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스컵 향한 기독교의 또 시작된 선전 포고, 왜 이러나?

김태석 2012. 5. 25. 14: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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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스트 일레븐)

[김태석의 축구 한 잔]

오는 7월 19일 개막될 2012년 피스컵 수원을 앞두고 분주한 모습을 보이는 이들이 있다. 조직위원회 혹은 대회에 참가할 성남 일화 등 팀이 아니다. 바로 한국기독교 통일교대책협의회(이하 통대협)이다.

통대협은 지난 24일 사무총장을 맡고 있는 이영선 목사를 통해 "2012년 피스컵 수원은 통일교 주최로 이뤄지는 행사인 만큼 기독교인들의 주의를 당부한다. 한국 교회는 7월에 열리는 이 대회의 실체를 알리고 반대 운동에 나서야 한다"라고 비난의 목소리를 냈다. 구체적으로 어떤 방식으로 반대 운동에 나설지는 밝히지 않았지만, 공개적으로 입장을 표명한 만큼 기독교 단체들의 반피스컵 운동이 심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런 모습을 지켜보면 갑갑하다. 한낱 축구 대회 개최에 이런 식으로 반대의 자세를 보인다는 것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기독교 단체들의 피스컵 반대 운동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피스컵이 처음 막을 올린 2003년부터 줄기차게 대회 개최를 반대해 왔다.

대표 회장을 맡고 있는 최재우 목사는 2004년 "아직도 통일교가 이 대회를 주최한다는 사실을 모르고 관람하는 사례가 많다. 최소한 기독교인들의 관람을 막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라고 결연한 다짐을 남기기도 했다. 그 다짐은 앞서 언급했듯 지금도 유효하다. 2005년 대회를 앞두고는 한국기독교총연합회(이하 한기총)가 공식 성명을 통해 "피스컵 개막이 강행될 경우 반대 및 규탄 대회를 서울 월드컵경기장 앞에서 열고 대회가 열리는 도시로 운동을 확산해 나갈 것"이라고 으름장을 놓기도 했다. 뿐만 아니다. 연예인 축구대회인 피스 스타컵 등 조그마한 산하 대회에도 줄기차게 쫓아다니며 반대의 뜻을 나타냈다.

이럴 필요가 있나 싶다. 축구팬들에게는 누가 대회를 주최하든 중요하지 않다. 그저 한국에서 쉽게 접할 수 없는 유럽 강호들의 경기를 안방에서 볼 수 있는 좋은 기회일 분이다. 프리시즌이라 유럽 팀들이 100% 제 실력을 발휘하지는 않겠으나, 팬들은 어쨌든 성남 일화라는 팀을 통해 K리그 클럽과 유럽 클럽들의 실력 차를 눈으로 가늠할 수 있는 좋은 기회라는 점에서 흥미를 갖고 대회 개막을 기대하고 있다. 그런데 대중이 전혀 관심을 가지지 않고 있는 이유를 들먹이며 대회 개최를 반대한다고 한다. 통일교가 주최한 대회라서다.

이러한 일방적 매도는 축구의 순수성을 무척 훼손시키는 일이다. FIFA(국제축구연맹)는 정치·인종·종교를 차별하지 않아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으며, 이에 반할 경우 꽤나 무거운 징계를 내리고 있다. 이번 경우에 어떤 징계를 내릴 수 있는지는 모르겠으나, 어쨌든 일부 기독교인들의 비난은 FIFA의 뜻에도 반하는 일이다.

얼마 전 방한한 레이디 가가의 공연을 앞두고 콘서트가 열릴 잠실 종합운동장 인근에서 한바탕 난리법석이 났다. 공연 반대 운동을 펼친 기독교인들과 레이디 가가 팬들이 실랑이를 벌인 탓이다. 레이디 가가의 공연이 안티 크라이스트를 표방한다는 이유로 반대했는데, 역설적으로 레이디 가가보다 기독교 단체가 만들어낸 안티 기독교인이 더 많이 양산됐다. 스스로 잘했다고 생각할지 모르겠으나 결과적으로 대중의 반감만 사고 말았다는 이야기다.

거듭되는 피스컵 반대 운동도 마찬가지 결과를 낳고 있다. 분명 잘못된 일이다. 팬들의 시각에서는 축구는 축구이며, 피스컵은 축구 대회일 뿐이다. 아무런 생각 없이 즐긴다. 경기에 참가하는 선수들, 수원시를 비롯한 후원 기업, 방송사도 마찬가지 자세다. 필드에서 거칠게 호흡하는 선수들의 열정에 박수 치며 즐거워하는 일은 결코 나쁜 일도, 안 될 일도 아니다. 피스컵은 그저 축구 대회일 뿐이다.

글=김태석 기자(ktsek77@soccerbest11.co.kr)사진=베스트 일레븐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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