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나지 않은 박은선 사태 下' 서정호 감독, "총사퇴만이 정답이다"

입력 2013. 11. 22. 14:57 수정 2013. 11. 22. 14: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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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경닷컴 MK스포츠 임성일 기자] 박은선은 사태가 불거진 뒤 자신의 SNS를 통해 "한 가정의 딸로 태어나서 28살이 됐는데, 절 모르는 분들도 아니고 저한테 웃으면서 인사해 주시고 걱정해주셨던 분들이 이렇게 저를 죽이려고 드는 게 마음이 아프다"고 토로했다. 밖에서 지켜보던 많은 이들도 마음이 아팠다. '선생님'이라 부르던 이들에게 모질게도 배신을 당한 이유가 결국 성적 때문이라는 게 상식선에서 이해하기 어렵다. 이런 반응에 서 감독은, 사실 박은선은 희생양이라는 설명을 전했다. 서울시청과 자기 자신을 향한 시기와 질투가 포함된 일이라는 뜻이다.

서 감독은 "승패와 성적이 감독들에게는 멍에다. 그것에 따라 재계약이 결정된다. 밥줄이다. 그런 상황에서 돈도 안 쓰고 외국인 선수도 없는 서울시청보다 성적이 나쁘니 애가 탔을 것"이라는 이면의 배경을 드러냈다. 서울시청은 가난한 구단이다. 내년 예산은 14억원 정도에서 책정될 것이라 한다. 다른 팀은 2배 이상을 쓴다고 했다. 35억원을 쓰는 팀도 있다고 했다. 서정호 감독은 "지난 겨울 감독들끼리 평가에서 서울시청은 꼴등이었다. 내 처지를 걱정하는 감독들도 있었다. 그런데 이렇게 잘할 줄 몰랐을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올해보다 내년을 더 두려워한다"면서 "결국 서울시청 죽이기와 서정호 죽이기가 병행된 사건이다. 박은선을 빌미로 터진 것이지, 이미 곪아 있었던 것"이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대표팀 핑계'도 어불성설이라는 반응이다. 문제가 없다면, 능력이 뛰어난 선수가 왜 대표팀에 발탁되지 않고 있느냐는 것이 6개 구단 감독들이 내세우는 '명분'이다. 서정호 감독은 "고등학교 시절부터 대표팀에서 뛰었고, 올림픽 등 국제대회도 출전했던 선수다. 한동안 발탁되지 않은 것은 무단이탈이 잦았기 때문이다. 선수가 없는데 어떻게 대표팀에서 뽑냐"면서 "그간 국제대회를 치르면서 한 번도 다른 이유로 문제가 된 적이 없다"고 반박했다.

이어 "최근만 살펴보자. 서울시청에 합류했던 2012년에는 2월 밖에 대표팀 일정(중국 4개국 친선대회, 키프러스컵)이 없었는데, 이때 박은선은 정상적인 몸 상태가 아니었다. 2011년 12월 무릎 수술을 받은 뒤 재활 중이었다. 그 뒤로 2012년에는 대표팀 소집이 없었다. 그리고 2013년이 됐다. 올해는 내가 윤덕여 대표팀 감독에게 부탁했다. 이제 겨우 안정을 취하는 상황이니 좀 더 여유를 줬으면 좋겠다고 제안한 적은 있다. 물론 그것이 박은선을 발탁하지 않은 모든 이유는 아닐 것이다. 선수를 뽑는 것은 대표팀 감독의 고유권한"이라는 말로 다른 감독들의 '지적'은 타당하지 않다는 설명을 전했다.

서 감독은 "그들의 논리가 맞다면, WK리그에서 뛰고 있으나 대표팀에 뽑히지 않고 있는 대다수의 선수들 모두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야하는 것인가"며 성토했다. 다른 감독들이 문제를 너무 간단하게 생각했다는 답답함과 함께 "아무렇지 않게 던진 돌이 부메랑이 되어서 자신들한테 돌아오고 있다는 것을 후회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일은 벌어졌고, 그 일로 인해 상처 받은 사람이 생겼다. 어지간한 크기의 상처도 아니다. 사회적 파장이 컸던 일이다. 다행이라는 표현도 조심스럽지만, 일단 박은선은 예전처럼 방황에 길로 빠지진 않고 있다.

서 감독은 "은선이에게 부상이든 지금과 같은 시기의 목소리든, 원치 않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는 게 세상살이라는 조언을 해줬다. 할 수 있을 때 일을 해야지 하고 싶어도 할 수 없을 때가 온다고 말해줬다. 지금껏 하고 싶은 대로 살면서 느낀 후회를 생각하면서 한쪽 귀로 흘려듣고 네가 무엇을 할 것인지만 생각해라고 충고했다. 고맙게도 잘 받아들이더라"는 상황을 전해주었다. 많은 풍파 속에서 꽤 성숙해졌다. 하지만, 성숙해진 것과 지켜보고 있는 것은 별개라고 선을 그었다. 4명의 감독에 대한 박은선의 관심은 지속적이라고 덧붙였다.

사태 이후 인권위원회에서 나온 조사관이 박은선에게 어떤 도움이 필요하냐고 묻자 "앞으로 어떻게 그분들을 볼 수 있을지 모르겠다. 운동장에서 또 볼 자신이 없다"는 대답이 나왔다고 한다. 책임을 원한 것이다. 그 책임은 '사퇴'였다.

서정호 감독은 "아직은 진행과정을 지켜보고 있다. 확실한 것은 일이 그냥 덮어지지는 않을 것이라는 것이다. 만약 그대로 덮어지길 원한다면, 고소할 것"이라면서 "박은선 가족과 구단의 입장은 납득할 수 있는 책임이다. 그 책임은 결국 사퇴하는 것"이라고 못 박았다. 물의를 일으킨 책임을 지고 물러난 2명의 감독처럼, 다른 4팀 감독들도 떠나야한다는 강경한 목소리였다.

이처럼 내부적으로는 확고한 기준을 세워두고도 겉으로 표출하지 않고 있는 것은, 그래도 원만한 해결을 바라기 때문이다. 서 감독은 "시민단체들은 고소를 한 뒤 (4팀 감독들이)자진사퇴하면 취하하면 될 것 아니냐고 하지만 그런 일까지 가지 않았으면 한다. 만약 상황이 여의치 않으면, 그래서 진짜 고소하는 일까지 발생한다면 다시 큰 이슈가 될 것이다. 감독들이 더 난처해질 것"이라면서 "제일 슬기로운 방법은 지금 스스로 책임을 지는 것"이라 충고했다.

서 감독은 "박은선 어머니와 언니에게 순리에 맡겨보자고 했다. 진짜 죄를 지었다면 우리가 아니더라도 그에 대한 죗값을 받을 것이고, 죄가 아니었다면 용서가 될 것이니 세상에 맡겨보자고 말했다. 최악의 경우는 피하고 싶기 때문"이라는 뜻을 드러냈다. 최소한의 배려다.

이번 사태에 대해 대한축구협회와 여자축구연맹은 아직 심사숙고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한축구협회의 한 관계자는 21일 MK스포츠와의 전화통화에서 "A매치가 연이어 펼쳐졌고, 22일 대한축구협회 창립 80주년 기념식 등 큰일들이 이어져서 아직 그 문제(박은선 사태)에 대한 진지한 논의가 이뤄지지 않았다. 워낙 민감한 사안이기도 하다"는 말로 조심스럽다는 입장을 전했다.

서정호 감독은 "최악의 망신살은 당하지 않았으면 한다. 책임을 진다면 다음을 기약할 수 있으나 지금의 타이밍을 놓치면 아예 끝날 수도 있다. 결코 가벼운 사안이 아니다"면서 "대한축구협회의 상벌위원회에서도 분명 다뤄질 문제다. 징계는 불가피하다. 자격정지 등의 징계가 내려질 것이다. 어느 정도 수위가 될지는 모르겠으나 그 이전에 자진사퇴가 제일 모양새가 좋다"면서 "만약 그렇다면 축구협회에서 다룰 일이 없다. 그러면, 당연히 고소까지도 가지 않을 것"이라는 말로 현명한 해결을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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