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덕기의 프로축구 30년<27>] 한국축구 뒤흔든 김종부 쟁탈전(중)

김덕기 입력 2013. 4. 17. 05:52 수정 2013. 4. 17. 05: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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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탈코리아] 현대와 전격적인 입단 계약으로 축구계를 놀라게 한 김종부는 불과 12일만에 자신의 진로 결정을 번복, 다시 한 번 파문을 불러 일으켰다.

김종부는 1986년 4월11일 오전 "지난 3월30일 현대와 체결한 입단 계약은 해서는 안 될 것이었다. 학교의 권유에 의해 억지로 계약했으나 현대는 처음부터 갈 마음이 없었다."며 대우로 가겠다며 '대우 행'을 선언했다. 이날은 6월 멕시코월드컵에 출전할 대표선수들의 소집일이었다.

멕시코월드컵 출전 대표팀 소속 선수였던 김종부의 스카우트 시비는 대사를 앞둔 축구계에 적잖은 파문을 일으키고 있었다. 이런 시기에 김종부의 진로 결정 번복 사건은 축구계를 발칵 뒤집어엎는 일이나 진배없었다.

우선 졸지에 변을 당한 현대 측에서 '법정 투쟁 불사'를 선언하고 나섰고 각계각층의 비난이 김종부를 향해 쏟아졌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김종부의 소속교인 고려대 체육위원회는 4월22일 오후 전체회의를 소집, 김종부를 축구부에서 제명키로 결정했다. 고려대는 이튿날 이준범 총장의 재가를 받아 대한축구협회에 선수등록 취소통보서를 발송했다.

제명 결정을 한 고려대는 김종부에게 또다시 물의를 일으킬 경우 아예 출교처분을 내리겠다고 엄중 경고했다.

상황은 뜻밖의 방향으로 번져가게 됐다. 이른바 무적(無籍) 대표선수가 된 김종부는 학생 신분으로 월드컵 대표팀의 훈련참여나 월드컵대회에 출전할 경우 그 기간이 모두 무단결석으로 처리돼 졸업이 어려워지는 등 대표선수 생활과 학업의 이중생활이 거의 불가능해진 것이다.

1977년 차범근이 서울신탁은행과 자동차보험의 스카우트 싸움에 휘말려 무적 선수로 태극마크를 단 일이 있기는 해도 당시 차범근은 고려대를 졸업한 후였다.

'김종부 파동'은 대한축구협회가 4월24일 "고려대에서 선수등록 취소를 요청한 김종부는 선수 자격이 없으며 따라서 월드컵 대표팀에서도 제외시킨다."고 결정. 걷잡을 수 없이 악화됐다. 축구협회의 이 같은 결정은 스카우트 때문에 더 이상 말썽을 빚어서는 안 된다는 판단 하에 일벌백계의 원칙을 적용한 것으로 각계의 많은 공감을 얻었다.

그러나 32년만에 다시 밟은 월드컵 그라운드는 한국이 총력으로 임해야 할 큰 싸움터였다. 곳곳에서 김종부의 구제 의견이 비등하기 시작했는데 특히 대표팀 사령탑 김정남 감독의 애정 어린 호소는 고려대와 축구협회로 하여금 김종부의 구제를 위한 재검토 쪽으로 몰아가는 여론을 불러 일으켰다.

마침내 고려대 체육위원회는 4월30일 오후 "김종부가 월드컵대회에 참가하는데 필요하다면 지난 4월23일 취한 선수등록 취소 통보의 효력을 월드컵 대회 때까지 유보할 수 있다."고 결정, 축구협회에 이 같은 내용의 공문을 보냈다. 이 공문에는 '축구협회가 요청한 제명 취소 통보는 절대로 재고될 수 없다'는 대목이 유난히 눈에 크게 보였다.

축구협회는 5월1일 오후1시 고려대 측의 공문이 접수된 즉시 긴급 이사회를 열어 "김종부의 선수 자격을 일시적으로 소생시켜 월드컵 대표선수 자격을 복권시킨다."고 결의 했다. 4월24일 회장단회의에서 김종부를 제명한 지 1주일만이었다.

<한국축구 뒤흔든 김종부 쟁탈전은 다음 편에도 계속 됩니다>

김덕기(스포탈코리아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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