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래식 포커스] 아름다운 마침표, 서정원 감독의 눈물 이유는?

한준 2013. 11. 28. 0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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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풋볼리스트=수원] 한준 기자= 수원삼성블루윙즈가 2013시즌 마지막 홈 경기에서 연패의 사슬을 끊고 극적인 승리를 거두며 유종의 미를 거뒀다. 2010시즌 6연패 이후 최악의 행보를 보이며 최근 리그 5연패로 AFC 챔피언스리그 진출권 확보에 실패한 수원은 27일 저녁 전북현대모터스와 리그 39라운드 경기를 치렀다.

올 시즌 수원의 유일한 위안은 관중 동원 1위 기록이다. 올 시즌 안방에서 34만 관중(경기당 평균 18,042명)을 모아 2009년 이후 4년 만에 정상을 차지했다. 최고 인기 구단의 위상을 되찾았다. 하지만 전북전을 찾은 관중 수는 4,000여명에 불과했다. 평일 저녁 경기인데다 영하의 강추위 속에 열린 경기라는 점을 감안해도 수원삼성블루윙즈의 위상에 걸맞지 않은 수치였다.

그러나 수원의 투지는 살아있었다. 그리고 2014시즌에 대한 기대감을 살리는 일에도 성공했다. 후반 추가 시간 종료 직전 염기훈의 프리킥 크로스를 산토스가 헤딩 슈팅으로 마무리하며 결승골을 터트렸다. 1-0 승리로 홈 팬들에게 승리를 선물했다. 무려 50일 만의 승리였다.

경기가 끝나고 수원삼성 선수단은 센터 서클에 도열해 홈 팬들에게 시즌을 마무리하는 인사를 전했다. 12월 1일 인천유나이티드와의 원정 경기가 남아있지만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치른 마지막 경기였기 때문이다. 이 자리에서 서정원 감독은 눈시울을 붉혔다.

서정원 감독은 현역 시절 수원삼성에서 프로 선수로 누릴 수 있는 모든 영광을 맛봤다. 리그 우승, FA컵 우승, 아시아 클럽챔피언십 우승, 아시아 슈퍼컵 우승 등 모든 타이틀을 들어올렸다. 지도자로 맞은 첫 시즌의 첫 술은 배불리 들지 못했다.

서 감독은 짜릿한 승리 후 가진 인터뷰에서 "팬 여러분께 미안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눈물을 흘릴 수 있었던 이유는 미안함이 아닌 벅참이었다. 마지막 홈 경기에서 승리를 거두지 못했다면 고개를 들기 어려웠다. 그러나 시즌 내내 이어진 서 감독의 '배려 리더십'에 반응한 선수들의 투지가 승리라는 결실로 이어졌다.

"선수들이 끝까지 포기하지 않았기에 이길 수 있었다. 많은 것을 느끼고 큰 공부가 됐다. 오히려 바로 좋은 결과를 냈다면 뒷면의 아픔을 몰랐을 것이다."

서 감독은 2014시즌을 바라보며 겸손함 만을 보이지 않았다. 야심도 숨기지 않았다. "올해 아무 것도 드리지 못했다. 내년에는 올해 갖지 못한 모든 것을 가져오겠다." 실패가 성공의 어머니다. 실패는 마침표를 찍지 않았다면 성공으로 가는 과정일 뿐이다. 서 감독의 눈물에 담긴 의미다.

"겨울에 더 잘 준비하겠다. 경기장에 오면 축구가 정말 재미있다는 모습으로 만들겠다." 성적에 집착하지 않고, 철학에만 집착하지도 않는다. 서 감독은 팬들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올 시즌을 거치며 더욱 뼈저리게 느꼈다. 다음 시즌 서 감독은 환희의 눈물을 고대하고 있다.

사진=티브로드 수원 캡쳐/수원삼성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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