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신영록 위해 하나된 제주, 그 뒤엔 감동이 있었다

이경헌 2011. 5. 12. 0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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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탈코리아=제주] 이경헌 기자= 모두가 손꼽아 기다렸던 기적은 끝내 일어나지 않았다. 하지만 제주유나이티드는 병상에 누운 팀 동료 신영록(24)을 위해 하나가 됐고 이들의 열정은 경기장을 찾은 팬들의 가슴을 뜨겁게 울렸다.

제주는 11일 제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멜버른 빅토리(호주)와의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E조 조별리그 최종전을 치렀다. 이날 제주는 반드시 멜버른을 꺾고 감바 오사카가 톈진 테다에게 비기거나 져야만 16강 진출에 성공할 수 있었다. 경기 전까지 제주는 감바에 승점 1점을 뒤진 3위였다.

그야말로 실낱 같은 상황에서도 제주는 희망을 버리지 않았다. 병상에 누운 채 누구보다 간절한 기적을 꿈꾸는 신영록을 위해 또 다른 기적인 ACL 16강 티켓을 선물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신영록은 지난 8일 대구 FC와의 경기 도중 부정맥에 의한 심장마비(추정)으로 의식을 잃고 쓰러졌다.

하지만 이날 신영록의 심장은 제주와 함께 뛰었다. 구단은 '일어나라 신영록~ 그대의 심장은 제주와 함께 뛴다!'라는 대형 걸개를 준비했고 제주 서포터스는 "신영록! 우리의 심장을 너에게 바친다'라는 현수막과 함께 신영록의 유니폼을 난간에 내걸었다. 이를 지켜본 제주 선수들은 눈물을 머금은 채 축구화 끈을 질끈 동여맸고 경기장에는 신영록의 쾌유를 비는 팬들의 간절한 바람이 메아리쳤다.

김은중이 전반 25분 선제골을 터트릴 때만 해도 제주의 기적은 실현되는 듯 했다. 김은중은 페널티 박스 왼쪽에서 박현범의 로빙패스를 가슴으로 트래핑한 뒤 왼발 발리슛으로 멜버른의 골망을 흔들었다. 그리고 곧바로 중계 카메라를 향해 달려가 유니폼 상의를 걷어올렸다. 그의 흰색 언더셔츠에는 '일어나라, 영록아'라는 글귀가 적혀 있었다. 신영록의 쾌유를 비는 감동의 골 세리머니였다.

그러나 먹구름이 잔뜩 낀 날씨처럼 경기는 제주의 뜻대로 진행되지 않았다 . 후반 15분 멜버른의 디에고 페레이라에게 통한의 동점골을 내줬고 감바는 30분 먼저 시작한 톈진과의 맞대결에서 후반 29분 엔도 야스히토의 프리킥골과 경기 종료 직전에 터진 우사미 다카시의 페널티킥 골을 앞세워 2-0 승리를 거뒀다. ACL 16강 진출의 가능성이 사라진 순간이었다.

비록 경기는 끝났지만 여운은 진하게 남았다. 물론 기다리고 기다렸던 기적은 일어나지 않았다. ACL 16강 진출이라는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지 못했지만 제주 선수들은 끈끈한 동료애를 확인하며 이에 못지 않은 소중한 추억을 품에 안았다. 팬들도 오랫동안 경기장을 떠나지 않고 신영록의 이름을 외치며 병상에 누운 신영록과 실의에 빠진 제주 선수단에 힘을 실어주었다.

경기 후 박경훈 감독과 제주 선수들은 신영록의 쾌유를 기원하는 모든 이들에게 감사를 표했다. 박경훈 감독은 "경기 전 멜버른 단장이 신영록의 쾌유를 바라는 메시지를 보내줬다. 굉장히 감동적인 내용이었다. 이것이 바로 스포츠가 아닌가 싶다. 전세계적으로도 영록이가 그라운드 위에 다시 서고 싶어한다는 걸 보고 가슴이 벅찼다"라고 말했다. 신영록을 위해 감동의 세리머니를 펼친 김은중도 "경기 내내 영록이가 병상에서 다시 일어날 수 있도록 마음 속으로 기도했다"라고 흐느꼈다.

승리를 얻어내는 것은 모든 스포츠의 궁극지향이다. 하지만 사람들이 스포츠를 좋아하는 이유는 승리 보다 더욱 깊은 감동이 있기 때문이다. 이날 제주 선수들이 신영록을 위해 흘린 거짓 없는 땀과 열정은 병상에 누운 신영록이 다시 일어나야 할 이유를, 그리고 또 다른 기적을 꿈꾸게 만들어 준 아름다운 도전이었다. 그리고 신영록이 다시 그라운드로 돌아오는 그 날까지 이들의 외침은 끊이지 않을 것이다. '일어나라 신영록, 그대의 심장은 제주와 함께 뛴다!'

사진제공=제주유나이티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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