 통계치를 내기에 출전 횟수가 모자란 조윤준도 썩 좋은 편은 아니었다. 폭투 대부분은 투수의 원바운드볼 피칭에 따른 것이다.

김 코치는 "주자를 3루에 두고 투수들이 낮은 변화구를 자신있게 던지게 하려면 포수 블로킹 능력이 따라줘야한다. 이번 캠프에서 포수들 모두 받는 자세가 상당히 좋아졌다"고 말했다.

여러 사례를 놓고 볼배합 능력도 업그레이드해가고 있다.

5월13일 잠실 삼성전, 2-0이던 6회 구원 등판해 위기를 막은 최성훈은 7회 1사 1·2루에서 대타 진갑용에게 변화구를 던지다 2타점짜리 좌중간 동점 2루타를 맞았다. 7회 들어 변화구 비율을 80% 정도로 높여 승부하던 최성훈의 피칭 패턴이 베테랑 진갑용에게 그대로 읽혔다.

6월22일 잠실 롯데전에서는 5-3이던 9회 마무리 봉중근이 전준우와 김주찬을 쉽게 잡아낸 뒤 2사 후 왼손 타자 손아섭에게 느린 직구를 무심코 던지다 안타를 맞았고, 곧바로 강민호에게 동점 2점홈런을 허용했다.

김 코치는 "한숨 돌리며 쉽게 던진 공 1개가 승부를 어떻게 바꿔놓는지 공부하고 있다. 다른 건 몰라도 포수들이 여기 와서 자신감을 갖고 희망을 찾아가는 모습이 확실히 보인다"고 말했다.

<안승호 기자 siwo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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