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경원, 공 뺏는 게 가장 즐거운 전북의 신인 [인터뷰]

2013. 5. 10.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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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SEN=완주, 허종호 기자] 권경원(21, 전북 현대)은 단순하다. 그렇게 생각을 한다. 그렇다고 나쁜 뜻이 아니다. 복잡하게 생각하지 않고 자신이 할 것을 제대로 수행한다는 뜻이다. 오죽하면 상대 선수로부터 공을 뺏는 것이 가장 좋다고 한다. 임무가 수비이니 공을 뺏는 것이 가장 좋은 것이다. 복잡하게 생각할 필요가 없다.

이런 권경원을 보고 파비오 전북 감독 대행도 칭찬을 아끼지 않는다. 권경원 앞에서는 혼내기에 바쁘지만 돌아서면 "단순(simple)하게 공을 찬다. 말로는 단순하지만 축구를 단순하게 한다는 건 쉽지 않다. 그런데 권경원은 정말 단순한 플레이로 그라운드를 누빈다. 일반적인 선수들은 하기 힘든 플레이"라고 칭찬한다.

▲ 프로선수가 될 줄 몰랐다

권경원은 청소년 대표팀 경력이 없다. 프로선수라면 한 줄 정도 있을 법 하지만 전무하다. 물어보니 중학교에서 고등학교를 진학할 때 권경원을 찾아준 학교가 없었다고 한다. 당시 키는 169cm. 신체조건이 좋지도 않은 선수를 데려갈 팀은 없었다. 권경원은 "프로 선수가 되는 건 꿈도 꾸지 못했다. 원하는 고등학교를 찾지 못해서 부모님께서 심판으로 진로를 바꾸는 건 어떻게냐고 물어보실 정도였다. 간신히 부모님을 설득해서 브라질로 1년간 유학을 다녀왔다. 그게 축구인생의 전환점이 됐다. 브라질에서는 하루에 축구를 4번 해도 힘들지 않았다. 169cm였던 키도 184cm까지 컸다. 한국으로 돌아온 이후 테스트를 통해 2학년 때 영생고(전북 유스팀)에 뽑히게 됐다"며 전북과 인연을 맺게 된 배경을 설명했다.

▲ 목표가 겨우 두자릿수 출전?

권경원은 현실적이다. 올해 목표가 전북에서 두 자릿수 출전이었단다. 그는 "신인상처럼 비현실적인 것은 생각도 안했다. 난 청소년 대표팀에서 한 번도 뛰지 못했다. 그러다 보니 현실적으로 목표를 잡은 것 같다. 그리고 전북에서 신인선수가 살아 남는 걸 잘 보지 못해서 그런 것 같기도 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상황이 변했다. 어느덧 전북 미드필더진의 한 자리를 꿰찼다. 주전이라고 부를 수는 없지만, 2군이라고 볼 수도 없다. 로테이션 시스템에 당당히 이름을 올리고 있는 것이다. 고교 때 볼보이로 경기를 봤을 때까지도 전북 선수로 뛴다는 생각을 못했다는 권경원은 "이제는 경기에 나가서 기쁘다는 생각보다 내가 뛰면서 출전하지 못한 형들의 빈 자리를 다른 사람들이 느끼지 못하게 하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다른 사람이 날 보면서 '불안하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으면 한다. 또한 내가 지금 뛰는 이 한 경기가 다음 경기 출전의 기회를 주고, 이 한 경기로 내가 바뀔 수 있다고 생각하니 더 열심히 뛰게 된다"고 말했다.

▲ 공을 뺏는 게 즐겁다

권경원의 수비 능력은 무시할 수가 없다. 189cm의 장신임에도 100m를 12초5에 돌파한다. 빠르다고 할 수는 없지만, 결코 느리다고 할 수 없다. 게다가 활동량도 많다. 가공할 득점력을 지난 서울과 경기서 수비 능력은 빛을 발했다. 권경원은 놀라운 집중력으로 상대의 공격을 차단하며 전북의 무실점을 이끌었다. 그렇다면 지금까지 권경원이 상대한 공격수들 중 가장 힘들었던 상대는 누굴까? 권경원은 잠깐의 망설임도 없이 "광저우 에버그란데의 다리오 콘카다. 경기를 하기 전까지는 똑같은 사람이 잘한다고 해봤자 얼마나 잘하겠어라는 생각을 했는데, 경기에 들어가니 콘카가 내 움직임을 보지도 않고 경기를 했다. 놀라웠다"며 "공을 뺏는 걸 가장 좋아한다. 광저우와 경기를 하기 전 연봉이 150억원이 넘는 콘카의 공을 뺏어보자라는 생각을 하고 들어갔는데 결국에는 뺏지 못했다. 한 번은 뺏기를 했지만 반칙이 선언돼 실패했다. 공을 뺏지 못해 아쉬웠다"고 전했다. 하지만 권경원의 활약에 전북은 광저우 원정을 0-0으로 마쳐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16강에 올랐다.

▲ 식당을 장식하고 싶다?

10경기 이상을 뛰는 게 목표였던 권경원도 이제는 눈을 높여가고 있다. 전북의 모든 선수들이 목표라고 말하는 우승이다. 권경원은 자신이 우승의 주역이 되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지 않다. 이번에도 현실적이다. 단순히 전북의 일원으로서 지금까지 한 번도 해보지 못한 우승이라는 경험을 하고 싶다는 것이다. 그는 "밥을 먹으러 식당에 가면 형들이 우승컵을 들어 올릴 때의 사진이 있다. 형들의 표정을 보면 다들 행복해 하고 멋있다. 그걸 보고 있으면, 다음 사진에 나도 그런 표정으로 웃으면서 함께 하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그런데 권경원에게 아낌 없는 조언을 해주는 김상식이 한 마디를 했다고 한다. "우승 그거 뭐 있냐. 하고 싶으면 하는 거지"라고. K리그 우승만 5번이나 한 베테랑다운 말이었다.

sportsher@osen.co.kr

< 사진 > 전북 현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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