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덕기의 프로축구 30년(34)] '외눈' 이태호 기적의 해트트릭

김덕기 2013. 6. 2. 0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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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탈코리아] 2011년 8월6일 전북 현대 김동찬이 강원 FC와 경기에서 18분 만에 3골을 번개같이 넣으며 K리그 역대 최단시간 해트트릭을 기록, 시즌 20라운드 주간MVP로 선정됐다. 김동찬은 이 해트트릭이 생애 첫 해트트릭이며 주간MVP 역시 처음 받는 상이어서 감격이 두 배로 컸다 김동찬이 그 빠른 시간에 3골을 넣을 것이라고는 아무도 예상치 못했다. 이날 경기는 빠르게 전개되는 한편의 드라마를 보는 듯 했다.

1987년 7월27일 대전공설운동장에서도 좀처럼 믿기지 않을 위대한 '인간승리'의 한 드라마가 펼쳐졌다. 오른쪽 눈이 제로 시계에 가까운 대우 로열스의 이태호가 왼쪽 눈 하나만으로 럭키금성 문전을 헤집으며 해트트릭을 기록한 것이다. 이 경기는 야간에 벌어진데다 흩뿌리는 비로 희뿌옇게 변한 시야를 꿰뚫고 연속으로 터트린 이태호의 골에 관중들은 탄성을 연발했다.

이태호는 해트트릭을 기록하기 110여일 전인 그 해 4월4일 대구공설운동장 부산 로열스와 포철의 경기, 악몽의 숫자 4가 겹친 게 불운의 조짐이었을까. 이태호는 시즌 첫 게임인 포철과 경기 중 불의의 사고를 당했다. 전반 24분, 미드필드 부근에 떨어진 볼을 달려들며 헤딩하려는 순간 오버헤드킥으로 차내려는 포철 남기영의 축구화에 오른쪽 눈을 정통으로 맞고 쓰러졌다.

눈앞에서 이 광경을 지켜 본 김수덕 주심은 경기를 즉각 중단 시키고 본부석을 향해 다급한 손짓으로 의료진을 들여보내라는 신호를 했다. 많은 피를 흘리며 영남대 부속병원으로 긴급 후송돼 응급치료를 받은 이태호에게 내려진 진단 결과는 '정안방 출혈'. 외부 충격에 의해 눈 안에 염증과 출혈이 생겼다는 것이다.

병원으로 후송 직후 눈앞의 사물도 알아 볼 수 없었던 그에게 '선수 생활이 이제는 끝장'이라는 절망의 그림자가 섬뜩 다가선 참담한 순간이었다.

이날 밤 병문안 온 대우 로열스 동료, 포철 이회택 감독, 그리고 남기영에게 "너무 걱정 말라"고 의연한 말로 대답했건만 이태호의 가슴 한 구석엔 실명에 대한 불안감이 더해만 갔다.

이후 정밀진단 결과 맥락막이 파열돼 시력은 회복이 불가능하며 합병증에 따라선 완전히 눈을 잃을 수도 있다는 충격족인 사실을 전해 들었다.

그러나 좌절의 시간도 잠시뿐, 이미 각오하고 있던 그에겐 축구 없는 삶은 의미가 없었다. 더욱이 절망은 곧 치욕이었다. "한 쪽 눈은 남았다. 오른쪽 눈의 시력이 영원히 돌아오지 못한다 해도 나는 끝까지 그라운드에서 뛸 것이다"

이태호는 0.02로 뚝 떨어진 다친 눈 때문에 갑작스런 시력 차에 따른 거리감, 균형 감각 상실 등으로 고전했으나 그는 피나는 훈련을 통해 이를 극복해냈다. 정확하게 부상 후 112일 만인 7월25일 토요일 오후 6시 대전공설운동장에서 벌어진 럭키금성전에 나선 그는 녹색 그라운드가 예전 같지 않았다. 경기 초반에는 발을 헛디뎌 넘어질 뻔 했던 아찔한 순간도 있었다.

시간이 흐를수록 조금씩 경기 감각이 살아났으나 후반전까지 뛰기에는 무리라고 판단하여 이차만 감독에게 교체를 요청했다. 이태호는 전반 45분동안 단 한차례의 슈팅도 기록하지 못했다. 후반 안기철과 교체돼 아웃된 이태호는 벤치에 앉아 그라운드를 응시하며 나름대로 이틀 뒤 열릴 경기를 위해 이미지 트레이닝을 했다.

7월27일 경기 상대도 럭키금성이었다. 이날은 월요일인데다가 비까지 내려 대전공설운동장에 입장한 관중은 고작 300여명에 불과했다. 그러나 대전이 고향인 이태호로서는 스탠드의 관중 보다 파란 잔디가 먼저 눈에 들어 왔다. 이틀 전 경기를 통해 자신감을 찾기라도 한 듯 이날 이태호의 몸놀림은 한결 가벼웠다.

전반 9분, 빗속을 가르는 통렬한 중거리 슛으로 포문을 연 이태호는 1분 뒤 문전으로 날아 온 센터링을 자신의 전매특허인 트릭플레이로 수비를 교묘히 따돌리며 럭키금성 골네트를 흔들었다. 후반 4분 골 마우스에서 절묘한 오른발 슛을 작렬시켜 재기의 신고식을 해트트릭으로 마무리 했다. 선수생명이 끝난 것으로 여겨졌던 '외눈' 이태호가 '한국의 게르트 뮐러'라는 자신의 명성을 되찾는 감격의 순간이었다.

대우 로열스는 이날 4-1로 승리, 우승 가도를 향해 더욱 박차를 가했다. 이태호는 뜻밖의 액운으로 뒤늦게 그라운드에 나섰으면서도 6골 2어시스트를 기록, 대우 우승의 견인차 역할을 유감없이 펼쳐 보이며 완벽한 재기에 성공했다.

불완전을 보완키 위해 적응을 택하기 보다는 극복을 위한 도전에 나서 위대한 인간승리 제2의 축구인생으로 거듭난 이태호가 흘려야 했던 것은 피와 땀, 그리고 눈물뿐이었다.

김덕기(스포탈코리아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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