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세훈의 창과 방패] 홍명보 감독, 기성용을 뽑을까

조회수 2013. 7. 4. 19:26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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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명보 감독이 과연 기성용을 뽑을까. 현재 가장 뜨거운 이슈다. 기성용이 SNS 등을 통해 최강희 감독을 비판한 게 계속 드러나고 있다. 물론 기량으로 보면 국내 최고 미드필더임에 틀림없다. 그러나 정신과 마인드가 제대로 무장되지 못하면 오히려 팀에 해가 될 수 있는 것도 사실이다. 지금까지 기성용이 보여준 가치관, 팀워크, 구성원을 대하는 자세는 낙제수준이다.

 홍 감독은 4일 각 언론사 축구팀장들과 간담회를 가졌다. 그리고 그 자리에서 "지금과 같은 기성용이라면 대표선수로 뽑겠나"라는 질문이 나왔다. 잠시 생각한 홍 감독은 아래와 같이 답했다.

"그런 선수를 다루는 건 두 가지 중 하나다. 아예 내치냐, 아니면 맞춰서 쓰느냐다. 둘 중 어떤 게 무조건 옳다고는 볼 수 없다. 그건 기성용도 마찬가지다. 나는 선수들을 뽑기에 앞서 미리 연락한다. 대표팀에 와서는 이렇게, 저렇게 해야 한다는 식으로 미리 이야기해준다. 그리고 대부분 선수들은 거기에 대해 동의했다. 그게 사전 약속이라고 비춰질 수도 있지만 미리 소통하는 것이라고 봐 달라. 여론과 언론이 아무리 비판을 해도 내가 필요하다고 판단하고 내가 그 선수를 컨트롤할 수 있다고 생각하면 뽑는다."

이를 종합한 뒤 기성용에게 적용해 정리하면 기성용과 미리 연락해서 홍 감독이 원하는 모습, 요구하는 준수사항 등에 대해 기성용이 그대로 따르겠다고 한다면 여론과 언론이 반대해도 그를 뽑겠다는 뜻이다.

평소 홍 감독은 선수선발에 대해서 엄청난 자신감을 갖고 있었다. 홍 감독은 "선수들에 대해 나보다 더 잘 아는 사람은 없다. 내가 가장 잘 아는데 다른 누구 의견에 휘둘릴 필요는 전혀 없다"고 말해왔다. 그래서 홍 감독은 2012년 런던올림픽에 앞서 병역회피의혹을 받고 있는 박주영을 안았다. 기자회견에 함께 나오기에 앞서 홍 감독은 박주영과 먼저 만났고 박주영이 올림픽대표팀에 필요한 선수라는 걸 말한 뒤 여론 앞에 나서 병역문제 등과 관련된 공식 인터뷰를 하라고 했다. 그리고 박주영이 원한다면 자신도 함께 인터뷰에 나서겠노라는 말도 했다. 며칠 후 박주영은 홍 감독의 제안을 받아들였고 공식 인터뷰도 했다. 당시 다수 팬들과 적잖은 언론들은 소속팀에도 제대로 뛰지 못하는 박주영을 뽑는 걸 좋아하지 않았다. 그러나 홍 감독은 밀어붙였다. 그리고 런던올림픽에서 동메달을 따낸 뒤 홍 감독은 이런 말을 했다."올림픽을 준비하면서 절대 후회하지 않겠다는 게 내 진짜 목표였다. 선수 선발부터 0.1%도 후회하지 않을 결정을 내렸다는 게 가장 만족스럽다."

홍명보 감독이 당시 박주영을 안는 과정을 보면 앞으로 기성용을 어떻게 대할지, 기성용이 어떤 걸 해야 하는지 짐작할 수 있다.

당시 박주영은 팬들, 언론으로부터는 못마땅한 시선을 받았다. 하지만 선수들은 박주영을 대부분 좋아했다.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첫 번째는 박주영이 2010년 광저우아시안게임 3/4위전 하프타임 때 보여준 모습이 선수들을 감동시켰다. 당시 박주영은 결승에 못가면 소속팀인 AS모나코로 복귀하라는 지시를 무시하고 3/4위전을 뛰었다. 2-1로 뒤진 하프타임. 박주영은 선수들에게 "나도 이렇게 열심히 뛰는데 너희는 왜 안 뛰느냐"며 후배들을 강하게 독려했다. 당시 와일드카드로 아시안게임대표팀에 합류해 병역혜택을 놓친 박주영의 그런 모습은 후배들의 뇌리에 인상적으로 남았다, 또 다른 이유는 너무 현실적인 부분이다. 선수들이 병역혜택을 받으려면 동메달 이상이 필요했다. 그리고 그걸 이루려면 국제무대에서 골을 넣어줄만한 공격수가 절실했다. 그걸 해줄 수 있는 게 박주영이었다. 당시 소속팀에서 제대로 뛰지 못하고 있어도 박주영이 몸을 끌어올리면 역시 K리그에서 조커 등으로 밀려 제대로 뛰지 못하고 있는 김현성 등보다 나을 거라는 기대감이 선수들 사이에 있었다. 물론 홍 감독도 그렇게 생각했다. 즉, 박주영은 ①팀 구성상 필요한 선수였고 ②동료들도 그를 반겼으며 ③다른 경쟁자보다 더 잘 할 수 있다고 판단됐으며 ④그에 앞서 홍 감독과 약속한 걸 이행했기 때문에 컨디션이 좋지 않다는 결정적인 결격사유에도 불구하고 태극마크를 달았다. 그리고 이런 상황은 기성용에게도 비슷하게 적용될 공산이 크다.

기성용은 일단 별다른 문제가 없다면 스완지시티에서 다음 시즌에도 좋은 활약을 보일 것이다. 몸 상태만 좋다면 대표팀에 들어갈 0순위 후보다. 그리고 경기력 측면에서 기성용을 넉넉하게 대체할 수 있는 선수는, 지금으로서는, 뚜렷하게 보이지 않는다. 그렇다면 남은 건 두 가지다. 동료 선수들이 기성용을 반기는가, 그리고 홍 감독과 한 약속을 지킬 수 있느냐다. 전자는 단순히 동료들이 기성용을 좋아하냐, 싫어하냐는 식 인기투표가 아니다. 기성용이 동료들과 하나 된 팀워크를 발휘하면서 대등한 팀원으로 팀에 얼마나 녹아들 수 있느냐를 가늠할 부분이다. 후자는 조직의 보스와 주축 팀원 간 신뢰에 대한 문제다. 즉, 보스가 원하는 세상, 보스가 추구하는 가치관, 보스가 요구하는 역할, 보스가 하지 말라고 그은 선 등을 충실하게 수행하겠다는 서약과 비슷하다고 보면 될 듯싶다.

어쨌든 홍 감독은 적당한 시점에 기성용에게 대표팀 소집에 응할 의향이 있느냐고 물어볼 것이다. 그리고 앞선 여러 가지 전제 조건이 전부 충족되지 않아도 일단 그가 몸 상태가 좋고 대표팀에 뛰고 싶다는 의사를 피력하면 그를 부를 것이다. 그리고 그 때 중요한 건 기성용이 그라운드 안팎에서, 훈련과 경기, 내무 생활에서 어떤 모습을 보여주느냐다. 그게 동료들에게, 홍 감독에게 신뢰를 준다면 기성용은 브라질월드컵에서 태극마크를 달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 때도 별로 달라진 게 없다면, 그래서 동료들과 감독에게 믿음을 주지 못한다면, 월드컵 출전은 쉽지 않을 것이다. 기성용이 브라질월드컵에 뛸 수 있을까, 없을까. 그건 여론도, 언론도, 동료도, 감독도 아니라 궁극적으로는 자기 자신에 달린 셈이다. 홍감독의 평소지론처럼 팀보다 더 위대한 선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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