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억 원짜리 유망주가 그저 그런 선수로 전락한 이유는?

김태석 2011. 12. 28. 1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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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스트 일레븐)

"잘만 키우면 40억 원짜리 선수가 될 녀석이었는데 일본으로 가다니!"

2009년 말, K리그의 모 구단 관계자는 유소년 시절부터 공들여 육성한 선수가 프로 데뷔를 앞두고 돌연 일본 진출을 선언하자 장탄식을 내뱉었다. 40억 원짜리라는 표현이 과할 수는 있으나, 15세라는 어린 나이에 프로 2군리그에서 뛰었을 만큼 비범한 기량을 뽐내 내심 프랜차이즈 스타로 키우려고 했던 유망주였기 때문이다.

그런 선수가 일본으로 가겠다고 나서니 구단의 허탈함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적잖은 예산을 유소년 육성에 투자하고 있는 상황에서 가장 기대했던 선수가 결정적 순간에 J리그행을 택했으니 속이 쓰릴 수밖에 없었다. 구단은 그를 데려간 J리그 구단으로부터 유소년 육성금(12만 5,000달러)을 약속받고 일본 진출을 허락했다.

그런데 이 관계자는 허탈함은 둘째 치고 어이없었다고 당시를 돌아봤다. 프로 데뷔를 앞둔 신출내기가 해외 진출을 선언한 것이 기막혔기 때문이다. 물론 부모와 에이전트의 요구도 무시할 수 없었다. 결국 선수를 놓아주어야 했다. C계약(연습생 계약)을 통한 일본 진출이어서 성공할 가능성은 그리 많지 않았다. 그러나 선수 측은 일본행을 고집했다.

아니나 다를까, 2년이 지난 지금 이 선수는 오갈 데 없는 신세가 되고 말았다. 일본으로 건너간 이 선수는 주전 경쟁에서 실패해 전력 외 인원으로 전락했고, 이듬해 일본 실업축구리그(JFL) 팀으로 내쫓기듯 임대됐다. 그리고 그 팀에서도 제대로 뛰지 못해 짐을 싸 한국으로 돌아와야 했다.

졸지에 궁지에 몰린 이 선수는 2012시즌 K리그 드래프트에 지원했다. 드래프트를 앞두고 선수의 부모는 유소년 시절부터 인연을 맺었던 구단을 찾아가 그동안 상황을 설명한 뒤, 번외 지명도 좋으니 지명해 달라고 부탁했다. 그렇지만 그를 키웠던 구단은 받아들이기 힘든 요청이었다. 2년 전 일이 떠올랐을 뿐만 아니라, 일본에서 거의 망가진 선수를 옛 정만을 생각해 뽑을 수 없었다.

결국 이 선수는 제대로 꽃피우기도 전에 시들어 버릴 운명에 처했다. 한때 40억 원짜리 선수가 될 수 있다고 호평받았던 유망주였던 그가 지금은 후배들로부터 '실패의 교본'으로 불리고 있다고 한다. 어설프게 일본에 도전했다가는 본전도 찾을 수 없다는 점을 극명하게 보인 사례이기 때문이다. 순간의 선택으로 나락에 떨어진 셈이다. 그 선택도 온전히 본인이 내렸으니 누굴 탓할 수도 없다.

최근 백성동과 장현수가 일본 J리그로 진출했다. 그 이전에도 수많은 유망주들이 K리그를 거치지 않고 J리그로 곧장 건너갔다. 국내 유망주들의 일본 진출을 바라보면 아쉽다. 박주호와 김보경 등 나름의 성공 사례가 있어 못지않은 성공을 거두길 바라면서도 그보다 기량이 퇴보했다는 평가를 받는 선수들이 더 많다는 점을 떠올리면 솔직히 걱정이 더 앞선다.

프로로서 제대로 준비를 갖추지 못한 선수들은 그 어떤 리그에서도 주전을 보장받을 수 없다. 하물며 외국은 더한 법이다. 그리고 아무리 가깝다고 해도 일본도 엄연히 외국이다. 차라리 국내에서 내공을 착실히 쌓아 해외 진출을 모색하는 법이 어떨까? 홍명보 올림픽 대표팀 감독은 "일본 편의점에서 도시락을 먹으며 어렵게 선수 생활을 하는 선수들이 부지기수다. 그럴 바에는 한국에서 뛰는 게 낫다"고 한 적이 있다. 옳은 지적이다. 괜한 허상에 사로잡혀 무턱대고 일본행을 고집하기보다는 정도를 걸어야 한다. 실제로 이런 과정을 밟은 선수들이 J리그를 거친 선수들보다 더 좋은 성공을 맛봤다.

글=김태석 기자(ktsek77@soccerbest11.co.kr)사진=베스트 일레븐 DB/사진은 기사 내용과는 관계없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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