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AG]36년만에 다시 만난 남과 북 '축구, 그 이상의 대결'

이석무 2014. 10. 2. 12:39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한국 축구대표팀 이광종 감독. 사진=뉴시스

[이데일리 스타in 이석무 기자] 한국과 북한이 36년 만에 아시안게임 축구 결승전에서 만났다. 막바지로 접어든 인천아시안게임의 최고 빅매치가 성사됐다. 단순히 축구 이상의 의미가 담긴 중요한 일전이다.

이광종 감독이 이끄는 대표팀은 2일 오후 8시 인천 문학경기장에서 열리는 2014 인천아시안게임 남자 축구 결승에서 북한과 금메달을 놓고 다툰다.

한국과 북한이 아시안게임 결승에서 맞붙은 것은 1978년 방콕 대회에서 한 차례 있었다. 한국은 준결승 리그에서 3승무패, 북한은 2승1패로 각 조 1위를 차지해 결승에서 맞붙었다.

당시 한국은 차범근, 허정무, 김호곤 등 호화멤버를 자랑했다. 하지만 북한에 절대로 져서는 안 된다는 부담감이 발목을 잡았다. 이는 북한도 마찬가지였다. 결국 두 팀 모두 골문을 지키는 데 주력하다가 연장전 끝에 득점 없이 무승부를 기록했다.그때만 해도도 아시안게임에 승부차기 규정이 없었다. 결국 한국과 북한은 사이좋게 금메달을 차지했다.

당시 주장을 맡았던 김호곤 전 울산 현대 감독은 "커다란 긴장감이 양 팀 선수들의 어깨를 짓눌렀다. 정신적 압박이 컸다. 경기가 끝난 다음에는 남·북 선수들 모두 '차라리 잘 됐다'는 분위기가 있었다"고 당시 분위기를 설명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무승부가 없다. 전·후반 90분에 연장전 30분 동안 우열을 가리지 못하면 승부차기로 금메달의 주인공을 가린다. 경기가 끝나는 순간 어느 한 팀은 승리의 환호성을 지르는 반면, 다른 한 팀은 아쉬움의 패배의 눈물을 흘려야 한다.

한국으로선 북한을 반드시 이겨야 하는 이유가 뚜렷하다. 일단 28년간 이루지 못한 아시안게임 금메달의 한을 풀어야 한다. 한국 축구가 아시안게임에서 마지막 금메달을 목에 건 것은 1986년 서울 대회였다. 이후 한국 축구는 아시아의 맹주로 군림했지만 희한하리만치 아시안게임에선 4강 문턱을 넘지 못했다.

이번 대회는 아시안게임 불운을 씻을 절호의 기회다. 이미 '4강 징크스'는 지난달 30일 열린 4강전에서 태국을 2-0으로 꺾으면서 날려버렸다. 결승전까지 이겨 금메달을 목에 건다면 인천아시안게임 최고의 명장면이 될 것이 틀림없다. 선수들 입장에선 병역 혜택이라는 선물까지 받을 수 있어 더욱 승리가 절실하다.

한국 축구는 최근 잇따라 북한에 패하며 자존심을 구겼다. 16세 이하 남자 대표팀은 지난달 아시아선수권대회 결승에서 북한에게 1-2 역전패를 당해 아쉽게 준우승에 그쳤다. 여자대표팀 역시 인천아시안게임 여자축구 4강전에서 종료 직전 뼈아픈 결승골을 허용해 금메달의 꿈을 접어야 했다. 동생과 누이가 당한 패배를 되갚아야 한다는 책임감도 가슴에 품었다.

북한 역시 금메달이 간절하기는 마찬가지다. 북한은 1990년 베이징 대회 결승전에서 이란에게 승부차기로 져 은메달에 그쳤다. 그리고 24년 만에 아시안게임 결승에 올랐다. 북한 축구는 최근 김정은 국방위원장의 관심과 지원을 등에 업고 실력이 부쩍 올랐다. 한국을 이기고 금메달을 딴다면 정치적인 선전 효과까지 거둘 수 있다.

한국의 이광종 감독과 북한의 윤정수 감독은 이미 한 차례 인연이 있다. 2010년 아시아축구연맹(AFC) U-19 선수권대회 준결승전에서 맞붙었는데 북한이 2-0으로 이겼다. 그 당시 뛰었던 멤버 가운데 최성근(사간도스), 김영욱(전남) 등이 아시안게임 결승전에 다시 나선다.

양 팀 감독의 각오는 어느 때보다 다부지다. 이광종 감독은 "우리는 우승을 목표로 하고 있다"며 "우리 선수들은 확실한 동기부여가 있고, 의욕과 마음가짐, 전력 등 모든 면에서 준비가 잘됐다"면서 승리를 자신했다. 윤정수 북한 감독 역시 "여태까지 보이지 않은 육체적인, 기술적인 모든 것을 다 발휘하겠다"며 "남측이 기술이 있는 팀이지만 우리도 공격이면 공격, 방어면 방어, 상응하게 대처하겠다"고 투지를 불태웠다.

분단의 아픔 속에서 서로 총구를 겨누고 있는 남과 북. 이번 결승전은 단순히 축구 경기 이상의 무거운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다.

이석무 (sports@edaily.co.kr)

Copyright © 이데일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