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신영록은 지금 시간과의 싸움중

이경헌 2011. 5. 19. 1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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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탈코리아=제주] 이경헌 기자= 깊은 잠에 빠진 신영록(24, 제주)이 어서 빨리 기지개를 켜고 우리 곁으로 돌아올 수 있을까.

신영록은 지난 8일 대구 FC와의 경기 도중 부정맥에 의한 심장마비(추정)로 쓰러져 저체온수면상태에서 치료 중이다. 의료진은 지난 14일 오전부터 신영록의 상태가 호전되자 수면안정제 투여를 멈추고 정상 체온으로 끌어 올려 의식 회복 관찰에 들어갔다.

그리고 열흘 만에 긍정적인 신호들이 포착되기 시작했다. 신영록은 18일 밤 10시부터 외부의 소리를 듣고 눈을 깜빡이기 시작했다. 뇌파검사상에 간질파는 완전히 사라졌고 동공 반사와 외부 자극에도 정상적인 반응을 보였다. 당시 면회 중이었던 어머니 전은수씨(49)의 목소리를 듣고는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신영록의 쾌유를 바라는 가족과 팬들의 기대가 컸던 것은 당연지사. 그러나 기대감이 컸던 만큼 아쉬움도 컸다. 의료진을 따르면 현재 신영록의 뇌 활동은 당초 기대와 달리 의식 회복이 아닌 깊은 수면상태에 빠진 것으로 보인다. 쉽게 말하면 신체 반응은 정상적이지만 의식이 있는 것은 아니다.

신영록의 주치의인 전종은 제주한라병원 신경과과장은 "외부 자극에 반응하고 눈물을 흘렸다고 하지만 이 사실에 크게 동요할 필요는 없다. 의학적으로 볼 때 아직 완전히 의식을 찾은 게 아니기 때문이다. 수면상태에서 보이는 느린 뇌파가 지속적으로 발견되고 있다. 쉽게 말하면 신영록은 깊은 수면상태에 있다"라고 주위의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하지만 크게 실망할 필요는 없다. 상황은 여전히 희망적이다. 신영록은 뇌에 심각한 손상을 입어 모든 인지 기능이 소실된 '식물인간' 상태가 아니다. 특히 신체적 리듬이 정상적이고 뇌간(숨골)을 포함한 뇌 전체에 걸쳐 커다란 손상을 입지 않았기 때문에 신체와 뇌 기능을 연결하는 각성 중추가 제대로 반응할 경우 의식을 회복할 가능성이 크다.

링에서 쓰러져 두 달 동안 혼수상태(Coma) 상태에 빠졌던 미국 프로복서 오스카 디아즈 역시 사고 원인은 다르지만 이와 비슷한 케이스다. 디아즈는 2008년 데빌 로드리게스와의 전미복싱협회(USBA) 타이틀매치 10회전 도중 TKO패를 당한 직후 자신의 코너에서 쓰러졌다. 그는 병원으로 후송돼 응급수술을 받았지만 의식을 잃고 말았다. 하지만 의료진은 디아즈의 뇌손상이 심각한 수준이 아니기 때문에 조만간 깨어날 것이라고 예측했고 실제 디아즈는 두 달 만에 의식을 되찾았다.

그러나 희망과 함께 간과하지 말아야 할 것은 지금의 상태가 수일 내 좋아질 수도 있지만 이 경우는 흔치 않고 대부분 적지 않은 회복기간이 소요된다는 사실이다. 또한 의식 회복 관찰 과정에서 최악의 상황으로 치닫게 하는 합병증의 원인을 찾아 치료하고 재발을 막아야 한다. 김상훈 제주한라병원 대외협력처장은 신영록의 현 상태를 명확히 하기 위해 한 가지 비유를 사용했다.

"신영록은 잘 가다가 갑자기 멈춘 자동차와 같습니다. 다시 시동을 걸기 위해서는 이곳저곳 잘 살핀 뒤 원인을 파악하고 꼼꼼히 수리해야죠. 신영록의 의식 회복 과정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았습니다. 폐렴 증세와 전해질 불균형 등 합병증을 유발하고 치료를 방해하는 암초를 제거하면서 의식 회복의 경과를 지켜보는 것이죠. 그렇기 때문에 의식 회복에는 몇 일, 수 주, 수 개월이 걸릴 수도 있어요. 아무도 회복 시기에 대해서 장담할 수 없어요."

결국 신영록은 시간과의 싸움을 시작한 셈이다. 그러나 우리는 확신한다. 그가 깊은 잠을 자는 건 아직 끝나지 않은 경기를 위한 긴 준비일 뿐이라고. 그렇지 않으면 우리가 아는 신영록이 아니다. 그리고 지금도 악몽의 그라운드 위에서 기적의 '골인'을 꿈꾸는 그의 쾌유를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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