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핫라인] 'U-19 우승 주역' 장슬기·이금민, "日 잡고 우승 확신했다"

정다워 2013. 10. 22. 1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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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풋볼리스트] 정다워 기자= 정성천(42) 감독이 이끄는 한국 19세 이하(U-19) 여자축구국가대표팀은 지난 11일 중국 난징에서 벌어진 '2013 아시아축구연맹(AFC) U-19 여자 챔피언십'에서 우승을 차지했다. 1차전에서 개최국 중국과 무승부를 기록했지만 그 뒤 네 경기에서 미얀마와 일본, 북한, 그리고 호주를 모두 꺾었다. 대회 우승으로 U-19 여자대표팀은 내년 8월 캐나다에서 열리는 '2013 국제축구연맹(FIFA) U-20 여자월드컵' 출전권을 손에 넣었다.

팀의 주장이자 중앙공격수인 장슬기(20, 강원도립대)는 5경기에서 무려 8골을 폭발시키며 대회 득점왕과 최우수선수(MVP), 2관왕에 올랐다. 측면공격수로 활약한 이금민(20, 울산과학대)도 2골을 넣으며 우승에 힘을 보탰다. 2011년 U-19팀에 처음 합류한 이들은 이제 대표팀의 주축으로 우뚝 섰다. 금메달을 목에 걸고 21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입국한 두 선수를 '풋볼리스트'가 만났다.

우승 메달을 들고 돌아왔다. 예상했던 일인가?

장슬기(이하 장): 중국에 갈 때도 우승은 꼭 한다는 마음가짐으로 갔다. 감독님도 우승이 목표라고 계속 이야기하셨다. 대부분 선수들이 낙천적이라 즐겁게 갔다.이금민(이하 이): 나는 조금 달랐다. (우승하고픈) 마음은 있었는데 우리가 다른 팀들에 비해 잘한다는 생각은 없어서 확신하지는 못했다.

첫 경기가 중국전이었다. 가장 힘든 경기였을 것 같은데.

이: 긴장을 정말 많이 했다. 우리가 팀에서 선배인데 긴장을 했다. 나는 공을 잡는 게 무서웠다. 공도 안 보고 막 다녀서 애들이 뭐라고 하기도 했다. 진짜 너무 힘든 경기였다. (풋: 그래도 골 넣지 않았나?)골을 넣어서 진짜 다행이지 못 넣었으면 큰 일 날 뻔 했다.(웃음)

우승을 확신한 순간은 언제였나?

이: 3차전에서 일본을 이겼을 때다. 일본이 우리보다 못하는 팀이 아니다. 우리보다 잘하면 잘하지 못하지 않는다. 그런데 우리가 이겼다. 사실 기술에선 밀렸다. 하지만 우리가 더 많이 뛰었다. 체력적으로 우위를 점해 승리할 수 있었다. 일본을 잡으니 우리가 우승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금민은 출국 전에 일본은 꼭 이기고 싶다고 다짐했었다.

이: 다들 어렸을 때부터 역사를 많이 공부하지 않았나. 옛날에 일본이 우리 조상님들을 많이 괴롭힌 걸 수업 시간에 배웠다. 그래서 어떻게 해서든지 반드시 이기고 싶었다. 일종의 복수(?) 같은 거다. 진짜 너무 이기고 싶었다. 내가 기독교인이라서 이 경기를 앞두고 이기게 해달라고 기도를 많이 했었다.

북한전은 어땠나? 특별한 경험이었을 것 같은데

장: 일본을 잡은 상황이라 자신감이 크게 올라온 상태였다. 그렇다고 해서 우리가 자만하거나 방심한 건 아니었다. 꼭 이긴다는 마음으로 경기를 치렀다. 신기한 건 같은 나이라고 하는데 외모만 보면 우리보다 언니 같더라. 그래서인지 조금 위축되기도 했다. 그래도 플레이는 우리가 더 언니 같이 했다.

두 선수는 단연 대표팀의 주포다. 호흡은 잘 맞는 편인가?

장: 사실 호흡을 맞출 시간이 부족했다. 훈련할 때까지만 해도 호흡이 잘 안 맞아 걱정했었다. 근데 첫 경기인 중국전에서 발이 진짜 잘 맞았다. 금민이가 주면 내가 그냥 받는 데 서 있었다. 서로 대화를 하거나 사전에 짠 것도 아닌데 궁합이 잘 맞아서 우리도 진짜 신기했다.이: 슬기는 머리가 은근히 좋다. 똑똑한 면이 있다. 공을 받을만한 곳에 항상 자리를 잡고 있다. 그래서 호흡을 맞추기가 어렵지 않다. 신기한 건 슬기는 평소에는 털털한데 득점할 때 보면 진짜 침착하다. 그리고... 예쁘다.(웃음)

2011년에 U-19 대표팀에 선발됐다. 이제 2년이나 지났다. 언니가 되니 제일 다른 게 뭔가?

이: 사실 어릴 때는 언니들이 하는 대로 했다. 분위기 파악만 잘 하면 되니까 힘든 일이 별로 없었다. 이제는 책임감이 생긴다. 그라운드에서 엄청 예민해진다. 더 어려운 것 같다. 가끔 힘들 땐 (김)아름 언니가 생각난다. 책임감도 있고, 후배들을 혼내면서도 편안하게 해주는 묘한 매력이 있었다.

이금민이 보기에 장슬기는 어떤 주장인가?

이: 슬기는 후배들한테도 장난을 엄청 많이 친다. 그래서 후배들이 좋아하고 잘 따른다. 그렇다고 해서 마냥 편한 선배인 것도 아니다. 진지할 땐 진지해서 후배들이 무섭게 생각하기도 하는 것 같다. 내가 보기에는 좋은 주장이다.

장슬기는 이번 대회에서 득점왕에 MVP까지 수상했다. 책임감이 더 클 것 같은데?

장: 부담이 되기도 한다. 그런데 내가 상을 받은 건 동료들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월드컵에서도 나 혼자 잘한다는 생각보다는 하나의 팀으로 상대해야 한다. 세계 무대에서 내가 그렇게 돋보일 수 있을지도 잘 모르겠다.

이제 월드컵 준비를 해야 한다. 세계적인 팀들을 상대할 텐데?

이: 모든 팀들을 만나도 설렐 것 같다. 사실 나는 지금도 외국인들을 만나면 떨린다. 이번 대회에서도 외국인들을 상대하니까 계속 떨렸다. 월드컵 자체로도 정말 많이 기대가 된다.

보완할 점은 뭐라고 생각하나?

이: 훈련을 더 많이 해야 할 것 같다. 특히 이번 대회에서는 우리가 효율적인 축구를 못 한 것 같다. 많이 뛰기만 했지 지능적으로 플레이를 했는지는 의문이다. 난 골문 앞에서의 플레이가 부족하다. 침착하지 못한 것 같다.장: 같은 생각이다. 우리 플레이가 아시아에서는 통할지 모르겠지만 월드컵에서는 더 강한 팀들을 상대해야 한다. 이제는 지능적인 플레이를 더 해야할 것 같다. 세밀하게 축구를 해야 세계 무대에서도 통하지 않을까 싶다. 개인적으로 나는 압박을 당하는 상황에서 침착하지 못하다. 특히 볼터치가 부족하다. 보완해서 월드컵에 도전하고 싶다.

이번 대회에서 우승까지 했는데 여자축구에 대한 관심은 여전히 떨어지는 것 같다. 아쉽지 않은가?

장: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한다. 사실 언니들도 그렇고 우리들도 그렇고 어렸을 때부터 여자축구에 관심을 갖게 하려고 많은 어필을 했었다. 그래도 나아지지 않는 게 사실이다. 투자나 지원도 확실히 부족하다. 아쉽지만 개선하기 쉽지 않을 것 같다.이: 슬기랑 생각이 다르지 않은데 그래도 일단은 우리가 더 노력하는 게 우선이라고 생각한다. 우리는 그저 우리가 할 일, 좋은 성적을 내고 열심히 축구를 해야 하는 입장이다. 불평할 건 없다고 본다.

10일이 넘게 집을 떠나 있었다. 피곤할 것 같은데 집에 가면 뭘 가장 먼저 하고 싶나?

장: 맛있는 걸 먹고 싶다. 대회 치르는 동안에도 잘 먹었다. 근데 이제는 고기를 좀 구워 먹고 싶다. 배고프다.이: 난 놀고 싶다. 애들 만나서 놀기로 했다. (풋: 뭐하고 놀 건가?)건전하게. 학생답게. 그렇게 놀 거다. 자세한 건 비밀이다.

사진 설명= 사진 1. U-19 챔피언십 우승의 주역 이금민(왼쪽)과 장슬기(오른쪽), 사진 2. MVP와 득점왕을 들어올린 장슬기 (출처=풋볼리스트, 대한축구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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