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인의 기수단' 너무도 컸던 박태환 빈자리

스포츠 2014. 10. 5. 0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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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일리안 스포츠 = 김윤일 기자]

16일간 아시아 전역을 뜨겁게 달궜던 '2014 인천 아시안게임'이 4일 폐회식을 끝으로 막을 내렸다.

한국은 이번 대회에서 금79, 은71, 동84 등 234개의 메달을 수확했다. 1998년 방콕 대회 이후 무려 5회 연속 2위라는 만족스러운 성적표다.

물론 경기 외적으로는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대회다. 미숙한 경기 운영, 불 꺼진 성화, 자원봉사자와의 소통 부재, 무엇보다 대회 시작을 알리는 개회식부터 '한류 콘서트'라는 비아냥거림을 듣는 등 하루가 멀다 하고 구설에 시달렸다.

이를 의식한 듯 개·폐회식의 연출을 맡았던 임권택 총감독과 장진 예술 감독은 이번 폐회식에 한국의 멋과 인천의 개성을 알리는데 주력한 모습이었다. 폐회식의 주제 역시 '아시아는 인천을 기억할 것입니다'였다.

나무랄 데 없는 폐회식이었다. 비록 개막식에 비해 화려함은 부족했지만 차분하면서도 신명나는 무대가 이어졌다. 그동안 땀방울을 흘렸던 각국 선수들이 한데 뒤엉켜 웃음꽃을 피운 장면도 인상적이었다.

다만 아쉬운 점 하나만 꼽자면 바로 태극기를 들고 나온 8인의 기수단 구성이었다. 2부 첫 순서였던 개최국 국기 입장에서 손연재, 임창우, 여호수아, 조호성, 이나영, 이특영, 김민지, 이대훈 등 8명이 태극기를 맞잡고 입장했다.

손연재는 한국 역사상 첫 리듬체조 금메달을 따냈고, 임창우는 남자축구 결승전에서 결승골을 터뜨린 스타다. 28년 만에 남자 육상 단거리서 메달을 목에 건 여호수아, 사이클 남자 옴니엄 은메달리스트 조호성, '볼링 4관왕' 이나영, 양궁 리커즈 단체전 금메달리스트 이특영, 사격 여자 스키트 개인전 금메달리스트 김민지, 태권도 대회 2연패 이대훈 등 각자의 종목에서 영롱이 빛났다. 이들 모두 기수단으로 선정되기에 부족함 없는 선수들이었다.

하지만 이 가운데 한국 수영 영웅 박태환이 빠져 적지 않은 아쉬움을 남겼다. 박태환이 누구인가. 2006 도하 아시안게임 3관왕으로 대회 MVP를 차지한데 이어 2008 베이징 올림픽에서는 남자 자유형 400m 금메달을 따냈다. 2010 광저우 대회에서도 3연패를 차지한 아시아 최고의 스포츠 스타가 박태환이다.

박태환은 이번 대회에서 금메달을 단 하나도 목에 걸지 못했다. 경쟁자였던 쑨양, 하기노 고스케의 기량이 일취월장한 반면, 박태환은 뒤처졌다. 선수 본인도 "힘에 부친다"고 말할 정도였다. 25세라는 적지 않은 나이의 박태환도 흐르는 세월을 비켜갈 수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박태환은 경영 종목이 시작된 21일부터 마지막 26일까지 하루도 빠짐없이 자신의 이름을 딴 '문한박태환 수영장'에 모습을 드러냈다. 기량은 예전만 못했지만 출전한 전 종목에서 메달(은1, 동5)을 따내는 기염을 토했다.

이번 대회에서 유독 많은 박수와 찬사를 받은 박태환이다. 대부분의 국민들은 박태환의 금메달이 어려울 것이라고 미리 알고 있었다. 하지만 박태환을 보기 위한 팬들로 가득 찬 박태환수영장은 연일 매진사례를 이뤘다.

일본의 수영 신성 하기노 고스케는 금메달 4개와 은1, 동2개를 가져가며 대회 MVP에 올랐다. 별 중의 별로 거듭난 그의 MVP 수상 소감이 진한 여운을 남긴다.

하기노는 4일 인천 송도 메인프레스센터(MPC)에서 열린 '삼성 MVP 어워드' 발표 기자회견에서 "200m 자유형에서 금메달을 땄을 때 박태환이 축하를 해줬는데 그의 인품을 잘 느낄 수 있었다"며 "박태환의 친절하고 뛰어난 성품에 감사하다. 그와 함께 경기할 수 있어서 즐거웠고 좋은 경험이 됐다"고 말했다.

박태환의 오랜 라이벌 쑨양도 마찬가지다. 쑨양은 400m 혼계영 시상식이 끝난 뒤 경기장을 떠날 채비를 하는 박태환을 축하하기 위해 케이크를 들고 불쑥 등장했다. 다음날이 박태환 생일이었기 때문이다. 쑨양은 이외에도 각 종목이 끝날 때마다 박태환의 손을 맞잡고 경의를 표했다.

박태환의 가치와 그가 남긴 발자취는 세계 수영계에서도 크게 주목하는 부분 중 하나다. 동양인이라는 신체적 한계와 수영 선수치고는 작은 체구, 무엇보다 열악한 한국 수영 환경에도 불구하고 끝내 최고 자리에 올랐다. 그런 그가 '8인의 기수단'에 포함되지 못한 부분은 여러 모로 아쉽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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