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파일] 이영표의 은퇴기자회견에는 눈물이 없었다

풋볼리스트 2013. 11. 14. 1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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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풋볼리스트] 취재팀= 축구 선수에게 더 이상 뛰지 못한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할까? 자신의 선택에 의해서든, 타인의 강요에 의해서든 축구화를 벗는다는 것은 자신의 정체성에 가장 큰 혼란을 가져다 줄 결정이다. 그 때문인지 은퇴를 발표하는 자리에서 대부분은 선수들은 축구에 바친 자신의 삶, 노력을 회상하며 눈물을 보인다.

이영표는 14일 서울 신문로에 위치한 축구회관에서 은퇴기자회견을 가졌다. 이미 마지막 소속팀인 메이저리그사커의 밴쿠버화이트캡스에서 은퇴식을 치르고 귀국한 그지만 한국에서 갖는 은퇴에 관한 기자회견 역시 의미가 있었다. 한국을 대표해 온 축구선수로서 한국 축구를 대표하는 장소에서 갖는 은퇴기자회견은 대미를 장식하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하지만 그는 기자회견 내내 눈물을 보이지 않았다. 이운재, 안정환, 송종국 등 최근 은퇴한 비슷한 세대의 선수들이 하나같이 눈물을 흘린 것과는 다른 모습이었다. "왜 눈물을 보이지 않느냐"는 질문을 받았을 때도 그는 웃음 지었다. 그리고 담담히 답했다.

"6년 전부터 은퇴할 지를 놓고 고민했다. 은퇴를 준비하는 내내 너무 많이 울었다. 혼자서 울었다. 아쉬워서 흘린 건 아니었다. 너무 감사해서 울었다. 너무 많은 분들에게 도움을 받았는데 그만큼은 도움을 누군가에게 주지 못해서 미안하다는 생각에 가족 몰래 눈물을 흘렸다. 미안하고 감사한 마음이 들었다. 그 전에 울어서 이 자리에서 울지 않는다."

이영표는 세계 최고의 리그라는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의 토트넘 홋스퍼에서 뛰던 당시 이미 자신의 은퇴에 대한 계획을 세우고 있었다. 30대에 접어든 시점이었다. 계획이 컸던 만큼 준비해야 할 것도 많았다. 이영표는 이미 수년 전부터 축구 행정을 전문으로 하는 일을 염두에 두고 있었다.

이영표는 스스로 말했듯이 은퇴가 하나의 감사의 표현이기도 했다. 또한 해방감을 주는 선택이기도 했다. 축구선수로 매일 찾아오는 육신의 고통에서 자유로워졌기 때문이다. 그는 "하기 싫어도 해야 하고, 거기서 오는 고통이 엄청났다. 지금은 면역이 됐지만, 운동을 할 때 감내해야 했던 고통을 선택권 없이 받아들여야 했다. 이제는 선택권을 갖고 피할 수 있어서 기쁘다"고 말했다.

체력적인 문제가 있어서 은퇴하느냐는 질문에는 "동료들은 왜 은퇴를 하냐고 내게 물었다. 나는 내 체력이 떨어지고 있다는 걸 알았지만 동료들은 눈치채지 못했다. 동료들이 인지하면 그때는 늦었다고 생각한다. 지금이 가장 적절한 은퇴 타이밍이라고 생각했다"며 자신의 결정의 배경을 설명했다.

후회나 아쉬움은 없었다. 자신을 도와준 많은 이들에 대한 감사 표현이 있을 뿐이었다. 눈물 대신 웃음과 여유가 있었던 은퇴기자회견이었다. 마무리를 준비해 온 충분한 시간이 있었기에 이영표의 은퇴기자회견은 다른 선수들의 그것과는 달랐다.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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