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덕기의 프로축구 30년⑱] '꺼벙이' 정해원 2연속 해트트릭 '깜짝쇼'
[스포탈코리아] 1986년 10월22일 포항종합운동장. 럭키금성과 유공, 대우, 현대, 포항제철 등 프로 5개 팀과 유일한 아마추어 한일은행을 포함시킨 그해 '축구대제전' 그라운드에서 대우 로열즈의 주포인 '꺼벙이' 정해원이 불멸의 대기록을 작성해낸다. 한일은행을 상대로 개인통산 세 번째, 그리고 전인미답의 2게임 연속 해트트릭에 성공한 것이다.
기록에는 운이 따라준다는 속설처럼 정해원은 그날따라 행운마저 타고 앉은 것 같았다. 사흘 앞서 벌어진 유공과의 대구 경기에서 4-3의 백열전을 승리로 이끄는 개인 통산 두 번째 해트트릭을 기록한 정해원은 사실 이날 시원찮은 컨디션과 부상으로 전 시간을 감당해낼 자신이 없었다.
"페널티킥으로 선제골을 넣고 나서 한일은행 수비수에게 차인 발뒤꿈치가 아파 빠지려던 참이었습니다."
그러나 전반을 1-0으로 앞선 대우는 후반 14분 한일은행 최영회에게 동점골을 허용했다. 주장인 정해원으로서는 도저히 물러날 수 없는 상황이었다. 1분후 박양하가 리드골을 넣은 대우는 승기를 잡았고 정해원은 프로축구 사상 신기원을 이루는 대기록 작성의 행운을 거머쥔다.
후반18분, 박창선의 패스를 받아 최태진이 슛한 볼이 한일은행 수비수의 몸을 맞고 흘러나오자 정해원이 기다렸다는 듯 벼락같은 슈팅으로 그물을 갈랐다. 후반 36분 변병주의 헤딩슛으로 또 한골을 보태 스코어는 4-1. 완전히 탈진한 한일은행 수비벽을 마음껏 뒤흔들던 정해원은 39분 '총알' 변병주의 헤딩패스를 자신의 3번째 골로 연결했다.
세 번째 해트트릭, 2게임 연속 해트트릭이라는 불멸의 기록이 축구사에 선명히 각인되는 순간이었다.
이 무렵이 정해원의 전성기였다. 1986년 10골로 득점왕 타이틀을 안으며 베스트11 반열에 올랐고 2게임 연속 해트트릭으로 '특별 수훈상'까지 덤으로 받았다. 정해원은 1983년 프로축구 출범이래 이상을 받은 최초의 인물이었다.
그의 기량은 이듬해인 1987년 프로 5팀만이 참가해 치러진 프로축구대회에서도 절정을 구가, 리그 MVP와 베스트11 자리에 쇠기둥처럼 박힌 그의 이름 석자는 요지부동이었다.
178cm의 키에 결코 빠르지 않지만 신들린듯 정력적인 대시와 폭발적인 슈팅, 1980년대 초반 정해원은 한국축구가 가장 큰 기대를 걸었던 주포였고 그는 그 벅찬 임무를 잘 수행했다.
그의 진가가 확인된 것은 1980년 쿠웨이트에서 벌어진 남북경기였다. 정해원은 이 경기에서 0-1로 뒤지던 후반 35분 통쾌한 연속골로 기적의 역전 드라마를 연출했고 이때부터 그는 축구팬들의 뇌리에서 지워질 줄 모르는 인상을 부각시켰다.
그러나 달도 차면 기우는 법, 올림픽의 해 1988년을 넘기면서 하강 곡선을 긋던 정해원은 '노장' ' 관록' 등의 수식어를 주렁주렁 매단 채 1989년과 1990년 시즌을 앞두고 거듭 은퇴 의사를 밝혔으나 자의반 타의반 시기를 놓쳐 한 시즌을 허송했고 대표선수로서도 1990년 이탈리아월드컵에서 3연속 패배의 굴욕을 씹어야 했다.
'풍운아' 정해원, 그의 이름은 추억 속으로 묻혀 버렸지만 2게임 연속 해트트릭의 대기록은 축구사에 무너질 줄 모르는 성곽처럼 우뚝 서 있다.
김덕기(스포탈코리아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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