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류 확정한 날 터진 김학범 감독 "구단주 원망스럽다"

입력 2012. 11. 28. 22:05 수정 2012. 11. 28. 2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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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경닷컴 MK스포츠(탄천) 임성일 기자] 김학범 강원 감독이 비로소 웃었다. 그간 타들어갔던 속을 아무도 모를 것이다. 대한민국 프로축구 역사상 첫 강등팀이 된다는 충격은 당사자가 아니라면 짐작키도 힘들다. 그 고통의 수렁에서 드디어 탈출했다. 하지만 김학범 감독은 마음껏 웃지를 못했다. 구단에 대한 섭섭함 때문이었다.

강원이 28일 탄천종합운동장에서 열린 강원과의 43라운드 원정경기에서 전반 43분 백종환의 선제 결승골로 1-0 승리를 거두고 귀중한 승점 3점을 챙겼다. 승점 46점이 된 강원은 같은 날 대구에게 0-2로 패한 광주(승점 42)를 따돌리고 마지막 라운드 결과에 상관없이 1부 잔류를 확정지었다. 끔찍한 악몽에서 벗어난 김학범 감독이다.

경기 후 기자회견에 임한 김학범 감독은 "K리그 돌아온 지 4개월째인데, 지도자 생활 이후 이렇게 힘들었던 적은 처음이다. 선수들에게 진심으로 말하고 싶다. 잔류하게 된 것은 선수들이 모든 것을 버리고 뛰어준 결과다. 선수들에게 축하를 보내고 싶다"고 소감을 전했다.

후련한 날이었지만 김학범 감독의 이어진 이야기는 어두웠다. 그간 쌓였던 아쉬움을 쏟아냈다. 김 감독은 "사실 강등 전쟁 자체가 힘들었던 것은 아니다. 구단 안팎으로 내홍이 많았기 때문이다. 사장의 사퇴와 임금 체불 등 수많은 어려움 속에서 선수들을 챙기는 게 힘들었다"면서 "도민구단의 구단주는 도지사다. 그런데 최악의 상황에 빠졌는데도 대책이 없었다. 구단주라는 사람이 뒷짐을 지고 있다는 게 힘들었다"고 허심탄회한 속내를 드러냈다.

화살은 거침없었다. 김 감독은 "선수들에게는 끝내놓고 이야기하자고 다독였다. 우리가 할 수 있는 방법은, 팀을 살려 놓고 이야기하는 것 뿐이었다"라고 말한 뒤 "이제 잔류가 결정됐으니까 말할 수 있다. 힘들었다. 안타까웠다. 섭섭했다. 조금만 지원이 됐으면 이런 지경까지 오진 않았다. 수수방관했던 것은 구단주로서의 책임감이, 자격이 없다고 생각한다"고 일침을 가했다.

심지어 김학범 감독은 "잔류를 확정했으나 그렇다고 큰 변화를 기대하지는 않는다"는 말까지 했다. 다만 "숨을 돌렸으니 무엇이 잘못됐는지 되돌아 볼 수 있는 시간적 여유는 벌었다고 본다"는 견해를 밝혔다. 그만큼 구단의 운영에 아쉬움이 많았다는 방증이다.

김학범 감독은 끝으로 "내년은 더 어려울 것이다. 그래서 팀이 이렇게 가서는 안 된다. 팀을 만들어 놓았다고 끝이 아니다. 제대로 팀을 유지하려면 지속적인 지원이 중요하다"면서 "내년에는 2.5팀이 강등된다. 시도민구단은 눈 깜빡하는 사이 추락할 수 있다. 살아남는 방법을 찾을 계획이다. 구단의 도움이 필요하다"는 말로 변화가 절실함을 강조했다.

lastuncle@maekyung.com]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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