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똥 치우던 황영식, 말 탄 왕자님 됐네

이해준 2014. 9. 24. 0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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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서 마굿간 치우며 고군분투동상 걸려가며 말과 한 몸 훈련한화 김승연 회장 3남 김동선 2위

황영식(24·경기도승마협회). 아시아에서 가장 말을 우아하게 타는 사나이다.

 황영식은 23일 인천 드림파크승마장에서 열린 아시안게임 마장마술 개인전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본선과 결선 점수를 더해 153.286으로 1위를 차지했다. 한화그룹 김승연 회장의 3남 김동선(25·세종시체육회·150.699)을 2.587점 차이로 제쳤다. 이로써 황영식은 2010년 광저우 대회 마장마술 단체전과 개인전 2관왕에 오른데 이어 이번 대회에서도 단체전과 개인전을 석권했다.

 마장마술은 승마의 피겨스케이팅이라 불린다. 연미복에 영국 신사들이 쓰는 모자를 쓰고, 가로 20m·세로 60m의 마장에서 편곡된 음악에 맞춰 평보·속보·구보 등의 동작을 구현해 성적을 매긴다. 근엄한 차림새로 뒤뚱거리는 말을 타고 마장을 이리저리 달리는 모습은 우스꽝스러워 보이기도 한다. 그러나 말을 한 번이라도 타 본 사람은 동작 하나하나에 숨죽여 탄성을 지른다. 500㎏을 넘는 말이 사람과 한 몸을 이룬 듯 완급을 조절하며 앞뒤는 물론 옆걸음까지 치는 모습이 우아하고 아름다워서다.

 농사를 짓는 황호섭 씨는 아들의 여섯번째 생일 때 흰색 망아지를 사줬다. 그게 황영식의 운명이 됐다. 또래 중에는 말 다루는 데 그를 당할 선수가 없었다. 고3이던 2008년 국가대표에 뽑혔고, 그 해 말을 사러 독일에 갔다가 올림픽 마장마술 챔피언인 마틴 샤우트(55)의 눈에 띄어 그가 운영하는 승마 아카데미에 들어갔다. 승마 유학을 간 셈이다.

 황 씨는 "제대로 배우지 못하면 거기서 죽어서 돌아오라"며 아들을 배웅했다. 새벽 5시에 일어나 말밥을 주고, 말똥을 치우며 차근차근 배웠다. 황 씨는 "추운 겨울 날 땀에 흠뻑 젖은 채 스승이 시범 보이는 모습을 지켜보다가 동상에 걸린 적도 있다"고 말했다.

 아시아 정상에 오른 황영식은 6년 후에 열리는 2020년 도쿄 올림픽을 목표로 삼고 있다. 말과 호흡을 맞춰야 하기에 준비 기간이 길 다. 이번에 황영식이 탄 말은 5억 원대다. 황 씨는 "KCC 정몽익 회장의 후원이 있었기에 이렇게 좋은 말을 탈 수 있었다"고 감사해 했다. 하지만 대회에 출전한 말 중에는 이보다 '비싼 분'들도 많다. 올림픽에 출전하는 말은 50억~100억원에 이른다. 황영식의 스승인 마틴 샤우트는 이번 대회에 한국 대표팀의 단기 코치를 맡았다. 샤우트는 " 세계선수권에서도 통할 만한 잠재력이 있다"고 평가했다.

 한편 김동선은 예선 부진을 씻고 결선에서는 77.225로 출전 선수 중 최고 점수를 받았다. 그는 2006년 카타르 대회부터 세 대회 연속 단체전 금메달을 땄지만, 개인전과는 유독 인연이 없었다. 이번에 처음으로 단체전 금메달에 이어 개인전 메달을 목에 걸었다.

글=이해준 기자

사진=정시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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