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덕기의 프로축구 30년(32) 골 넣고 옐로카드 받은 별종 이상철

김덕기 입력 2013. 5. 18. 05:10 수정 2013. 5. 18. 0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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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탈코리아] 축구의 묘미는 골에 있고, 골 세리모니는 또 하나의 재미와 웃음을 우리에게 선사하고 있다. 가끔은 엉뚱한 세리모니로 경고를 받기도 한다. 국제축구연맹(FIFA)에서는 골을 넣은 기쁨을 팬들과 함께 나누는 의식은 권장하지만 그 의식에 규칙이 있으며 지켜야 할 예의가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FIFA는 득점 자축 행동의 경우 '주심의 견해로 선수가 선동적이거나 조롱하는, 또는 혐오스러운 동작을 한다면 선수는 경고 조치를 받아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또 선수가 득점을 축하하려고 주변 담장에 올라갈 경우, 상의를 벗거나 또는 상의로 머리를 덮는 경우, 복면 또는 이와 유사한 물품으로 머리 또는 얼굴을 덮을 때도 경고를 받는다.

1987년 9월19일 원주공설운동장에서 홈팀 현대와 포철의 경기 때 일어났던 일이다. 장신 선수에게 유난히 약한 현대는 이날도 예외 없이 188Cm의 장신 센터포워드 김홍운에게 전반 31분, 후반 2분 연속골을 허용, 우세한 경기를 펼치면서도 스코어에서는 1-2로 끌려 다녔다.

첫 실점으로 이어진 패스미스를 범한 김삼수 대신 투입된 노장 이상철의 기지에 찬 플레이가 순간적으로 펼쳐진 것은 후반 17분이었다. 이상철은 2-1의 리드를 지키려는 듯 지연 플레이를 펼치는 포철 진영을 부지런히 헤집고 다니다 수비수 남기영이 GK 조병득에게 백 패스하는 것을 아크서클 부근에서 가로 챘다. 단숨에 포철 골문 앞까지 질주한 이상철은 텅 빈 골문 앞에 볼을 정지 시킨 것과 동시에 자신의 움직임도 멈췄다.

20여m 뒤에서 남기영과 조병득이 망연자실 하고 있을 뿐이었다. 순간적으로 포철 선수들의 기를 죽이기 위한 장난기가 발동한 이상철은 절을 하듯 넙죽 엎드리더니 골라인에 멈춰 있던 볼을 머리로 밀어 넣어 골인시켰다. 이상철은 훗날 처음에는 몸을 뒤로 돌려 뒷발로 밀어 넣으려 하다가 그만 두고 대신 머리로 골을 넣었다고 밝혔다. 관중석에서 이 장면을 지켜본 축구팬들은 일제히 폭소를 터뜨렸다.

이 때 가장 곤혹스러운 사람은 주심이다. 이도하 주심은 분명 비신사적인 행위였기에 옐로카드는 분명한데 골로 인정할 것인지, 노골로 할 것인지 순간적으로 망설였다. 이도하 주심은 이 경기가 프로 경기라는 점을 고려, 골을 선언한 뒤 이상철을 불러 경고카드를 꺼내 들었다.

이상철은 이로써 K리그 사상 골을 넣고 옐로카드를 받은 첫 선수로 기록됐다.

이후 포철 선수들의 플레이는 이전과 크게 달라졌다. 이날 경기는 4-3으로 포철이 이겼는데 이상철이 포철 선수의 기를 죽이려 했던 게 오히려 기를 살리는 결과가 된 것이다. 이상철에게 인터셉트를 당해 수모를 빌미를 줬던 남기영은 축구 선수를 하면서 그토록 약 오른 적이 없었다. 거칠기로 소문이 난 남기영은 무슨 수를 써서라도 이겨 이상철의 콧대를 꺾어 놓고 싶었다. 이 같은 생각은 남기영 뿐만 아니라 포철 선수 모두 같았다.

이상철에게 철저히 농락당한 포철은 정원 공격을 펼치다 후반 32분 이길용의 슛으로 3-2로 앞서 나갔고 28분에는 윤성효의 날카로운 패스를 받은 최상국이 현대 GK 호성호를 제치고 텅 빈 골문에 차 넣어 4-2로 사실상 승부를 결정지었다.

최상국은 현대 GK 호성호를 제치고 난 뒤 텅 빈 골문 안에 아무도 없자 순간적으로 이상철처럼 해볼까하다가 이내 참았다. 대신 그물이 찢어져라 하고 세차게 슛, 울분을 달랬다.

현대는 후반31분 포철 강태식의 핸들링으로 얻은 페널티킥을 이상철이 성공시켜 3-4로 따라 붙었으나 의외로 드센 포철의 공세에 승부를 뒤집지 못하고 무릎을 꿇고 말았다.

그러나 이상철을 옐로카드보다 더 곤혹스럽게 한 것은 조중연 감독의 호된 꾸지람이었다. " 골인되기 전 행위가 비신사적이었다면 마땅히 노골이 돼야 한다는 생각이다."라는 조중연 감독은 경기가 끝난 뒤 이도하 주심에게 "왜 노골을 골로 인정했느냐."는 이색 항의를 했다. 조중연 감독은 라커룸에서 이상철에게 눈물이 쏙 나올 정도의 꾸지람을 했다.

현대는 이튿날 경기에서도 2-1로 패해 홈에서 2연승을 거둬 2위로 도약하려던 꿈이 산산 조각나고 말았다.

김덕기(스포탈코리아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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