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8강전 열리던 날 영국 Pub(펍) 가봤더니..

최인수 2012. 8. 5. 1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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훌리건식 응원에 살벌했다

[런던=CBS 최인수 기자]

축구 종주국인 영국에는 이런 농담이 있다. 영국인들이 퇴근 뒤 하는 일은 딱 세 가지인데 축구 보기와 펍(술집)에 가기, 그리고 펍(pub)에 가서 축구 보기라는 것.

영국은 또 훌리건(Hooligan)으로도 유명하다. 훌리건은 축구 경기를 보며 폭력을 휘두르는 광팬을 뜻하는데 영국에서 훌리건 난동으로 원정팬이 숨지는 사고도 종종 발생한다.

4일(현지시간) 저녁 영국 단일팀과 맞붙은 올림픽 축구 대표팀의 8강전을 보기 위해 런던 올림픽파크 인근 펍을 찾았다.

한 교민은 "위험하다. 왜 거길 가냐"고 뜯어말렸고 한인들이 모여 사는 뉴몰든 지역에서도 가봉전과 달리 펍 응원을 자제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더 카우'라는 이름의 펍은 100여명의 축구팬들로 발 디딜 틈이 없었다. 인원을 통제하다보니 입구에서 줄을 서야 했다. 경기 시작을 알리는 휘슬이 울리자 괴성이 터져 나오며 열광적인 응원이 펼쳐졌다.

기다림 끝에 펍 안을 들어서자 영국인들의 따가운 시선이 쏠렸다. 취재기자만이 유일한 한국인이었다. 주문을 마친 뒤 선뜻 주위에 말을 걸지 못하고 주저하고 있는데 오히려 영국인들로부터 '취재'를 당했다.

한 영국인이 "한국에서 왔냐"고 물어왔다. 막 "한국에서 온 기자"라고 대답하려는 순간 프리미어리거 '지동원'이 그림 같은 왼발 중거리포로 영국의 골망을 흔들었다.

펍 분위기는 순식간에 얼음장처럼 얼었고 곳곳에서 살벌한 욕설(F***)이 쏟아졌다.그야말로 '호랑이굴'에 제 발로 들어온 셈이었다.

전반전 패널티킥으로 영국이 동점을 만들었지만 추가 패널티킥이 정성룡의 선방으로 가로막힌 뒤 영국팀의 답답한 경기가 이어지자 영국 팬들은 야유를 쏟아붓는 등 그야말로 광적인 응원의 도가니였다.

심지어는 중계를 하던 BBC 3채널에서는 영국팀에 대해 "실망스럽다. 8강전에 올라온 것도 신기하다"는 해설도 들리는 등 현지 분위기는 그렇게 싸늘했다.

취재기자는 전반전을 마친 뒤 다른 펍의 상황을 보기 위해서라는 명분을 갖고 도망치 듯 펍을 빠져나와 아스날 구장이 있는 하이버리 지역으로 옮겼다.

'더 거너즈'라는 펍의 출입문에는 '홈팬만(Home Fans Only)'이라는 경고 문구가 걸려 있었다.

그런데 의외로 가게 안은 한산했다. 50여 좌석이 있었지만 8명의 동네 주민들이 축구가 아닌 육상경기를 보고 있었다.

실제 이날 영국에서는 축구 8강전 대신 금메달이 유력했던 영국의 육상스타, 제시카 에니스의 경기가 신문 1면을 장식하는 등 온 관심사였다.

'더 카우'에 손님이 몰린 이유도 인근 다른 펍에서는 올림픽 주경기장에서 열리는 육상을 중계했기 때문이었다.

펍의 종업원은 "왜 축구 경기를 보지 않느냐?"는 질문에 "영국 단일 축구팀에 누가 관심이 있느냐"고 말했고 "아스날 경기가 열리는 날이면 100~200여명 정도 오지만 오늘은 아니다"고 냉소적인 반응을 보였다.

클럽 축구 문화의 대명사인 영국에서는 라이언 긱스(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 램지(아스날), 벨라미(리버풀) 등이 함께 뛰는 단일팀에 대한 영국인들의 관심은 이처럼 판이하게 갈렸다.

그 결과일까? 하나된 마음으로 응원했던 한국과 달리 딴마음(?)이 있었던 영국은 승부차기 끝에 4강에 오르지 못하고 결국 런던에 입성하지 못한 채 짐을 싸야만 했다.apple@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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