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세훈의 창과 방패] 임은주 교수의 강원 사장 선임, 분명히 잘못됐다

조회수 2013. 5. 29. 17:52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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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은주 교수가 29일 강원 FC 사장으로 선임됐다. 널리 알려진 대로 최문순 강원도지사가 계속 밀었던 인물이다. 임교수는 처음 대표 이사직에 도전한 2011년 7월 남종현 사장에게 밀렸다. 당시 남종현 사장을 선택한 구단 이사진은 "남종현 사장이 갖고 있는 경제력이 필요했다"고 했다. 강원 FC가 겪고 있는 자금난을 해결하는데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하고 기업인을 택한 것이었다. 지금 남종현 전 사장이 얼마나 구단 재정에 도움이 됐는지에 대해서는 논란이 있지만 어쨌든 선임 당시에 그에게 거는 기대감은 분명히 컸다. 남사장이 중도 하차한 뒤 강원 사장직은 그 동안 공석이었다. 그걸 메울 사람으로 임교수가 낙점된 것이다.

임교수는 심판으로서는 더 이상 설명이 필요 없을 정도로 성공한 사람이다. 여성계를 대표하는 주자 중 한명이다. 그리고 여성 최초로 구단 CEO가 됐다는 사실 또한 큰 의미가 있다. 그러나 사장을 맡기에는 너무나도 큰 결격사유가 있다. 그건 바로 구단에서 행정을 본 경험이 거의 없다는 점이다. 구단을 운영해보지도 않았고 구단에서 일한 경험도 거의 없는 사람을 구단 사장에 앉힌다는 것은 분명히 부적절한 인사다. 임교수가 심판 관련된 업무를 맡게 된다면 그건 인정 받을 만하다. 그러나 구단 행정을 해 본적이 없는 임교수가 구단 사장직을 맡는다면 그건 어울리지 않는다. 임교수를 무시하는 게 아니라 임교수가 관련된 분야에서 겪은 경험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만일 임교수가 심판과 관련된 업무를 맡는다면 그건 잘 해낼 거라고 기대할 수 있다. 그건 임교수가 심판으로 오랫동안 일했고 AFC에서도 영향력을 행사하는 등 풍부한 경험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임교수가 구단 사장직을 잘 해내지 못하라는 법은 없다. 그러나 경험이 중요하다는 걸 인정한다면, 그리고 과거 비슷한 상황 속에서 위기를 넘겨본 경험을 갖춘 사람이 적임자라는 걸 인정한다면, 임교수의 사장직 선임은 분명히 잘못된 선택이다.

☞사진출처 : 엑스포츠뉴스

그동안 강원 FC는 엄청난 자금난에 시달렸다. 하이원을 제외한 다른 굵직한 기업이 없어 힘있는 협찬사를 찾는 건 힘들었다. 그렇다고 강원도가 도차원에서 적극적으로 도와준 것도 별로 없다. 월급이 밀려도 큰 신경을 쓰지 않는 모양새다. 김학범 감독이 의욕이 떨어진 선수들을 추스르기 위해 애를 썼고 오갈 데 없는 선수들도 '앞으로는 좋아지겠지'라는 일말의 희망을 갖고 마지막까지 힘을 냈다. 그렇게 얻어낸 게 1부 잔류였다. 김학범 감독은 지난해 잔류를 확정한 뒤 도지사를 향해 쓴 소리를 했다. 좋은 게 좋은 거라고 대충 좋은 말만 하거나, 아니면 그냥 입 한번 꽉 다물었다면 도지사에게 미운털이 박히지 않았을 게다. 그러나 김 감독은 도지사를 향해 독설을 날렸다. 그건 선수들이 중요했고 선수들이 안쓰러웠기 때문이었다.

표면적으로 임교수를 사장으로 선임한 것은 구단 이사진의 결정이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최문순 도지사가 임교수를 사장으로 밀었다는 건 다 알려진 사실이다. 이전에는 남종현이라는 기업인이 대항마로 나섰기 때문에 이사진은 임교수를 지지한 최문순 도지사에 반기를 들고 기업인을 택할 수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임교수의 대항마가 없다. 결국 이사진으로서는 임교수를 선택할 수밖에 없었다. 임교수를 지지하고 있는 도지사를 설득할 수 있는 근거가 없었기 때문이다.

☞사진출처 : 엑스포츠뉴스

강원이 겪고 있는 최대 난관은 부족한 재정이다. 재정이 열악해 월급이 또 밀렸다가 추후 지급됐다. 선수들의 사기는 바닥을 쳤다. 가뜩이나 멤버도 크게 좋은 편이 아닌 데다, 사기까지 떨어졌으니 부진한 성적은 어떻게 보면 당연한 결과다. 지금 강원에게는 돈이 필요하다. 풍족하게 쓸 정도로 많지 않아도 좋다. 최소한 월급과 수당이 밀리지 않아 선수, 코칭스태프, 직원이 가장 노릇만 제대로 할 수 있을 정도면 된다. 그래야 모두 힘을 내서 일할 수 있고 그래야 강등권 탈출도 꿈 꿀 수 있다.

과연 이런 어려움을 임교수가 해결할 수 있을까. 임교수가 뭉칫돈을 낼 또 다른 협찬사를 구해올 수 있을까. 아마 쉽지 않을 것이다. 그렇게 되면 구단의 정상화는 점점 어려워진다. 구단을 없앨 게 아니라면, 구단을 2부로 떨어뜨려 규모를 줄이려고 하는 게 아니라면, 지금 당장 누군가가 나서 구단의 재정에 숨통을 뚫어야 한다. 그리고 그걸 해야 할 사람은 임교수가 아니라 임교수를 구단 사장에 앉힌 최문순 도지사다. 현재로서는 실패할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높은 인사를 관철시킨 만큼 향후 책임은 임교수가 아니라 최문순 도지사에 있다. 참, 내년 6월에는 지방선거가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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