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득점 38실점' 몰디브, 그녀들이 행복했던 이유

손병하 2014. 9. 22. 1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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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스트 일레븐)

첫 경기(인도전)에서 0-15로 졌다. 두 번째 경기(태국전)에서는 0-10으로 졌다. 그리고 마지막 경기(한국전)에서는 0-13으로 졌다. 세 경기 합계 기록이 '0득점 38실점'이다. 심지어 세 경기에서 슈팅은 단 한 개(인도전)였다. 국제 대회에 참가한 팀 기록이라고 믿기 어려울 정도다. 그러나 그녀들의 도전은 행복했다. 수없이 쓰러지면서도 마지막까지 포기하지 않았다. 몰디브 여자 축구 국가대표팀 얘기다.

2014 인천 아시안게임 여자 축구 A조 조별 라운드가 모두 끝났다. 지난 21일 열린 최종전을 통해 3전 전승을 기록한 한국이 조 1위, 2승 1패를 얻은 태국이 2위, 그리고 인도(3위·1승 2패)와 몰디브(4위·3패)가 그 뒤를 이었다. 이로써 A조에서는 한국과 태국이 8강에 진출했다. 3위 인도는 B조와 C조 결과에 따라 8강 진출 여부가 결정된다.

A조 조별 라운드에서 가장 많은 시선을 끈 팀은 단연 한국이다. 사상 첫 아시안 게임 금메달에 도전하는 윤덕여호는 세 경기에서 28골을 넣고 한 골도 잃지 않는 완벽한 경기력을 선보이며 3전 전승을 거뒀다. 조별 라운드 상대가 워낙 약했으나 계획한 3승을 땄다는 점에서는 박수를 보낼 만하다.

A조에서 한국만큼 시선을 끈 팀이 하나 더 있었다. 바도 몰디브다. 몰디브는 조별 라운드 세 경기에서 3전 전패를 당했다. 물론 꼴찌였다. 세 경기 모두 10골 이상을 허용한 대패였다. 골은 단 하나도 넣지 못했다. 심지어 세 경기 통틀어 몰디브가 때린 슈팅은 인도전에서 나온 한 개가 전부다. 국제 대회에 참가한 나라라고 하기엔 민망할 정도의 성적표다.

그러나 마지막 경기가 끝난 후 몰디브 선수들에게서 좌절하는 모습을 찾아볼 수 없었다. 한국전에서 0-13으로 지며 부끄러운 마지막 경기를 치렀지만 고개 숙이거나 좌절하는 선수가 없었다. 지쳐 쓰러진 선수를 다른 선수가 일으켜 세우면서도 얼굴엔 웃음이 머금어져 있었다. 서로를 격려하며 '경기했다'는 것 자체에 행복해 했다. 경기 후 공식 기자 회견에 임한 아브라힘 할렘 감독의 말에서 그녀들이 대패에도 행복할 수 있었던 이유를 들을 수 있었다.

할렘 감독은 "우리는 한국에 10골 차 이상 대패할 것을 알고 있었다. 한국은 아시아에서 손꼽히는 축구 강국이기 때문이다. 심지어 우리는 축구를 시작한 지도 얼마 안 되는 선수들로 구성돼 있다. 당연히 프로 선수도 없다. 한국전에 나선 선수들 중 6명은 경찰이고, 4명은 군인이다. 그리고 나머지는 정부 기관에서 일한다. 그러니 0-20으로 져도 당연한 일이다"라고 당당하게 말했다.

할렘 감독은 열악한 환경에서 훈련한 몰디브가 아시안게임이란 큰 무대에 출전할 수 있었던 것만으로도 고마운 일이라고 했다. 그리고 자신들은 인천에 이기기 위해 온 게 아니라고 했다. 경험하기 위해 왔으며, 한국처럼 강한 상대와 붙어 경기한다는 것 자체가 기쁘다고 말했다. 할렘 감독의 얘기를 들으니 몰디브 선수들이 왜 대패를 당하고도 표정이 밝았는지 알 것 있었다. 그녀들은 축구를 할 수 있다는 것 자체에 행복했던 것이다.

몰디브 선수들은 한국전에서 수없이 쓰러졌다. 그렇게 강한 몸싸움을 해보지 않았기에 스치기만 해도 넘어졌다. 소나기 슈팅을 온몸으로 막아내야 했던 몰디브 골키퍼는 더했다. 그녀는 10회 가까이 쓰러졌고, 그중 절반은 몰디브 팀 닥터가 달려와야 했을 만큼 힘들어 했다. 그래도 몰디브 선수들은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했다. 그래서 경기 종료를 알리는 휘슬이 울린 후 기쁨의 미소를 지을 수 있었다. 그녀들에게 중요한 건 승패가 아니라 축구한다는 그 자체였기 때문이다.

글=손병하 기자(bluekorea@soccerbest11.co.kr)사진=김재호 기자(jhphoto11@soccerbest11.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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