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든트랙] 지소연, 자신 아닌 여자축구 때문에 울었다

권태정 2014. 9. 30. 1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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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풋볼리스트] 권태정 기자= 여자의 울음이 긴 이유는 그 의미가 복잡 미묘하기 때문이다. 한국 여자축구대표팀 선수들이 흘린 눈물도 그랬다.한국 여자축구대표팀은 29일 저녁 인천 문학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14 인천 아시안게임' 준결승에서 북한에 1-2로 패한 뒤 눈물을 쏟았다. 아쉬운 역전패에 대한 분함, 북한에 대한 설욕 실패도 눈물의 이유였지만 선수들의 눈물에는 승패보다 더 많은 의미가 담겨있다.여자대표팀의 아시안게임 최고 성적은 '2010 광저우 아시안게임'에서의 동메달이다. 이번 대회에서는 사상 최초의 금메달을 목표로 훈련에 매진했다. 남자대표팀처럼 병역혜택이라는 확실한 동기부여가 있는 것도 아니지만 여자 선수들의 의욕은 남달랐다.이번 인천 아시안게임은 국내에서 열리는 대회인 만큼 여자축구에 대한 관심을 끌어올릴 수 있는 기회라는 것이 모든 선수들의 일치된 생각이었다. 심서연(25, 고양대교눈높이)은 "여자대표팀은 남자대표팀에 비해 지원이나 관심이 부족한 게 사실이다. 국제 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내는 것만이 조금이라도 여자축구에 도움이 되는 길"이라고 말했다.심서연의 말대로 여자축구는 남자축구에 비해 늘 소외돼 왔다. WK리그의 영세한 규모는 물론이거니와 대표팀에서도 여자축구는 늘 관심에서 벗어나 있었다. 심서연은 "지난 브라질월드컵 당시 남자대표팀의 화려한 출정식을 보고 놀랐다. '우리도 내년에 월드컵(2015 FIFA 캐나다 여자월드컵) 나갈 때 저렇게 해줄까?'하는 생각이 들었다"며 씁쓸해 하기도 했다.여자대표팀 선수들은 아시안게임 금메달에 한국 여자축구 전체를 대표한다는 사명감과 책임감을 담고 있었다. 전가을(26, 인천현대제철)은 대만과의 8강전을 승리로 이끈 뒤 "홈에서 열린 대회기 때문에 여자축구를 알릴 수 있는 기회다. 꼭 좋은 경기력을 보여주고 싶다. 한국 여자축구가 정신, 실력 모두 많이 성장했다는 것을 보여줄 것"이라며 각오를 다지기도 했다.북한과의 4강전을 위해 그라운드에 들어선 선수들의 표정은 어느 때보다도 비장했다.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승리를 거둔 2005년 이후 매번 넘지 못한 벽인 북한에 대한 강한 설욕 의지가 느껴졌다. 개개인의 승부욕을 가진 운동선수라기보다는 한국 여자축구 전체를 짊어진 모습이었다. 경기 중 보여준 몸을 사리지 않는 투지는 그녀들의 간절함을 보여주기에 충분했다.결과적으로 여자대표팀은 지난 광저우 대회 때의 성적을 넘어서는 데는 실패했다. 하지만 선수들이 보여준 투혼과 열정을 지켜본 이들은 큰 박수를 보냈다. 10월 1일 베트남과의 3, 4위전을 앞둔 한국은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해 동메달로 유종의 미를 거두겠다는 각오다.물론, 한 국제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거둔다고 해서 여자축구에 대한 관심이 갑자기 살아나는 것은 아니다. 지난 2010년 국제축구연맹(FIFA) U-17 여자월드컵에서 우승을 차지했지만 반짝 관심은 그 때뿐이었다. 한국 여자축구의 미래를 위해서는 당장의 좋은 국제 대회 성적을 바라기보다 WK리그와 유소녀축구 등 여자축구 저변 전반의 현실을 돌아봐야 할 것이다. 선수들이 흘린 눈물을 보다 오래 기억해야 하는 이유다.사진= 대한축구협회 풋볼리스트 주요기사[인포G] 女대표, 24년 이어진 북한전 '눈물의 기록주춤한 리버풀, 미뇰레 위상도 '흔들'[히든트랙] 지소연, 자신 아닌 여자축구 때문에 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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