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상적인 루니킥으로 K리그 데뷔한 배일환의 꿈

2011. 12. 11. 14: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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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컷뉴스 최병국 인턴기자/제주대 언론홍보]

한여름의 태양이 작렬하던 지난 6월 29일 '러시앤캐시컵 2011' 제주와 수원의 8강, 후반 35분. 심영성 대신 등번호 30번의 낯선 선수가 교체되어 그라운드를 밟았다.

그리고 그는 데뷔전이자 교체 출장 3분 만에 팬들에게 자신의 존재를 알렸다.

비록 골망을 흔들지는 못하였지만, 후반 38분 오른쪽 측면에서 삥요가 내준 크로스를 환상적인 바이시클킥으로 연결하며 팬들의 탄성을 이끌어냈다. 작년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루니가 맨체스터 시티를 상대로 터트린 바이시클킥이 연상되는 순간이었다.

배짱이 가득하고 성실함을 바탕으로 '김은중'이 되고 싶어 하는 제주의 기대주 배일환(23.제주유나이티드FC)을 제주 유나이티드 클럽 하우스에서 만나 그의 축구인생을 들어봤다.

점심시간에 친구들과 축구를 하다가...

배일환은 어린 시절부터 축구를 굉장히 좋아했다고 한다.

"축구를 정식으로 시작하기 전부터 좋아했어요. 초등학교 시절 점심시간마다 항상 친구들과 축구를 했죠. 또한, 잠을 잘 때도 축구공을 3~4개씩 끌어안고 잘 정도로 정말 좋아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그는 타 초등학교 감독님과 만나게 되고 축구선수와 일반인의 삶. 그 운명의 기로에서 선택을 하게 된다.

"초등학교 3학년 어느 날이었어요. 점심시간에 친구들과 축구를 하고 있었는데 다른 학교 축구부 감독님께서 부르시더니 같이 축구를 해보자고 하셨죠. 당시 다니고 있던 학교(여주 초등학교)는 축구부가 없었는데 부모님을 설득해서 결국 이천 남 초등학교로 전학을 가게 되었죠."

젊은시절 황금세대로 불린 풍생고에서의 아련한 추억

그는 풍생고의 전성기를 이끈 황금 세대 중 한 명이다. 홍철, 한그루, 장석원 등과 함께 흔히 말하는 '잘나가는 풍생고의 아이들' 출신이다. 그리고 2006년 풍생고에서의 활약으로 U-19 대표로 선발되기도 했다.

"그때는 제가 잘했다기보다는 끊임없이 노력하는 스타일의 선수라서 좋게 봐주신 선생님들이 기회를 주셨던 것 같아요."

그리고 고등학교 시절의 추억거리를 얘기하다가 평소 친하게 지내던 고등학교 1년 후배들과의 재밌는 일화가 나왔다.

"고3 때 주장을 맡았어요. 그런데 우리 3학년은 아주 착했는데 홍철을 포함한 1년 후배들이 게임을 아주 좋아해 밤마다 나가곤 했죠.저는 당시 3학년이라 몸 관리를 열심히 하고 있었고 일찍 잠이 드는 편이었어요. 그리고 그들은 12시가 지나면 제 침대를 보고 잠이 들었는지 확인을 한 후 행동(?)으로 옮기곤 했어요. 그러던 어느 날, 그나마 저를 잘 따르던 후배 (장)석원이가 저를 깨워서 애들이 전부 나갔다고 얘기를 해주더라고요. 그리고 밤새도록 불을 켜고 기다렸습니다. 정말 홍철과의 에피소드는 시작하면 끝도 없어요."

그의 입가에 흐뭇한 미소가 흘렀다.

또한, 그는 고등학교 시절 은사인 조관섭 감독을 자신의 멘토라고 하며 존경심을 표현했다.

"고등학교 은사님인 조관섭 선생님은 아버지 아닌 또 다른 아버지세요. 방황도 하고 힘든 시기를 겪을 때 축구도 축구지만 저를 인성적으로 가다듬어 주셨어요. 쉽게 말해 사람이 될 수 있게 해주셨죠. 지금도 존경하고 있고 연락도 자주 드리고 있습니다."

친한 친구들, 후배들과의 추억이 있는 풍생고, 그리고 성남에 대해 그는 이렇게 말했다.

"중학교 때부터 성남 일화 유니폼과 트레이닝복을 입었어요. 그리고 신태용 감독님이 선수로 계실 때부터 볼 보이도 했죠. 그래서 그런지 가끔은 성남이라는 도시 자체가 제게는 추억이 담겨 있어요. 그러나 성남은 제게 있어서 아름다운 추억일 뿐 지금은 저의 꿈을 위해 제주도에 왔고 제주에서 팬들에게 좋은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목표에요."

그의 말투에서 벌써 제주 사나이 다운 다부진 모습이 뭍어난다.

2009년 U리그 최우수선수 배일환, 2010년 드래프트, 그리고 제주 유나이티드

배일환은 2009년 신연호 감독이 이끄는 단국대를 U리그 초대 챔피언에 올리는 데 혁혁한 공공을 세웠다. 그리고 그 활약을 인정받아 MVP까지 받게 됐다.

"제일 처음 떠오른 생각은 '우와…, 나에게도 이런 날이 오는구나!'였어요. 당시 3학년이었는데 당연히 4학년 선배들이 받을 줄 알았죠. 팀이 위기에 처했을 때마다 득점에 성공하기는 했지만, 운이 좋았던 것 같아요."라며 겸손한 모습을 잊지 않았다.

작년 11월 9일 서울 홍은동 그랜드 힐튼 호텔에서는 K리그 2011 신인선수 드래프트가 열렸다. 그리고 드래프트에서는 K리그 사상 최다인 499명이 지원했는데, 15개 구단은 1순위부터 6순위까지 총 60명을 선발했다. 또한 번외지명으로 52명이 발탁됐다. 그리고 배일환은 오반석, 안종훈, 강민성과 함께 제주 유나이티드에 지명되며 새로운 출발을 맞게된다.

"그 당시 기분이 아주 묘했어요. 제주라는 강팀에 가서 '내가 과연 살아남을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었고 기대 반 두려움 반이었죠."

배일환은 제주에 오기 전부터 제주 유나이티드 입단을 꿈꿨다. "작년에 시합이 있어 제주를 방문했는데 그때 처음 제주의 경기를 보게 되었어요. 그리고 경기를 보며 '나도 저런 패스 위주의 재밌는 축구를 해보고 싶다.' 라는 생각이 들었고 배우고 싶었어요."라고 말했다.

그는 제주 유나이티드라는 팀에 대해 굉장히 만족하고 있었다. "제주가 정말 마음에 들어요. 클럽 하우스만 하더라도 대한민국뿐만 아니라 아시아에 내놔도 부족하지 않은 시설이죠. 훈련 시설과 시스템 등 운동선수가 운동하기에는 최고로 좋은 곳이 아닌가 싶어요."라고 전했다.

"언젠가는 저에게도 기회가 찾아오겠지요. 항상 준비하고 있습니다."

김은중, 강수일, 신영록, 산토스 등 쟁쟁한 공격수들이 즐비해 있는 제주에서 배일환은 좀처럼 1군 출장 기회를 잡기가 어려웠다.

그래서 주로 R리그에서 활약하며 경기 감각을 유지했고 득점 또한 자주 기록하는 등 찾아올 기회에 대비하고 있었다. 그리고 기회는 찾아왔다. 올해 6월 29일, 러시앤캐시컵 8강전 수원과의 경기에서 그는 기다리고 기다리던 데뷔전을 갖게 되었다.

후반 35분 심영성과 교체 출장하여 그에게 주어진 시간은 단 10분이었지만 팬들에게 인상적인 모습을 보여주기에는 충분했다. 맨유의 웨인 루니가 라이벌 맨시티와의 경기에서 터트린 환상적인 바이시클킥을 떠올리게 하는 배일환의 슛은 비록 골이 되지는 않았지만 많은 팬들의 뇌리에 깊은 인상을 남겼다.

"데뷔전이었으며 관중도 많아 긴장 할 줄 알았는데 전혀 떨리지가 않았어요. 프로 데뷔 후 정신적으로 힘든 시기를 겪었는데 그것이 제 모습이 아니란 것을 증명하고 싶었죠. 그리고 주변에서 데뷔전 치고는 잘했다고 칭찬을 해주셨는데 솔직히 제 경기력이 마음에 들지는 않았어요. 더 잘할 수 있었는데…"라며 아쉬움을 감추지 못했다.

배일환은 자신의 장점을 과감한 슈팅이라고 말했다.

"슈팅을 많이 하는 편이에요. 학창시절, 집에 가서 쉬라고 해도 쉬지 않고 슈팅 연습을 했어요. 그리고 후배 골키퍼에게는 미안하지만 나와서 막으라고 했을 정도였죠."라고 말했다. 그리고 그는 장난기 가득한 얼굴로 "또한 '국가대표 홍철'이라고 감히 입에 담을 수 없는 선수가 있는데 그 선수와도 같이 호흡을 맞추며 연습을 했어요. 그 덕분에 U리그 결승전 때 결승골도 나왔던 것 같아요."라고 전했다.

"은중이형의 모든 것을 배우고 싶어요"

배일환이 가장 닮고 싶어하는 선수는 누구일까? 정답은 팀내 최고참이자 얼마 전 울산과의 경기에서 K리그 사상 4번째로 50-50 클럽에 가입한 살아 있는 전설. 김은중

"가장 닮고 싶은 선수는 은중이 형이에요. 정말 많이 보고 배우고 있어요. 선수로서 나이가 있는데도 불구하고 리그 최정상 공격수잖아요. 또한, 언론의 중심이 되는 선수는 지금까지 쌓아온 것도 있겠지만 여전히 잘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그리고 은중이 형은 모범적이기까지 하죠. 득점도 꾸준히 하고 있고요."라며 생활하는 것부터 말투, 걸음걸이까지 모두 다 배우려고 노력 중이라고 말했다.

그리고 그는 루니, 테베즈, 아게로 등을 좋아하는 스타일의 선수로 꼽았다. 그들은 저돌적인 플레이를 한다는 공통점이 있었다. 배일환은 자신도 그들처럼 저돌적이고 강한 체력으로 경기장을 휘젓고 다닐 것이라며 포부를 밝혔다.

배일환의 목표와 팬들에게 전하는 한 마디

제주는 이번시즌 6강 플레이오프 진입에 실패했다. 작년 2위에 비하면 안타까운 성적이다. 제주의 AGAIN 2010을 위해서는 배일환 등 팬들에게 익숙하지 않은 선수들도 언제나 출전을 대비해 몸을 만들어 놓아야 한다. 그리고 두터운 선수층을 유지해야만 좋은 성적을 유지할 수 있을 것이다.

"처음 제주에 올 때는 은중이형, 영록이형 등 대단한 선배들이 많아 기회를 많이 부여받지 못하리라는 것을 예상하고 있었어요. 그러나 지금은 열심히 하다 보면 또 다른 공격옵션이 될 것으로 생각하고 있어요. 지금은 배우는 단계이기 때문에 혹시나 기회가 주어진다면 그라운드에서 지금껏 보여주지 못한 것들을 좀 더 확실하게 보여주겠다는 생각밖에 안 하고 있어요."

마지막으로 배일환은 K리그 흥행을 위해서 팬들에게도 한 마디 전했다. 방송에서 유럽 리그 중계를 많이 해주고 있고 자신도 즐겨본다는 그는 "K리그도 경기장에 직접 찾아오면 정말 재밌어요. 특히 제주 유나이티드의 경기력은 최근 주춤하고 있지만 '정말 K리그 팀인가?'라고 할 정도로 재밌을 것입니다. 또한, 2군 선수들을 포함해 경기에 자주 나서지 못하는 선수들 중에서도 재능 있는 선수들이 많아요."라며 선수들에게 관심을 가져 달라고 부탁했다.

아름다운 섬 제주에서 아름답게 날아오를 준비를 하는 배일환, 그의 저돌적인 돌파와 과감한 슈팅을 팬들은 언제나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약력]배일환 축구선수 출생 1988년 7월 20일 (만23세) | 용띠, 게자리 신체 키180cm, 체중75kg 데뷔 2010년 '제주 유나이티드 FC' 입단 소속 제주 유나이티드 FC 공격수(FW) 학력 단국대학교

getembk@twitt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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