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안게임> "절망에서 희망으로"..염원 담은 문화공연

2014. 9. 19. 2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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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인의 노래'..담백하지만 다양한 장르 빛나

'아시아인의 노래'…담백하지만 다양한 장르 빛나

(인천=연합뉴스) 송광호 기자 = 막이 오른다 / 문이 열린 / 항구의 뱃고동 소리가 울려 퍼진다 / 달려라 / 뛰어라 / 온 몸으로 던져라 / 온 마음으로 맞서라 / 스러졌다 일어서라 / 아시아의 오랜 역사로 / 아시아의 새로운 우정으로 / 여기 모여 / 아시아의 역사를 새로 여는 날 / 오늘을 노래하라….(고은의 '아시아드의 노래' 中)

전 세계 3분의 2에 해당하는 45억의 인구. 전체 면적의 3분의 1. 가장 높은 봉우리(에베레스트)와 가장 넓은 호수(카스피해)가 자리한 천혜의 입지. 그리고 세계 3대 문명이 발원한 유구한 역사.

한때 찬란한 문명을 꽃피웠지만, 서구의 침략으로 넝마처럼 조각나며 위기를 맞기도 했던 아시아. 2014 인천아시안게임의 하이라이트인 개회식 문화공연은 다시 만나서 하나가 되는 아시아인의 꿈을 담았다. 주제는 '45억의 꿈, 하나 되는 아시아'.

장진 총연출이 "45억 아시아인들이 내는 하나의 소리가 노래가 되고 춤이 되고 꿈이 되는 재미있고 따뜻한 '이야기'를 재현해 보겠다"고 밝힌 것처럼 개회식 문화공연은 절망을 딛고 일어선 '하나 된 아시아'에 초점을 맞췄다.

국내 문학계를 대표하는 고은 시인이 낮게, 하지만 힘있게 읊조리는 시(詩) '아시아드의 노래'로 시작하는 문화공연은 919명의 인천시립합창단과 소프라노 조수미의 등장으로 본격적인 문을 열었다.

화려한 기교와 고음으로 유명한 '밤의 여왕의 아리아' 못지않게 난도 높은 '조수미표 아시아드의 노래'는 냉기를 머금은 초가을 바람 같은 떨림을 선사했다. 고음은 가을 하늘처럼 높았고, 비브라토(Vibrato·기악이나 성악에서 음을 가늘게 떨어서 내는 기법)는 바닷물결처럼 부드러웠다. 이 노래는 고은의 시에 작곡가 김영동이 음을 붙인 곡이다.

인천시립합창단과 어울린 '아리랑'은 한(恨)과 정(情)으로 채워진 우리의 골 깊은 정서를 자극해 '아리랑'에 친숙한 국내 관객뿐 아니라 인천을 찾은 외국인들로부터 많은 박수를 받았다. 조수미는 어깨를 덩실덩실 거리며 '아리랑' 장단에 맞춰서 노래를 불렀다. 풍성한 저음부에서 고음부로 서서히 올라가는 부분에서는 드라마적인 흥분도 느껴졌다.

시와 노래로 채워진 1부 공연이 청각에 의탁했다면 2부 공연은 눈과 귀가 즐거운 '스토리텔링'에 초점을 맞췄다. 연극·영화·방송 등 다채로운 분야에서 활동한 총연출 장진은 자신의 재능을 발휘해 국악, 현대무용, 뮤지컬, 비디오아트, 무성영화 퍼포먼스 등으로 영역을 확장했다. 이 같은 장르적 통섭은 하나 된 아시아를 형식적으로 보여주는 듯했다.

이야기는 하나였던 아시아가 45개국으로 갈라지면서 아시아인들이 깊은 절망에 빠지고, 굴렁쇠 소녀가 이 같은 슬픔에 빠진 아시아인들을 아시아의 중심 '인천'으로 불러들인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아주 오래전의 아시아' '바다를 통해 만나는 아시아' '가족이 되고 친구가 된 아시아' '오늘 만나는 미래, 하나 된 아시아'라는 제목으로 이뤄진 2부 공연은 절망과 희망의 이중주, 나아가 하나 된 미래를 향한 아시아인의 염원을 그렸다.

'아주 오래전의 아시아'는 오색 찬연한 빛깔의 현대 무용으로, '바다를 통해 만나는 아시아'는 옥주현, 정성화 등 뮤지컬 스타들이 노래로 채워졌다.

하이라이트라 할 수 있는 '가족이 되고 친구가 된 아시아'는 삼국시대 백제를 건국한 비류와 인당수에 몸을 던진 효녀 심청의 이야기를 통해 문명의 흐름과 발전을 표현했다.

고대 미추홀(인천의 옛 이름)에 첫발을 내디딘 비류의 이야기로 시작해 1883년 개항 이후 130여 년간, 압축성장 경로를 따라 발전한 인천의 근현대사를 담았다. 우체부(인천우정총국), 전화기(최초의 통신망 경인-인천), 비행기(인천국제공항) 등의 이미지가 무대에 넘실댔다.

인천아시안게임 개회식의 문화공연은 '베이징올림픽'이나 '런던올림픽'처럼 돈이 많이 들어간 블록버스터급의 화려한 공연은 아니었다. 특별한 쇼도 없었다.

그러나 귀빈을 맞으며 고운 빛을 발했던 청사초롱처럼 담백하고, 다양한 장르가 뒤섞였던, 우리만의 미를 뿜어낸 '작지만 강한' 공연이었다.

buff27@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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