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G 탁구] '수비의 神' 주세혁, 보는 생활탁구인은 행복했다

스포츠한국미디어 김성태 기자 입력 2014. 10. 1. 06:05 수정 2014. 10. 1. 1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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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한국미디어 김성태 기자] 탁구란 스포츠가 그렇다. 라켓을 잡고 서너번 공을 치다보면 금새 재미가 붙는다.

'만리장성' 중국에 가려 영원한 2인자 종목으로 취급받고 있는 탁구지만, 우리나라에서 탁구를 사랑하는 숨은 애호가들은 곳곳에 숨어있다. 그리고 이들은 전날 열렸던 남자 탁구 단체전의 첫 경기를 목소리 높여 응원했을 것이다.

'맏형' 주세혁(34·삼성생명)을 필두로 한 탁구 남자 대표팀은 9월 30일 오후 수원실내체육관에서 열린 2014 인천 아시안게임 탁구 남자 단체전 결승에서 중국과 대결, 세트스코어 0-3으로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전날 주세혁이 보여준 신기에 가까운 커트는 관중들의 탄성을 자아내기에 충분했다. ⓒAFPBBNews = News1

비록 한 경기도 따내지 못하고 완패했지만, 전날 주세혁이 보여준 단체전 첫 번째 경기는 세계최강 중국을 상대로 전혀 밀리지 않는 멋진 대결이었다.

아시안게임에서 펼쳐지는 탁구 종목은 말 그대로 올림픽과 같은 세계적인 수준. 한국대표팀 역시 세계적인 수준의 강팀이기에 국제무대에세 매번 좋은 성적을 거둔 바 있다. 하지만 번번히 중국의 벽에 막혀 최정상을 차지하지는 못했다.

1986년 서울 아시안게임과 1990년 북경 아시안게임에서 남자 대표팀은 단체전에서 모두 금메달을 따냈다.

하지만 1994년 히로시마 아시안게임부터 2010년 광저우 아시안게임까지 총 5번의 대회에서 모두 결승에 진출했지만, 매번 중국에게 밀리며 5개의 은메달로 아쉬움을 달래야만 했다.

그렇기에 대표팀은 홈에서 열리는 인천 아시안게임에서 반드시 금메달을 따겠다는 필승의 각오를 다짐했다.

전날 첫 경기의 선봉으로 나온 상대는 세계랭킹 3위의 마롱(중국). 세계랭킹에서는 17위로 다소 밀린 주세혁이지만, 1위부터 20위권 이내의 선수들의 실력차는 종이 한 장 차이.

주세혁은 장기인 백핸드 롱커트를 앞세워 마롱의 포핸드 드라이브를 무력화 시킨 뒤, 기회가 찾아오면 강력한 드라이브를 날리며 득점을 따냈다.

하지만 마롱 역시 만만치 않았다. 적재적소에 날리는 긴 드라이브 함께 네트 앞으로 짧게 붙이는 백핸드 푸시를 번갈아 사용, 주세혁의 체력을 최대한 떨어뜨리는데 집중했다.

1세트에서는 4-10에서 5점을 연속으로 얻어내며 9-10까지 추격했지만, 10-11로 아쉽게 패하고 말았다.

2세트 역시 마롱은 주세혁이 커트하기 가장 까다로운 미들 방향으로 드라이브를 연신 날렸고 주세혁 역시 끝까지 따라붙었지만 9-11로 아쉽게 패배.

하지만 3세트에서는 10-10까지 가는 팽팽한 접전 끝에 듀스에서 2점을 연이어 따내며 12-10으로 주세혁 승리.

승부처는 마지막 4세트. 수원실내체육관을 찾은 관중들은 주세혁의 절묘한 커트가 네트를 넘어갈 때마다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또한 마롱의 드라이브가 네트에 걸리면 천장이 날아갈 듯 한 함성소리와 함께 주세혁을 힘차게 응원하기도 했다.

9-6으로 앞서가던 주세혁은 연이어 점수를 내줬고, 결국 9-9 동점이 됐다. 이후 10-10까지 가는 처절한 승부가 이어졌다.

두 선수의 집중력은 최고조에 이르렀고 시소가 오르락내리락 하듯, 한 점씩 번갈아가며 점수를 뽑아냈다. 15-15.

하지만 주세혁의 백핸드 커트가 빗나간 뒤, 회심의 드라이브 역시 마롱의 라켓에 걸리며 결국 15-17로 경기는 종료됐다.

비록 1경기만을 따내며 1-3으로 패배한 주세혁이었지만, 두 선수가 보여준 61분간의 혈투는 탁구라는 스포츠가 얼마나 매력적인지를 확실하게 보여준 순간이었다.

전날 수원실내체육관에는 남자 탁구 단체전을 보기 위해 많은 팬들이 경기장을 찾았다. 김성태 기자

경기 후 주세혁은 ""너무 아쉬운 경기였다. 초반에 리드하다가 두 세트를 놓친 것이 너무 기억에 많이 남았다. 첫 경기에서 제가 이겼다면 우리 선수들도 더 자신감 있게 경기에 임했을텐데 아쉽다"라고 밝혔다.

2003년 파리세계선수권 대회에서 2위를 기록한 그는 2006 도하 아시안게임에서 단체전 은메달, 2010년 광저우 아시안게임에서 단식 동메달을 따내는 등, 국내 최고의 선수로 자리매김했다.

2012 런던올림픽에서 단체전 은메달을 함께 따낸 오상은과 유승민은 아쉽게 은퇴했지만, 그는 여전히 자리를 지키며 대표팀의 맏형으로 제 역할에 충실했다.

결국 실력으로 보여줬다. 중국을 상대로 이길 수 있다는 희망을 주었다. 그리고 탁구라는 스포츠의 재미와 매력을 한껏 느끼게 해준 그를 보며 많은 탁구인들은 다시 한번 행복함을 느꼈다.

아직 우리나라는 중국에 비해 턱없이 모자란 지원과 육성 시스템을 ≠側?있다. 하지만 국내 탁구계 역시 클럽 육성 체제로 전환하며 변화의 조짐이 보이고 있다.

스포츠는 결국 뿌리다. 많은 사람들이 탁구를 더욱 즐기고 관람하는 분위기가 국내에서 이루어져야 세계 2위, 3위를 유지하면서 호시탐탐 중국을 노릴 수 있다.

가능성은 충분하다. 전날과 같은 명승부를 다시 펼칠 수 있는 제 2의 주세혁과 유승민이 하루라도 빨리 나왔으면 하는 바람이다.

스포츠한국미디어 김성태 기자 dkryuji@hankook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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