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집중] 퇴출 1순위에서 호주 국가대표로, 윌킨슨의 반전

풋볼리스트 2013. 11. 6. 14:02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풋볼리스트] 취재팀= 전북현대 최강희 감독에겐 '봉동이장', '강희대제' 외에 또 하나의 유명한 별명이 있다. 바로 '재활공장장'이다. 침체에 빠졌거나 실패라는 낙인이 찍힌 선수들을 데려와 정상급 선수로 부활시키는 데 탁월한 능력이 있다. 이동국, 최태욱, 김상식, 심우연 같은 국내 선수부터 루이스 같은 외국인 선수까지 국적과 스타일, 포지션을 가리지 않는다.

2013년 최강희 감독이 또 하나의 성공 사례를 내놓았다. 호주 출신의 센터백 알렉스 윌킨슨이다. 1984년생인 윌킨슨은 187cm, 83kg의 완벽한 체격 조건에 힘, 높이, 안정감을 겸비한 수비수다. 국가대표팀 감독에서 물러나 전북으로 복귀한 최강희 감독이 강하게 신뢰하며 기용 중이고, 올 시즌 후반기 전북의 상승세를 뒷받침하고 있다.

그러나 불과 4개월 전만 해도 윌킨슨은 퇴출 위기에 있었다. 2012년 여름 호주 A리그의 센트럴코스트 매리너스에서 전북으로 이적해 올 때만 해도 전북 구단과 팬들의 기대는 높았다. A리그의 명문은 매리너스의 주장이자 핵심 수비수로 리그 MVP도 받은 바 있어 수비 안정화에 큰 힘을 가져다 줄 것이라 믿었다.

그런데 막상 데려와서 써 보니 윌킨슨의 플레이는 안정적이지도 강하지도 않았다. 치열한 선두 싸움이 진행되는데 실수가 이어졌다. 결국 벤치에 앉는 시간이 많아졌다. 올 시즌이 시작되고도 마찬가지였다. 자신감이 뚝 떨어진 상태였다. 팬들은 윌킨슨을 '구멍'이라고 표현했다. 구단에서 여름에 선수 교체를 고민했다. 윌킨슨은 당시 부진에 대해 "호주에서 시즌을 마치고 2개월 가량 쉬고 있다가 갑자기 합류해 몸이 정상이 아니었다. 그렇게 실전에 투입됐는데 힘든 경기를 반복하면서 어려운 상황을 경험했다"고 설명했다.

올 여름 최강희 감독이 오면서 모든 게 달라졌다. 일단 윌킨슨에게 기회가 갔다. 최강희 감독은 "면담을 해봤는데 책임감이 있었다. 주변 사람들에게 물어보니 리더십도 있고 선수들과도 잘 지낸다고 했다. 경력이나 다른 걸 봤을 때 못할 선수가 아니란 생각이 들었다. 호주로 돌아가려고 가방을 싼 상황이었는데 다시 풀라고 했다"고 말했다. 수비 밸런스를 조정하고 윌킨슨에게 포백 수비를 리드하는 중심축 역할을 맡겼다. 그때부터 반전 드라마가 시작됐다. 윌킨슨은 구멍이 아닌 벽이 됐고 강력한 수비와 세트피스 상황에서의 적극적인 공격 가담으로 붙박이 주전으로 올라섰다.

11월 6일 기쁜 소식이 날아왔다. 최근 감독이 교체된 호주 축구국가대표팀에 윌킨슨이 새롭게 선발됐다. 호주축구협회는 신임 앙헤 포스테코글루 감독이 19일 시드니에서 치르는 코스타리카와의 친선전을 위해 소집한 23인 명단을 발표했다. 여기에 윌킨슨도 이름을 올렸다. U-17, U-20 대표팀 경력이 있었지만 A대표팀은 처음이었다. 호주 자국리그에서 맹활약할 당시에도 이루지 못한 감격적인 성과였다.

9월 브라질, 프랑스와의 친선전에서 잇달아 0-6으로 패하며 경질된 홀거 오지크 감독을 대신하게 된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자국 리그에서 경력을 쌓아 올린 지도자답게 A리그에서 주목했던 선수들에게 기회를 줬다. 윌킨슨은 "전북과 K리그가 나를 성장 시켰다"며 기쁨을 전했다. 자신의 고향인 시드니에서 감격적인 첫 A매치를 치르게 된 윌킨슨과의 일문일답이다.

- 2001년 U-17, 2002년 U-20 선수로는 활약을 했지만 A대표팀에 선발된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안다. 기분은 어떠한가?

지금 너무 설렌다. 처음으로 A대표팀에 선발되었다. 너무 행복하고 명예롭게 생각한다. 나는 항상 호주를 대표하고 싶었고 지금 그렇게 할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 새 감독에게 깊은 인상을 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다. 코스타리카전에 뛸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 호주 A리그에서 뛰고 있을 때도 좋은 모습을 많이 보여줬지만 A대표팀엔 뽑히지 못했다. 전북에서 뛴 후 선택을 받았는데 이 부분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냐?

이번 시즌은 나에게 엄청난 해인 것 같다. 지금 전북이 팀 밸런스가 좋아지면서 공수에서 좋은 결과를 도출하며 K리그에서 선두경쟁을 하고 있다. 그 가운데서 주전으로 이름을 올리며 열심히 뛴 것이 포스테코글루 감독에게 나를 알리는데 큰 도움을 주었다고 생각한다. 전북과 K리그가 나를 선수로서 한 단계 성장시켰다. 이것이 대표팀의 일원으로 선발되는 기회를 제공했다고 생각한다.

- 부모님도 이 소식을 들으셨나? 뭐라고 말씀하셨나? (윌킨슨의 부모님은 전북의 FA컵 결승전을 보기 위해 경기 전날 호주에서 한국으로 왔다가, 경기 다음 날 바로 호주로 돌아갈 정도로 아들과 축구에 큰 열정을 갖고 있다.)

말씀 드렸다. 부모님은 무척 놀라시면서 너무 행복해했다. 이 경기는 나의 고향인 시드니에서 열리기 때문에 가족들이 모두 경기장에 와서 응원할 계획이다.

- K리그에 대하여 어떻게 생각하나? 선수의 능력, 분위기 등, A리그와 다른 점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전북은 K리그 뿐만 아니라 아시아에서 알아주는 빅클럽이다. 훌륭한 선수들이 매우 많다. 나는 전북과 K리그에서 축구를 즐기면서 하고 있다. K리그는 축구의 매우 좋은 기준이 되고 있다고 생각한다. 빠르고, 테크니컬한 선수들이 많이 있어 경기를 하고, 관람하는 재미를 준다. 체력적으로도 매우 강하며, 빠른 패스로 플레이가 진행되는 부분이 A리그와 다른 것 같다.

- 전북이 K리그 우승을 향한 아주 중요한 시점에 있다. 그러나 대표팀에 선발되며 포항과 서울 경기를 뛸 수 없게 됐다. (코스타리카전 일정과 겹침)

우리가 챔피언이라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이 두 경기(포항, 서울)가 중요한데 출전할 수 없는 부분에 대해서 너무 아쉽다. 코칭스태프 및 선수들 그리고 팬들에게 도움을 못 줘 미안하다. 대신 나는 호주에서 전북 유니폼을 입고 팀을 응원할 것이다! 전북은 그 어느 누구보다 강한 팀이기에 두 경기 모두 이길 것이라 믿는다.

- 만일 코스타리카와의 경기에 출전하게 된다면 어떤 모습을 보여주고 싶은가?

만일 경기에 뛸 기회가 주어진다면 팀이 이길 수 있게 돕는 것이 목표다. 훈련 중에 항상 최선을 다해 감독에게 좋은 인상을 줘서 추후에도 대표팀에서 뛸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 축구선수로서 최종목표는 무엇인가?

현재는 전북이 이번 시즌 챔피언이 되는 것이다. 이것은 나의 가장 중요한 목표이다. 전북이라는 최고의 팀에서 계속 뛸 수 있으면 좋겠다. 팀이 좋은 성적을 올리는데 밑거름이 되고 싶다. 그리고 호주 A대표팀에 계속 뽑혀 좋은 활약을 펼치길 원한다.

사진=전북현대 제공

Copyright © 풋볼리스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