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성근, 프로축구선수에서 생물선생님으로

입력 2009. 6. 25. 16:38 수정 2009. 6. 25. 16: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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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거제 고현중의 생물선생님으로 재직 중인 임성근 씨(46)는 독특한 이력의 소유자이다. 진주고와 경상대를 졸업하고, 1987년부터 88년까지 K-리그 팀인 럭키금성(현 서울)에서 볼을 찼다. 프로 데뷔연도인 1987년에는 11경기에 출전해 1골을 기록하는 등 활약을 펼쳤다. 허리 디스크로 일찍 은퇴한 그는 1989년 9월부터는 거제 연초중에서 생물선생님으로 새로운 인생을 시작했다. 그리고 어느덧 20여년의 세월이 흘렀다.

프로축구선수에서 생물선생으로 변신한 임성근 ⓒ스포탈코리아

"경상대 생물교육과를 다닐 때 교사자격증을 따놨었어요. 국립대라 학교에서 수업을 다하고, 오후에 훈련을 하곤 했었죠. 현역에서 은퇴한 후에 고향 진주에 내려와서 공부를 하다가 연초중에 발령을 받아서 생물 선생으로서의 새 삶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연초중을 시작으로 거제도에서만 20년이 넘는 세월을 보낸 그는 생물 선생 뿐 아니라 학생들의 축구 선생님으로도 꾸준한 활동을 펼쳤다. 비록 축구와 떨어져 새로운 삶을 시작해야했지만, 축구에 대한 애정과 열정은 여전히 남아있었기 때문. 그는 20여년의 교직생활 내내 학생들의 축구 도우미로서 활동하면서 축구와의 연을 이어가고 있었다.

"축구에 대한 미련은 계속 있었습니다. 대학 시절부터 허리 디스크가 있었는데, 축구를 하고 싶다는 일념으로 견뎌냈었죠. 우연히 럭키금성의 눈에 띄어서 월급을 받고 프로선수생활을 하게 됐는데, 여전히 허리가 좋지 않았고 실력도 모자라서 오래 있지는 못했어요."

"사실 축구선수를 하다가 생물 선생님을 하는 것 자체가 쉬운 일은 아니었어요. 공부를 다시 시작한다는 것이 처음에는 많이 힘들었죠. 그런데 선생님이 되기 위해 준비하면서 공부하는 동안 축구할 때처럼 열정을 갖고 임했고, 부족한 부분을 보완해 나갔어요. 그 과정을 통해 뭐든지 할 수 없는 일은 없다는 교훈을 새삼 깨닫게 됐죠.(웃음)"

"은퇴 후에 교직 생활을 하면서도 축구에 대한 애정은 여전했기 때문에 취미 삼아 학생들을 대상으로 축구를 지도했죠. 이 아이들이 축구선수가 되지는 않더라도 나중에 사회에 나가서도 축구를 즐길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주고 싶었습니다. 이런 것이 축구의 저변을 넓히는 일이니까요."

거제 고현중 축구부원들과 함께 ⓒ스포탈코리아

본연의 역할인 생물 선생님 뿐 아니라 축구 선생님으로서도 활동하면서 그는 좀 더 체계적으로 지도할 수 있는 역량이 필요하다는 것을 느꼈다. 그래서 2008년에 대한축구협회(KFA) 3급 지도자 코스를 이수했고, 당당히 합격했다.

"3급 지도자 과정을 통해 너무 많은 것을 배웠습니다. 이도영 강사님과 박경훈 보조강사님이 담당자이셨는데, 그 분들의 열정과 가르침에 감사드려요. 그 과정을 이수하면서 제가 옛날에 배웠던 것과는 너무나 많이 달라지고 발전했기에 깜짝 놀랐던 기억이 납니다. 축구를 다시 알았다는 것이 너무 기뻤어요."

임성근 씨의 꿈은 거제도에서 제대로 된 유소년 클럽을 운영해보는 것이다. 생물 선생님을 하면서 학생들에게 축구를 틈틈이 가르치는 것도 보람 있는 일이지만, 이제는 좀 더 전문적으로 유소년 축구 선수들을 육성해보고 싶은 욕심이 생겼다고 한다. 현재 거제도에는 정식 축구팀이 있는 학교가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 1팀씩(장승포초, 연초중, 거제고)밖에 없고, 지도자 자격증을 지닌 코치가 가르치는 유소년 클럽이 전무한 상태이다. 그렇기에 그는 거제 축구의 저변을 좀 더 넓히고 싶다는 희망을 피력했다.

"현재 거제도는 유소년 축구가 활성화되어있지 않아요. 정식 축구팀도 적은데다가 유소년 클럽들도 KFA 지도자 자격증을 지닌 분들이 없어요. 결국 팀간 연계가 제대로 되지 않은 채 선수들이 중간에 사라져버리는 경우가 많았죠."

"사실 교직생활을 하면서 제대로 된 유소년 축구 육성을 하는 것은 여러 면에서 힘들어요. 그래서 몇 년 후에라도 기회가 된다면 교직을 그만두고 유소년 아이들을 전문적으로 가르치고 싶습니다. 어찌 보면 3급 지도자 자격증을 딴 것도 그 일환이기도 해요. 축구에 대한 관심과 꿈이 있는 학생들을 체계적으로 지도해서 그 중에 좋은 축구선수가 나올 수 있게 이끌어주는 것이 제 꿈입니다."

인터뷰=이상헌

* 대한축구협회 기술보고서인 'KFA 리포트' 6월호 '화제의 인물' 코너에 실린 인터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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