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덕기의 프로축구 30년] 450분만에 끝난 출전 보류 단막극

김덕기 2013. 2. 27. 05: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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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탈코리아] 긴 겨울 경기 방식을 놓고 씨름을 벌이다 '전후기 리그-챔피언 결정전'을 채택한 대한축구협회에 1984년 시즌 개막을 이틀 앞둔 3월29일 '포철은 3월31일 개막하는 슈퍼리그 출전을 보류 한다'는 공문이 날아 왔다.

포철 고준식 사장 명의로 된 이 공문에는 '국내 축구 중흥과 국가체육 발전을 위해 우수선수 발굴 육성이 축구단 운영의 근간이라고 생각되나 프로팀으로 출범하는 포철 축구단은 현시점에서 대한축구협회의 일관성 없는 선수관리로 팀 전력의 하락은 물론 앞으로 팀 발전을 위한 방향 설정이 곤란하므로 이번 슈퍼리그에 출전을 보류한다.'고 씌어 있었다.

포철은 출전 보류 배경과 함께 5가지 구체적인 내용을 지적했는데 그 내용은 다음과 같다.

1. 포철 소속인 최순호 박경훈 이길용 등 3명의 선수가 LA올림픽 예선전을 위해 출국하기 전 슈퍼리그에 출전하는 것이 허용되지 않았다.

2. LA올림픽 예선전 출전 후 이들 대표선수의 소속팀 복귀 및 84슈퍼리그 출전 여부도 불확실하다.

3. 국가대표 선수 관리운영의 획일성 부재로 향후 우수선수 대표 팀 선발 때 팀 전력의 차질이 우려된다.

4. 국내 프로축구 정착을 위한 대한축구협회의 프로팀 운영과 계획 부재로 팀 발전의 방향을 모색하기 곤란하다.

5. 대표선수를 제외하고 출전할 때 전력차질로 인한 경기력 저하로 홈 지역 및 직원들의 사기저하와 명예에 손상을 입게 되고 나아가 최상의 경기력을 발휘 못해 축구팬들에게 실망을 안겨준다.

한마디로 대표선수를 소속팀에 풀어주지 않으면 슈퍼리그에 불참하겠다는 것이었다.

대표팀은 1984 LA올림픽 최종예선전(4월17~29일 싱가포르)에 대비, 태릉선수촌에서 훈련 중이었다.

포철의 불참 방침은 구단주인 박태준 회장의 뜻이자 한홍기 감독의 생각이기도 했다. 박태준 회장은 그보다 이틀 앞선 3월27일 대한축구협회 손수영 부회장과 이윤식 사무총장을 만난 자리에서 "대한축구 협회 행정에 20년 동안 속아 왔다. 이래 가지고 어떻게 프로축구를 정착시키고 중흥을 꾀하겠는가."라고 개막전에 대표선수를 출전시키지 않으려는 축구협회의 소아병적 발상을 꼬집은 바 있었다.

박태준 회장의 불편한 심기는 3월28일 명동 KAL빌딩에 세 들어 있던 포철 서울지사 체육구단 운영반을 순시하는 자리에서도 나타나있었는데 "축구행정이 20년 동안 똑같다. 프로다운 프로를 못할 바엔 차라리 하지 않는 게 낫다."라고 말한 게 '포철 프로축구단 해체...KAL서 인수 움직임'이란 제목의 기사로 비약되기도 했다.

발등에 불이 떨어진 축구협회는 비교적 달변인 민자당 국회의원인 장경우 부회장을 박태준 회장에게 보내 설득작업을 폈다. 장경우 부회장은 포철이 슈퍼리그에 출전치 않을 경우 경기 스케줄을 전면 재조정해야 하며 모처럼 일기 시작한 한국축구의 중흥을 위해서 '출전 보류'를 번복해주도록 강력하게 요청했다.

오른손으로 턱을 괴고 있던 박태준 회장은 장경우 부회장의 이야기가 끝났는데도 한동안 말이 없었다.. 10여분 뒤 정적을 깨고 박태준 회장이 "고려해 보겠다."며 입을 열었다.

장 경우 부회장은 벌떡 일어나 허리 굽혀 인사한 뒤 회장실을 나와 단숨에 기자들이 기다리고 있던 축구협회로 돌아와 "박태준 회장으로부터 '고려해보겠다'는 회답을 들었고 '고려'는 곧 출전을 의미한다."고 포철의 출전을 기정사실화 했다. 이때가 오후 5시30분께로 장 경우 부회장이 축구협회를 떠난 지 3시간 30분이 지난 뒤였다.

포철의 '출전 보류 해프닝'은 7시간30분만에 끝이 났지만 축구협회의 일관성 없는 행정은 그 뒤 언론의 도마 위에 올려졌다.

포철은 1984년 4월1일 현대와 프로 첫 경기이자 시즌 첫 경기를 가졌는데 신상근의 전반2분 선제골에도 불구, 6분 뒤 백종철에게 동점골을 허용, 1-1로 비겼다.

라커룸으로 향하던 한홍기 감독의 입에서 "숭호 경훈이, 길용이만 있었어도......"라는 장탄식이 흘러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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