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집중] '프로 맞아?' 기이한 경찰축구단 운영에 2부리그는 대혼란

정다워 2013. 9. 10. 1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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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풋볼리스트] 정다워 기자= 9일 안양종합운동장에서 벌어진 FC안양과의 K리그 챌린지 23라운드 경기를 앞두고 경찰축구단(이하 경찰)의 조동현 감독은 취재진에게 고민을 털어놓았다. "곧 14명의 선수가 팀을 떠난다. 이후 10경기를 단 16명만으로 치러야 한다"는 하소연이었다. 그의 말대로 이달 28일 주장 염기훈(30, 원소속 수원블루윙즈)을 비롯해 김영후(30, 원소속 강원FC), 양동현(27, 원소속 부산아이파크), 배기종(30, 원소속 제주유나이티드) 등 총 14명이 1년 10개월의 복무기간을 마치고 예전 소속팀으로 돌아간다.

이에 따라 10월부터는 경찰 엔트리에 단 16명만이 남는다. 현재 군사훈련을 받고 있는 고경민(26, FC안양)과 박종진(26, 수원블루윙즈)이 합류해도 18명에 불과하다. 당장 30일 벌어지는 상주 상무와의 경기를 포함해 총 10경기를 이 선수들만으로 치러야 한다. 주전 11명을 제외하면 간신히 7명이 벤치에 앉는 셈이다. 부상과 경고누적 등으로 결장하는 선수들이 생기면 경찰은 벤치 멤버를 확보하기도 어려워진다.

한국프로축구연맹(이하 연맹) 규정 제2장 제4조에 따르면 K리그 클래식과 K리그 챌린지에 속한 클럽별 등록 선수의 수는 최소 20명이 돼야 한다. 선발 출전하는 11명을 비롯해 벤치에 앉는 7명, 그리고 부상과 경고누적 등으로 결장하는 선수들을 감안한 최소인원이다. 그런데 경찰은 가장 기본적인 이 요건을 충족시키지 못하게 생겼다. 경찰에게도 악재이지만, 리그 전체의 수준을 저하시키는 일이기도 하다.

경찰의 존재는 이미 K리그 챌린지에 속한 다른 팀들에게 골칫거리다. 연고지가 없어 나머지 7개 구단이 경찰의 홈경기까지 떠안았다. 보통 한 경기를 치르는 데 운영비가 약 2천만 원을 쓰는 것을 감안할 때, 살림살이가 넉넉치 않은 2부리그 팀들에게는 부담스럽다. 게다가 경찰이 우승을 차지하면 승강 플레이오프는 자동 취소된다. 승강제 원년에 1부리그로 올라가는 팀이 탄생하지 않는 불미스러운 일이 벌어지는 것이다.

K리그 챌린지 팀의 한 감독은 "군경 팀들은 프로와 맞지 않는다. 나름의 사정이 있는 것은 맞지만 과연 그 팀들이 K리그 클래식, 혹은 챌린지에 맞는 옷인지 의문이다. 연맹에서 한국 축구가 발전하기를 진심으로 바란다면 이러한 부분을 두고 고민해야 한다. 과감하게 결단하는 것도 필요하다"라고 역설했다. 그의 말처럼 군경팀들이 가져오는 혼란은 적지 않다.

그래도 상주 상무는 법인화를 마치면서 프로의 조건을 갖췄다. 우승하면 K리그 클래식으로 승격할 수 있고, 경찰처럼 규정에 어긋나는 선수 구성으로 문제가 되는 것도 아니다. 상주에서는 11월 12일 김재성(30)과 김형일(29, 이상 포항스틸러스), 김호준(29, 제주유나이티드)을 비롯해 총 20명의 선수들이 전역한다. 경찰보다 많은 인원이지만 상주의 엔트리는 총 43명이다. 남은 23명으로 선수단을 구성하는 데 어려움이 없다. 정상적으로 리그를 치를 수 있다는 뜻이다.

혼란스런 상황에도 불구하고 경찰은 큰 문제 없이 남은 시즌을 치를 전망이다. 연맹은 군팀의 특성상 시즌 도중 선수 공백이 생기는 것을 감안해 이번 시즌까지는 규정에 어긋나는 지금의 상황을 묵인하기로 결정했다. 11월 선수를 선발하면 내년에는 정상적으로 시즌을 시작할 수 있다는 근거에서다. 물론 다음 시즌에도 경찰이 K리그 챌린지에서 뛸 수 있을지는 알 수 없다. 연맹의 한 관계자는 "아직 결정된 것은 아무 것도 없다. 시즌이 끝나고 논의가 이루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경찰은 상주와 마찬가지로 군 복무를 앞둔 선수들에게 반드시 필요한 곳이다. 하지만 지금 이 상황이 계속되는 건 한국 축구 발전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프로도, 아마추어도 아닌 애매한 경찰의 존재감은 리그에 혼란을 가중시킬 뿐이다. 다음 시즌에도 이러지 않으리란 법은 없다. 모 감독의 말처럼 연맹의 과감한 결단이 필요하다. 프로축구, 나아가 한국의 축구 발전을 위한 일이다.

경찰축구단 선수 명단

전역 예정자: 염기훈 구자룡 (이상 수원블루윙즈) 조남기 최원욱(이상 FC서울) 김영후 김문수(이상 강원FC) 조상준(광주FC) 김영우(전북현대) 배기종(제주유나이티드) 전상훈(대전시티즌) 권혁진(인천유나이티드) 김제환(창원시청) 이치준(성남일화) 양동현(부산아이파크) 총 14명잔류 엔트리: 정조국 문기한 송승주 김동우 김원식(이상 FC서울) 오범석 양상민 박준승(이상 수원블루윙즈) 강철민 안성빈(이상 경남FC) 송유걸 김도훈(강원FC) 이원재(포항스틸러스) 최광희(부산아이파크) 이호(대전시티즌) 유현(인천유나이티드) 총 16명

사진= 프로축구연맹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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