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FT가슴팍도사: 조용형, "팀 미팅 가면 나 혼자 기다린다"

2013. 8. 5. 13: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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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포투] 한국 축구의 때론 '핫'하고 때론 '쿨'한 인물들을 '가슴팍 도사' 김현회가 만난다. 독자들이 궁금해 하는 이가 있다면 어디든 달려가 날카로운 질문을 던지려 한다. 이번 호에서는 2010 남아공월드컵 허정무호의 주전 수비수였지만 카타르 진출 후 우리의 관심에서 다소 멀어진 조용형을 직접 만났다. 지금부터 '가슴팍 도사' 김현회와 함께 조용형을 샅샅이 파헤쳐 보자. 팍팍!

여기가 혹시 가슴을 열기도 전에 모든 걸 꿰뚫어 본다는 가슴팍 도사댁이 맞나? ***가슴팍 가슴팍팍. 가슴팍 가슴팍팍. 천기누설 가슴팍!

아니 중동에서 지금 떼돈을 벌고 있는 조용형이 무슨 고민이 있어 날 찾아 왔나? ***축구는 익숙한데 지난 5월에 태어난 아들 키우는 건 아직도 서툴다. 우리 아들을 잘 키울 수 있는 방법에 대해 조언을 듣고 싶어서 가슴팍 도사를 찾아 왔다.

어허, 아직 미혼인 나에게 육아법을 묻다니…. 어찌 됐건 고민 해결을 위해 최선을 다해보겠다. 일단 당신이 어떤 사람인 지부터 한 번 알아보고 시작하자. ***이름 조용형. 2005년 부천SK에 입단해 '제2의 홍명보'라는 기대를 한 몸에 받았던 그는 2008년 허정무 감독의 부름을 받고 대표팀 유니폼까지 입게 됩니다. 하지만 국내 팬들에게는 수비 불안이라 하여 '자동문'이란 별명을 얻었습니다. 이런 비난에도 불구하고 조용형은 2010년 남아공 월드컵 전(全) 경기에 출전해 한국의 원정 첫 16강 진출을 이끌었습니다. 월드컵 후 카타르의 알 라얀으로 이적한 조용형은 2년 후 스페인 라리가의 말라가 진출 약속까지 받아냈지만 이게 어찌된 일인가요. 2년이 지난 지금 조용형은 아직도 카타르에 있습니다. 어찌 됐건 '자동문'이라는 비난을 실력 하나로 극복하고 중동에서 한국 축구를 알리며 올 시즌 팀을 카타르 국왕컵 우승으로 이끈 조용형은 욕심쟁이 우후훗!

일단 요새 근황부터 들어보자. ***내가 시즌 중이어서 카타르에 있어 5월 15일에 아내 혼자 한국에서 아들을 낳았다. 지난 5월 21일 시즌을 마치고 한국에 와 아기만 돌보고 살았다. 아기 보고 집안일 하면서 휴가를 다 보냈다. 총각 때였으면 신나게 놀고 스트레스도 풀고 했을 텐데 이제는 가정에 충실해야 한다. 몸은 좀 피곤했지만 새로운 가족이 생겨 무척 행복하다. 그런데 아기 보는 게 왜 이렇게 어렵나. 안고 있으면 떨어뜨릴까봐 겁부터 난다. 발로 하는 축구는 자신 있는데 손으로 아기 안는 건 정말 힘들다. 이번에 기초부터 제대로 배웠다.

알겠다. 카타르에서 3년의 시간을 보냈다. 중동 생활은 만족하나? ***처음에는 막막했다. 언어도 불편하고 중동 특유의 정서도 이해하지 못했다. 구단에 사소한 부탁을 하면 해결하는데 한두 달은 족히 걸린다. 빨리 해결해 달라고 보채면 그 사람들은 "인샬라"라고만 한다. '하늘의 뜻에 맡긴다'는 의미라는데 답답해 죽는 줄 알았다. 그런데 이제는 어느 정도 그들의 문화에 적응했고 편하게 생활하고 있다. 날씨도 6개월은 덥지만 나머지 6개월은 좋은 편이다. 기름 값이 싼 것도 아주 마음에 든다. 내 차에 기름을 가득 채워도 2만 원이면 되는데 한국에 와 자동차에 기름을 가득 채우며 돈이 10만 원이 넘게 들어가는 걸 보고 너무 아까웠다. 중동 사람 다 됐나보다.

한국 선수들의 중동 진출에 대해서는 곱지 않은 시각도 분명히 있다. ***나도 일정 부분 동의한다. 내가 중동에 진출하기 전까지는 나도 마찬가지 생각이었다. 주위에서는 "돈 보고 간다"고 손가락질하기도 했다. 그 지적에 정말 솔직히 대답하고 싶다. 그 말이 맞다. 돈이 아니었으면 중동에 가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축구선수는 선수 생명이 길지 않는데 그 짧은 시간에 돈을 버는 것도 중요하다. 프로선수라면 돈에 따라 움직이는 건 당연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세 시즌 동안 카타르에서 뛰면서 느낀 게 있다면 무엇인가? ***더운 나라여서 그런지 사람들이 '멘탈'이 상당히 약하다, 전 카타르 대표팀 감독이었던 분이 나한테 그런 이야기를 하더라. "애들이 나약하니까 네가 뒤에서 좀 더 헌신해야 한다." 우리 팀 선수들은 감독이 시켜도 자기가 하기 싫으면 안 한다. 오후 세 시에 팀 전체 미팅을 한다고 하면 그 시간에 아무도 안 온다. 나만 와서 혼자 기다린다. 감독도 선수들한테 지각 한다고 혼내지도 않는다. 다음 날 경기인데 자기가 선발 명단에 빠져 있으면 아프다고 핑계 대고 쉬는 선수들도 많다. 돈 많은 왕자들과 친해서 몇 천 평 되는 목장에서 말 타고 놀면서 여가를 보내는 선수들도 많다. 참 여유 넘치는 나라다.

그래서 투지 넘치고 성실한 한국 선수들이 중동에서 사랑 받는 건 아닐까? ***맞다. 그쪽에서는 한국 선수들의 성실함을 굉장히 높게 평가한다. 한국 선수들은 아무리 하기 싫어도 지도자의 말은 무조건적으로 따르고 자기 관리도 철저하다. "한국 선수들은 프로페셔널이다"라는 말을 카타르에서 많이 들었다.

지난 시즌 카타르 국왕컵에서 이정수가 속한 알 사드를 꺾고 우승했다. 느낌이 어땠나? ***정수형네 팀에 레알 마드리드에서 뛰던 라울이 있다. 결승전에서 맞붙었는데 확실히 클래스가 다르더라. 공을 잡아두는 거나 패스를 하는 게 역시 세계적인 수준이다. 적지 않은 나이임에도 그런 플레이하는 모습을 보고는 놀랄 수밖에 없었다.

알 라얀 계약 당시 2년간 활동한 뒤 말라가 진출을 보장 받았던 걸로 안다. 하지만 벌써 당신이 알 라얀에 진출한지도 3년이 흘렀다. ***나도 그렇게 알고 계약을 했다. 2년간 알 라얀에서 뛰고 같은 구단주가 운영하는 말라가에 가는 걸로 계약서까지 썼다. 그런데 아까 말한 것처럼 중동 애들은 일처리가 항상 흐지부지다. 이것도 그냥 "인샬라"다. 그때 딱 생각이 들었다. '아, 이건 도저히 안 되겠다. 가능성이 없는 일이다'라고.

계약서까지 쓴 이상 법적 싸움을 벌이면 당신에게 충분히 승산이 있는 것 아닌가. ***법적으로 싸울 수도 있다. 하지만 내가 그렇게까지 해서 말라가에 간다고 해도 경기에 나선다는 보장이 없다. 아시아 수비수가 유럽에 가서 뛰는 게 쉽지는 않은 일이라고 생각한다. 처음에는 아쉬운 마음이 컸고 내가 올바른 선택을 했는지 잠시 고민하기도 했지만 지금은 그 문제에 대해 마음을 비우기로 했다. 구단과의 사이도 좋고 감독과도 잘 맞는다.

직접 홍명보 감독이 '제2의 홍명보'로 당신을 지목하기도 했는데 대표팀에도 한 번은 부르지 않겠나? ***그건 모르겠다. '제2의 홍명보'라는 수식어를 들을 때는 굉장한 영광이었는데 그건 대표팀 발탁과는 별개라고 생각한다. 나를 필요하다고 생각하면 뽑지 않겠나. 홍명보 감독 연락처도 모른다. 사실 얼마 전 모르는 번호로 전화가 와 "혹시 감독님인가?"라고 잠시 들떴던 적은 있었다. 그런데 스팸 전화였다. 김미영 팀장이었다.

은퇴는 K리그로 돌아와서 해달라는 팬들의 부탁도 많다. ***그렇게 하고 싶다. 마음 같아서는 제주에 돌아가 멋지게 은퇴하고 싶다. 상황이 어떻게 바뀔지는 모르겠지만 지금 마음으로는 마지막으로 K리그에서 팬들에게 인사드리고 싶다.

마지막 질문이다. 앞으로의 목표는 무엇인가. ***어린 시절에는 대표팀 유니폼을 입고 월드컵에 나가는 게 가장 큰 목표였다. 그리고 열심히 해서 그 꿈을 이뤘는데 그랬더니 그 다음 부터는 목표 의식이 사라진 채 살고 있었다. 그런데 이제 다시 대표팀 선수가 아닌 입장이 되니까 그때가 참 좋았던 것 같다. 다시 좋은 모습을 보여서 대표팀에 복귀해 한 번 더 큰 무대에 서보고 싶다.

[가슴팍도사의 고민해결] '국가대표 수비수', 조용형이여 영원하라!아기 키우는 게 고민이라고요? 해결 방법은 간단합니다. 다시 대표팀에 복귀해 승승장구하는 모습을 보여주세요. 그러면 당신이 원하는 더 훌륭한 유럽 구단으로 이적할 수도 있고 부는 물론 명예까지 얻을 수 있을 겁니다. 훗날 아기가 커 아빠가 두 번이나 월드컵 무대에 선 한국 축구의 대표적인 수비수였다는 걸 알게 된다면 그게 바로 진정한 의미의 교육이 되지 않을까요. 아기 안는 게 조금 서툴면 어떻습니까. 지금처럼 그렇게 축구선수로 최고의 모습을 보여주세요. 당신의 손이 아닌 당신의 발로 아기를 키운다고 생각하세요. 다시 한 번 태극마크를 달고 그라운드를 누빌 당신의 모습을 응원하겠습니다. '자동문'에서 이제는 '고장난 자동문'이 된 조용형이여 영원하라! 팍팍!!

글=김현회, 사진=이완복 월드 No.1 풋볼 매거진...포포투 한국판(www.fourfourtw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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