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덕기의 프로축구 30년 ⑪] 스카우트 파동 1호..법정으로 간 거포 노인호

김덕기 입력 2013. 2. 20. 06:03 수정 2013. 2. 20. 0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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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탈코리아]1987년 2월, 텁수룩한 수염, 까치집같이 뒤엉킨 머리. 90Kg은 족히 될 거구의 사내가 현대프로축구단 전지훈련장인 울산 공설운동장에서 비지땀을 쏟고 있었다. 의당 볼을 차야 할 그가 동료들과 떨어져 육상 선수마냥 트랙을 달리고 계단 오르내리기에 열중하는 모습은 괴이쩍기만 했다.

노인호. 한 때는 한국축구가 배출한 최고의 센터포워드 재목이라는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던 인물이었다.

그러나 사상 초유로 법정까지 비화된 프로축구 최대의 스카우트 파동을 일으킨 그에게 남은 유산은 현대 입단 -> 유공 이적 -> 방출 -> 군 입대 -> 현대 복귀 등 씁쓸한 3년의 '유랑 세월'이었다.

월봉 50만원, 그 것도 6월까지 만족할 수준에 올라야 한다는 조건을 감수하고 울산에 내려 왔지만 결국 노인호는 또다시 참담한 좌절만 맛본 채 팬들의 기억너머로 영영 묻히고 말았다.

1983년 3월 열린 제31회 대통령배대회는 명지대 졸업반 노인호를 위한 독무대였다. 183cm 82Kg의 당당한 체구에 100m 11초8의 스피드까지 겸비한 대형 골잡이 노인호는 팀이 준우승에 그쳤는데도 불구하고 MVP로 선정될 만큼 놀라운 활약을 펼쳤다.

4월16일엔 꿈에도 그리던 태극마크를 달고 프로팀 스카우트의 집중 표적이 된 그는 7월20일 대우와 계약금 3,000만원, 월봉 150만원에 사인하고 미주 전지훈련을 떠나는 대표팀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불행의 씨앗이 서서히 움트는 줄도 모르고...

당시 대우는 아마추어팀이라 정식 계약을 할 수 없었다. 이같은 약점을 알고 있는 현대는 전지훈련을 마치고 돌아 온 8월17일 조중연 코치를 노인호에게 보내 접촉을 시작했다. 울산 학성고 시절 조중연 코치와 인연을 맺은 노인호도 결국 현대의 끈질긴 구애에 동의, 현대가 프로팀 창단 등록을 한 9월1일 계약금 3,500만원, 월봉 150만원에 계약을 했다.

노인호는 11월25일 대우로부터 받은 계약금과 그동안 받은 월봉을 합친 3,500만원을 들고 대우 구단 사무실로 가 경위서와 함께 반납했다.

그러나 기득권을 주장하는 대우가 쉽사리 놓을 리 만무했다. 대우가 보관하고 있는 계약서에는 팀이 프로로 탈바꿈할 경우 노인호는 자동으로 대우프로팀에 동참하며 계약 파기 때는 계약금과 연봉의 두 배에 해당하는 조항이 있었다.

노인호는 "당시엔 아마추어 팀과 계약한 것이다. 넓은 양해를 바란다."고 호소했지만 대우의 반응은 싸늘했다.

이듬해인 1984년 1월17일 대우가 일방적으로 선수등록을 해버리자 1월18일에는 현대가 똑같이 응수, 노인호는 졸지에 이중등록 선수가 되고 말았다. 상황이 이지경이 됐는데도 적극 중재에 나서야 할 축구협회는 "두 구단이 알아서 하라."며 가급적 싸움에 말려들기 싫다는 태도가 역력했다. 결국 여론에 떠밀린 축구협회는 2월20일 선수자격심의위원회와 상벌위원회를 잇따라 연 끝에 '노인호는 현대 선수'로 판정하는 한편 '학생 신분으로 문제를 일으킨 점은 비난받을 일이나 신생 프로팀의 선수난을 감안, 엄중경고 한다'고 발표했다.

대우는 '그럼 우리는 신생팀이 아니고 기성팀이냐'고 크게 반발하면서 2월29일 서울민사지법에 채권 가압류 신청을 냈다. 나흘 뒤 서울민사지법은 다름 아닌 노인호가 비극적 에필로그의 주인공에 발탁됐음을 알려왔다.

"노인호는 현대로부터 받는 월급 및 수당 180만원에서 제세공과금 1만8,000원을 공제한 나머지의 50%에 해당하는 89만1,000원이 위약금 3,000만원에 이를 때까지 가압류한다"

노인호가 1984년부터 4년간 프로에 남긴 기록은 28게임 출전 (18게임 교체),2골 6도움이 전부였다.

김덕기 (스포탈코리아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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