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다워의 축구다워] 팬들의 도 넘은 실력행사, 구단은 울고 싶다

정다워 2013. 10. 10. 16: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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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풋볼리스트] 2경기 동안 홈팀 응원석 폐쇄, 제재금 500만 원까지. FC안양이 최근 서포터즈가 일으킨 경기 후 소요사태로 인해 받은 중징계 내용이다.

지난 6일 안양 서포터 30여 명은 경기를 마치고 퇴근길에 나선 원정팀 충주 험멜 선수단이 탄 버스를 막아섰다. 오후 6시 무렵 시작된 이들의 집단 행동은 무려 3시간 30분 가까이 이어졌다. 이들은 충주와 안양 양 구단 관계자들의 만류에도 개의치 않았다. 안양의 오근영 단장까지 나섰지만 소용이 없었다. 결국 출동한 경찰이 중재에 나선 오후 9시 30분이 넘어서야 버스는 출발할 수 있었다.

사건의 발단은 충주의 공격수 정성민(24)의 골 세리머니에서 시작됐다. 정성민은 안양을 상대로 선제골을 넣은 후 세리머니를 펼쳤다. 안양 응원석을 응시하며 손바닥을 위로 하고 팔을 들어보였다. 이어 선수들과 회포를 푼 뒤 손가락을 머리 옆에서 돌리는 세리머니였다. 안양 서포터 측에서는 정성민의 세리머니가 자신들을 조롱한 것이라고 해석하며 분노했고, 결국엔 상대팀 버스를 막아서는 실력행사를 했다.

충주의 한 관계자는 "정성민에게 확인할 결과 절대 그런 의도가 아니었다. 선수가 무의식적으로 한 행동이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지난번 부천FC와의 경기에서도 똑같은 세리머니를 했다. 평소 즐겨하는 제스쳐지, 결코 안양 서포터들을 향해 한 게 아니다. 오해가 있었던 것 같다"며 한숨을 쉬었다. 실제로 정성민은 지난 29일 부천전에서도 같은 세리머니를 펼쳤다. 그 경기에서 3골을 넣었는데, 골을 넣고난 뒤 3번의 세리머니 모두 동일했다.

안양은 서포터즈의 집단 행동을 막지 못한 책임으로 중징계를 받았다. 한 직원은 10일 오후 사건 해명을 위해 경찰서까지 가 조사를 받았다. 올 시즌 잔여 홈 경기에서는 경찰 병력까지 동원해야 한다. 500만원이라는 금액은 예산이 넉넉치 않은 K리그 챌린지 구단에게 제법 큰 돈이다. '생돈'을 허공에 날림 셈이다. 여러모로 팬들이 구단에 '민폐'를 끼쳤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안양 서포터즈는 여전히 강경하다. 프로축구연맹에 정성민을 제소하라는 입장을 내세우고 있다. 안양은 난감하다. 세리머니를 자세히 살펴봤지만 큰 문제를 발견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서포터즈의 요구를 수용할 근거가 여러모로 부족하다.

안양 서포터즈가 문제를 일으킨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6월에도 부천과의 경기가 끝난 후 원정팬들과 물리적인 충돌을 일으켰다. 당시에도 프로축구연맹은 원인 제공자에 대한 출입 제한 조치와 제재금 500만원의 징계를 내렸다. 공식 징계는 없었지만 앞선 4월에도 광주FC 팬들과 대립했다. 잘 알려진 사건만 해도 벌써 세 번째다.

안양은 수년간 팬들이 땀을 흘린 덕에 연고이전으로 인해 팀을 잃은 과거의 아픔을 딛고 새롭게 태어났다. 그만큼 큰 사랑을 받고 있다. 평균 관중이 2,000여 명에 달한다. K리그 챌린지에서 상위권에 속하는 숫자다. 구단주인 최대호 시장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고 있다. 성적도 나쁘지 않다. 구단은 몇 년 안에 K리그 클래식에 승격하겠다는 꿈도 갖고 열정을 불태우고 있다.

서포터즈의 도를 넘어선 행동은 구단에 어떠한 도움도 되지 않는다. 오히려 성장에 방해만 될 뿐이다. 이런 일이 반복되면 안양이란 팀에는 곱지 않은 낙인이 찍힐지도 모른다. K리그 챌린지, 그리고 안양은 이제 막 발걸음을 뗐다. 열정적인 팬들은 고맙지만, 과격한 팬들은 앞으로 나아가려는 리그와 구단의 발목을 붙잡는 반갑지 않은 존재다.

글= 정다워 기자

::: 정다워는 풋볼리스트 취재팀의 막내다. 하지만 막내답지 않은 눈썰미와 통찰력을 지녀 선배들을 긴장시킨다. < 정다워의 축구다워 > 는 K리그 클래식과 챌린지, 국내축구와 유럽축구를 가리지 않는 저돌적인 칼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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