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파일] 절벽 앞에 선 최용수, 추락과 비상 사이

류청 입력 2013. 5. 29. 16:51 수정 2013. 5. 29. 1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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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3년차 최용수, 위기 관리 능력은 어떨까?

[풋볼리스트=구리] 류청 기자= 어려울 때 보여주는 모습이 진짜다.

잘할 때는 모두 똑같다. 안정적이고, 이성적이다. 위기를 어떻게 넘기고 극복하느냐가 모든 일의 관건이다. 일명 승부사라 불리는 프로스포츠 감독들이 지녀야 할 가장 큰 덕목이 위기 관리 능력인 것도 같은 맥락이다.

감독대행 생활을 포함해, 지휘봉을 잡은 지 3년이 된 FC서울 최용수 감독은 진정한 시험대에 섰다. 최 감독은 3년간 진짜 시련과 만나지 않았다. 2011년, 감독대행 시절 흔들리던 팀을 맡긴 했지만, 당시 모든 책임을 져야 하는 상황은 아니었다. 2012년에는 시종일관 좋은 분위기를 유지시키는 능력을 선보이며 팀을 우승으로 이끌었었다.

2013시즌 개막을 앞두고 서울을 우승후보로 꼽지 않은 전문가는 거의 없었다. 압도적이지는 않더라도 우승권에서 경쟁할 게 분명해 보였다. 최 감독도 28일 기자회견에서 "전반기에 내가 예상하고 바란 성적은 순위표 가장 위"라고 했다. 하지만 예상과 바람은 빗나갔다. 서울은 현재 10위에 떨어져 있다. 일이 뜻대로 되지 않는다는 이야기다.

표면적으로 드러난 서울의 가장 큰 문제는 수비다. 12경기에서 21골을 내줬다. 지난 2012시즌 44골을 내준 것과 차이가 크다. 서울은 당시 최소실점 팀이었다. K리그의 한 관계자는 "서울 수비진은 외형적으로 지난 시즌과 거의 변함이 없다. 하지만 다른 팀들이 올 시즌 들어 서울의 미묘한 틈을 파고들어 공략하는데 성공했다"라고 말했다.

일종의 우승 후유증이다. 상대팀들의 견제는 강해지고, 구성원들의 요구는 늘어날 수밖에 없다. 최 감독은 선수들의 이탈을 최소화하는데 성공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상대방에게 전력을 완벽하게 노출하는 역효과도 받아 들었다. 전술적으로 4-3-3에서 4-4-2로 변화를 주긴 했지만, 상대방에게 패를 다 알려주고 경기에 나서게 됐다.

시련의 완벽한 조건이고, 최 감독의 능력을 시험할 최적의 시험대다. 마치 새끼 독수리가 어미에 이끌려 절벽 앞에 서듯, 최 감독은 위기와 마주했다. 떨어질 수도 있고, 극적으로 날아 오를 수도 있다. 최 감독의 말처럼 "팀 분위기만 일관성 있게 가져가면 기적이 일어날 수"도 있다. 가능성은 반반이다.

긍정적인 면은 최 감독이 이 상황을 심각하게 받아 들인다는 사실이다. 그는 선수들에게서 문제를 찾기 보다는 자신에게서 원인을 발견하려 애쓰고 있다. 그는 ""지난 해 우승을 달성하고 나서 정신적으로나 육체적으로 좀 나태해진 면이 있는 것 같다"라며 "내가 팀의 중심이 되고, 이끌어야 한다는 생각을 했던 것 같다. 내 자신도 그런 면이 있다. 떨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서울은 최근 6경기 성적만 놓고 봤을 때 리그에서 5위다. 3승 1무 2패를 기록했다. 다음달 1일 벌어지는 전남 드래곤즈를 잡는다면 상위권과의 승점 차이를 줄이고 휴식기에 들어설 수 있다. 전남전은 서울과 최 감독의 성패를 판가름할 수 있는 작은 시험대다. 절벽이 되느냐, 도약대가 되느냐는 최 감독의 능력에 달렸다.

풋볼리스트 키워드: 감독 위기 관리 비상 기적 우승 디펜딩 챔피언 서울 최용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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