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강수일 "뼈저린 후회, 깊은 반성" 새출발 다짐

이정찬 2010. 12. 29. 09: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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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간스포츠 이정찬]

"절대 있어서는 안 될 일을 저질렀습니다."

정말 그랬다. 인천 유나이티드의 강수일(23)은 지난달 프로 스포츠 선수로서 해서는 안 될 일을 벌였다. 시즌이 한창인데 동료 선수와 새벽까지 술을 마셨고 행인과 시비도 붙었다. 새로 부임한 허정무 감독은 물론 그를 믿었던 구단 관계자들의 실망은 이루 말할 수가 없었다. '혼혈인'이라는 편견 속에 오로지 축구 선수의 꿈만을 꿔왔던 그였다.인천은 그에게 임의탈퇴라는 중징계를 내렸다. 그리고 두 달 정도 시간이 지났다. 인천은 그에게 다시 한 번 기회를 주기로 했다. 징계를 풀고 다른 팀에서 만회할 수 있는 길을 열어줬다. 강수일은 "아무것도 없던 시절, 인천 유나이티드의 선수가 되겠다고 마음먹었던 그때, 초심으로 돌아가겠다"며 입술을 굳게 다물었다. 강수일은 새출발을 앞두고 있다.

- 11월 2일 이후 어떻게 보냈나.

"정말 깊이 뉘우쳤다. 그날 그 자리에 내가 있어서는 안 됐다. 그동안 지켜봐 주셨던 분들께 도무지 어떻게 사죄의 말씀을 드려야 할지 모르겠다. 경찰서와 병원을 오가며 큰 잘못을 저질렀다는 것을 몸으로 느꼈다. 한동안은 주변과 연락을 끊고 방에서 나오지 않았다. 다시 시작하려 했지만 어떤 것도 손에 잡히지 않았다. 그렇게 시간을 보내다 보름 전부터 운동을 시작했다. 내가 만회할 길은 똑바로 사는 모습을 보여드리는 방법밖에 없다고 생각했다."

- 다시 떠올리기 괴롭겠지만 그날 일은 어떻게 된 것인가.

"변명하고 싶은 생각은 추호도 없다. 다 내 잘못이다. 누구보다 친구 이세주에게 미안하다. 초심을 잃어서 벌어진 일이다. 2007년 처음 인천에 와서 테스트를 받을 때의 마음을 잊고 지냈다. 당시 테스트를 받은 뒤 문학 경기장 사우나에 앉아 '이 팀의 선수만 된다면 죽어라 열심히 하겠다. 이곳에서 매일 목욕할 수 있다면 더 바랄 것이 없겠다'고 다짐했었는데…. 뭐라도 된 마냥 착각했던 것 같다. 정신이 나약해졌었다."

11월 2일 인천 연수경찰서는 술에 취해 다른 일행과 멱살잡이를 한 혐의(폭행)로 강수일과 이세주를 불구속 입건했다.

- 다문화 가정 어린이축구단을 후원하는 등 사회적 이미지가 좋았기에 더 충격이 컸다.

"그들에게 꿈이 됐어야 하는데…. 지난주 안산 할렐루야축구단의 M키즈(다문화 어린이) 축구교실 연말 행사에 가서도 아이들이 노래부르는 모습만 뒤에서 지켜보다가 발길을 돌렸다. 내가 보여줘야 할 모습은 이런 게 아니라는 것을 또 느꼈다. 아이들이 웃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찾아가서 놀아주고 아이들에게 희망이 될 수 있으려면 내가 바뀌어야 한다."

- 효심이 깊은 것으로 알고 있다. 부모님께서도 충격이 크셨을 텐데.

"어머니께서 건강이 좋지 않으신데 이 일로 마음 고생을 하셨다. 일이 있은 뒤 집에 갔더니 아버지가 우시더라. 어머니께서도 많은 눈물을 흘리셨다고 들었다. 내가 다시 술을 입에 갔다 대면 인간도 아니다. 이런 일이 다시는 없을 것이며 좋은 모습으로 부모님께 행복을 드리겠다."

그는 주한 미군 아버지와 한국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다. 강수일은 프로가 된 뒤에도 용돈 30만원 정도를 뺀 연봉 전액을 허리디스크로 고생하는 어머니께 보낼 정도로 효심이 지극하다. 그는 "어머니께서 건강을 많이 회복하셨다. 새아버지와 함께 화목한 가정을 이루고 있다"고 말했다.

- 프로 선수로서 꿈을 이뤘던 구단 인천을 떠나게 됐다. 그동안 응원해준 인천팬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아무것도 없는 나를 받아주셨다. 그분들 덕분에 태어나서 처음으로 응원을 받았다. 어느 팀에 가든 좋은 모습으로 보답하겠다. 축구 사랑하는 마음, 인천을 향한 마음을 계속 보여주셨으면 좋겠다."

- 내년 시즌 목표가 있다면.

"지금 내게 '몇 골을 넣겠다'는 식의 다짐은 의미가 없다. 더 많은 활동량과 좋은 움직임을 보여드리겠다. 처음 인천의 문을 두드리던 그때의 마음으로 돌아가 최선을 다한다면 다시 일어설 수 있을 것 같다."

이정찬 기자 [jayc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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