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jury Time-'오늘' 잘 나가는 서울이 그리는 '내일'

조회수 2013. 9. 26. 18:41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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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스트 일레븐)

요즘 K리그 클래식에서 제일 잘 나가는 팀, FC 서울이다. 지난 시즌 K리그 클래식 챔피언 서울은 시즌 중반만 하더라도 흔들리며 제대로 된 위용을 뽐내지 못했다. 최용수 감독부터 막내 선수까지 그렇게 떨쳐내고자 노력했지만 '우승' 후유증에 시달리며 가진 힘을 다 보이지 못한 것이다. 그랬던 서울이 달라지기 시작한 것은 날이 더워지면서다. 서울은 지난여름부터 서울은 철저한 자기반성 끝에 챔피언으로서 가졌던 모든 것을 내려 놨다. 그리고 처음부터 다시 시작했다.

결과는 훌륭했다. 시즌 중반부터 연승을 시작한 서울은 K리그 클래식에서 어느덧 승점 50점(14승 8무 6패) 고지에 오르며 4위를 달리고 있고, 2013 AFC(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에서(ACL)는 준결승까지 진출해 1차전을 2-0으로 승리해 결승 진출에 유리한 고지를 점령했다. 특히 지난 25일 서울 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4강 첫 경기 에스테그랄(이란)전에서는 데얀과 고요한이 릴레이 골을 터트리며 달라진 서울의 힘을 과시했다. 지금 상태라면 올 시즌 서울은 K리그 클래식과 ACL 우승이란 두 마리 토끼 사냥에 성공할 가능성이 꽤 크다.

이렇게 잘 나가고 있는 서울을 칭찬해야 할 것이 또 하나 있다. 1군 스쿼드가 훌륭한 경기력을 발산하며 빼어난 성적을 내고 있는 이면이다. 서울은 현재 기존 클럽 산하 유스팀 운영과는 좀 다른 개념으로 미래의 전사들을 육성하고 있다. 그저 선수들만 육성하는 게 아니다. 3년, 혹은 그 이상을 내다보며 서울을 사랑하는 팬을 늘리기 위한 작업을 대단히 도전적이고 진취적으로 해나가고 있다. 얼핏 보면 흔한 유스팀 육성 얘기지만, 찬찬히 살펴보면 다른 팀들도 배워야 할 게 많이 있다. 어쩌면 이 방법이 이 땅의 프로축구를 살리는 일일 수도 있겠다. 지금부터 서울이 하고 있는 일을 꼼꼼하게 읽길 권한다.

'FOS팀', 과연 무엇일까?

"현재 K리그 클래식 구단들은 모두 산하 유소년팀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형태는 조금씩 다릅니다. 수원 삼성의 경우 선수 육성을 위주로 하고 있고, 인천 유나이티드는 반대로 취미 형태의 보급반이 주를 이루고 있죠. 전북 현대는 취미와 육성반이 모두 있지만 그 규모가 크진 않고요. 그런데 우리 FC 서울의 경우는 조금 다릅니다. 접근 방법 자체가 달라요."

인사를 나누고 자리에 앉자마다 쏟아내듯 말을 내뱉었다. 하고 싶은 말이 많은 것 같았다. 그만큼 외부에는 잘 알려지지 않은, 그래서 제대로 알리고 싶다는 느낌을 받았다. K리그 클래식 팀들의 유소년 시스템 전반에 관해 확 꿰고 있는 듯, 정갈하고 빠른 언변을 보인 이 사람은 바로 이재학 씨다. 그는 FC 서울 미래기획단 'FOS(Future Of FC Seoul)'팀에서 부장을 맡고 있다.

여기서 잠시 미래기획단에 대해 설명하고 넘어간다. 미래기획단은 2012년 2월 20일 출범했다. 한국 축구 레전드 중 한 명인 최순호 대한축구협회 부회장이 단장으로 활동하고 있는 미래기획단은 유망주 조기 발굴과 전문 시스템을 통해 FC 서울 및 한국을 대표하는 선수 육성을 목표로 내걸고 탄생했다. 기존 각 구단 산하 유소년 클럽보다 한 단계 발전한 형태의 시스템이다.

그렇다면 FOS팀은 무엇일까? FOS팀은 미래기획단 내에서도 가장 핵심적 구실을 하는 곳으로 단순히 선수 육성이 목적이 아니다. 이 땅의 축구 문화를 송두리째 바꾸는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곳이다. 축구 문화를 송두리째 바꾼다는 거창한 말에 다소 거부감을 느낄 수도 있겠다. 그러나 지금부터 소개할 그들의 프로젝트를 유심히 읽는다면 거부감은커녕 신세계를 만난 듯 놀라울 것이다.

엘리트 육성과 저변 확대

FC 서울이 통째로 바꾸려는 이 땅의 축구 문화에 대해 상세히 소개하기에 앞서 그들의 유소년 시스템에 대해 이해할 필요가 있다. 현재 FC 서울은 U-14·U-16·U-18팀 등을 산하 유소년 시스템 범주에 포함시키고 있다. 그리고 체계적 선수 육성을 위해 연령별로 별도의 학교를 지정하지 않고 오산 중·고등학교(오산학원) 한곳에서만 선수를 수급 받고있다. '인성'이 바른 인재를 키우고자 하는 오산학원과 반듯한 축구 선수 육성을 목적으로 하는 FC 서울의 이해가 맞아떨어져 맺어진 관계다.

그래서 오산학원 연령별 유소년팀에 소속된 선수들은 축구만 하지 않는다. 모든 학사 일정을 소화하면서 축구를 함께 배운다. 공부를 잘해야 축구도 잘할 수 있기 때문이고, 행여 중간에 축구를 관두더라도 큰 문제없이 사회 구성원으로 살아갈 수 있어서다. 이렇게 FC 서울은'U-18 팀은 고등학교, U-15 팀은 중학교'라는 기존 공식을 깬 새로운 형태의 유소년 시스템을 가동하고 있다.

그리고 오산학원에서 축구 선수가 되는 과정을 성실히 이수한 선수들 중 뛰어난 능력을 보인 이들은 유소년 시스템 최상위에 있는 U-21(2군) 팀으로 올라가 본격적으로 프로축구 선수를 준비하게 된다. 스페인 FC 바르셀로나나 잉글랜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처럼 엘리트 유소년 시스템을 FC 서울이 도입해 진행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FOS팀의 구실은 무엇일까? FOS팀은 FC 서울이 갖고 있는 산하 유소년 시스템과는 별개로 운영된다. FOS팀의 표면적 목표는 기초부터 프로까지 누구나 쉽고 즐겁게 축구를 배울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이에 FOS팀은 올해 초부터 서울시를 네 개 권역으로 나눠 축구 교실을 운영하고 있다. 노원구·동대문구·성북구·중랑구가 중심이 된 북부 권역, 강남구·강동구·서초구·송파구가 주축인 동부 권역, 관악구·강서구·금천구·동작구·영등포구가 모인 남부 권역, 그리고 서울 월드컵경기장을 중심으로 마포구·서대문구·종로구 등을 아우르는 서부 권역이 바로 그것이다.

권역마다 축구 특성을 살린 독특한 이름도 있다. 북부 권역은 용기를 가리키는 'Brave'란 영어를 써서 'Brave Yard', 동부 권역은 지혜를 뜻하는 'Wise'란 영어를 사용해 'Wise Yard', 남부 권역은 강력함을 뜻하는 영어 'Powerful'을 접목시켜 'Powerful Yard', 서부 권역은 이 모든 것이 하나로 어우러져 훌륭한 팀워크를 발휘한다는 의미로 'One Teamed Yard'라 명명됐다. 권역별로 나뉜 팀에는 누구나 들어와 축구를 할 수 있다. 현재는 U-12팀과 U-14팀만 운영되고 있지만, 곧 가장 아래 단계인 U-10팀이 창단될 예정이다. 그리고 U-16팀과 U-18팀까지 창설해 권역별로 각각 다섯 개의 유소년 팀을 만들 계획이다.

'FOS팀' 무엇이, 어떻게 다른가?

FC 서울이 운영하고 있는 두 개의 유소년 시스템, 오산학원과 FOS팀에 대한 대략적 이해가 끝났다면 이제 본격적으로 두 유소년 시스템 중 FOS팀이 추구하는 게 뭐가 다른지를 설명한다. FC 서울이 'Feture Of FC Seoul'이란 멋스런 이름까지 붙여 가며 FOS팀을 운영하고 있는 가장 근본적 이유는 축구 문화의 패러다임을 바꾸고자 하기 때문이다. 글 서두에 소개했던 이재학 FOS팀 부장의 말을 다시 빌린다.

"축구 선수를 육성하기 위한 유소년 시스템은 현재 대한민국 곳곳에 퍼져 있습니다. 최근에는 취미로 하는 유소년팀을 늘려 단순한 선수 육성 목적이 아닌 전체적 저변 확대를 꾀하는 곳도 있지만 그 수는 미미합니다. FC 서울이 FOS팀을 운영하는 가장 궁극적 목표는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선수가 목적이 아닌 취미로 즐기고 싶은 이들을 그라운드로 끌어내 축구의 전체적 저변을 확대하겠다는 것입니다."

무슨 말일까? 통상적으로 프로축구팀이 유소년팀을 운영하는 목적은 두 가지다. 하나는 엘리트 선수 육성이고, 다른 하나는 저변 확대다. 그런데 FOS팀은 이 중 저변 확대에 초점을 맞췄다. 여기까지는 특별함을 발견하기 어렵다. 그런데 접근 방법이 달랐다. 단순히 축구를 좋아하는 유소년을 모으는 것에 그치지 않았다.

그들이 프로 출신 선수들에게 직접 축구를 배울 수 있는 교육의 장을 제공하는 것은 물론이고, 평소에 하지 못했던 각종 체험의 장을 만들어 피부 깊숙하게 축구가 스며들도록 기획했다. 그래서 FOS팀이 운영하는 권역별 유소년팀에 들어간 아이들은 FC 서울 선수 클리닉, 클럽 하우스 방문, 프로 선수 체험, 선수와 만남, 홈 경기 이벤트 참가 및 체험 등 축구장에서 축구를 배우는 것 외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을 통해 축구를 흡수하도록 만들었다. 축구를 생활 속 일부로 녹아들게 하기 위해서다.

미래를 준비하고 있는 서울

2013년 6월 기준으로 FC 서울 미래기획단에 속한 FOS팀이 운영하는 유소년 축구 교실에 참여하고 있는 인원은 약 3,000명이었다. 이 시스템이 지난해 기획돼 올해 초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됐음을 감안하면 실로 놀라운 속도의 발전이다. 그런데 FOS팀이 목표로 내건 수치는 더 어마어마하다. 그들은 올 연말까지 서울시 네 개 권역에서 축구와 뒹굴 아이들의 수를 7,000명으로 늘린다는 계획을 잡았다. 반년도 채 안 되는 시간 동안 3,000명을 모았으니 불가능한 수치는 아니다. 그리고 3년 내 1차 목표로 정한 2만 명을 채우겠다고 자신했다.

그런데 무조건 사람만 많이 모집해서 될 게 아니었다. 그들이 뛸 운동장이 있어야 할 게 아닌가? 그래서 FOS팀은 서울 시내 곳곳에 잇는 학교, 시·구유지, 공원 중 어린이들이 축구할 수 있는 곳을 확보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그 결과 지금까지 총 서른아홉 곳을 찾는 데 성공했다.

FOS팀은 최근 자료 하나를 내놨다. 서울시와 일산·의정부·구리 등 접근이 용이한 경기도 일부 지역 어린이 중에서 자신들의 유소년 시스템 범주에 들어올 수 있는 최대 수가 5만 명가량 된다는 것이다. 그 기점을 전후로 들고 난 어린이들까지 더하면 그 수는 더 늘어난다. 그리고 그 아이들의 부모와 친구까지 계산하면 최소 10만 명이 넘는 이들이 FC 서울을 경험하게 된다.

그렇다. FC 서울이 FOS팀을 신설한 것은 결국 잃어버린 '팬'을 되찾기 위해서였다. 어렸을 때부터 FC 서울과 함께 자란 이들이 성인이 되고 부모가 됐을 때를 대비해 막대한 자금을 투자하면서 이 일을 시작한 것이다. FC 서울은 이 일이 프로축구를 살리는 방법이 될 것이라고 믿고 있다. 그리고 언젠가는 자신들이 걸은 이 성공적 길을 다른 프로축구 구단들도 걸었으면 좋겠다고 바랐다. 한국 축구의 아름다운 미래를 그리는 이 일을 말이다.

글=손병하 기자(bluekorea@soccerbest11.co.kr)사진=베스트 일레븐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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