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범근 "지성이가 은퇴를 합니다. 나는 정말 미안했습니다"

2011. 2. 1. 19:21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CBS 체육부 박지은 기자]

"지성이가 은퇴를 합니다. 나는 정말 미안했습니다"

차범근 전 수원 삼성 감독이 태극마크를 반납한 박지성(30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모습을 통해 느낀 점들을 솔직하게 털어놓은 글이 화제가 되고 있다.

차 전 감독은 1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싸이월드 C로그'를 통해 박지성의 은퇴 소식을 접한 뒤 대표팀 선배로, 그리고 축구 지도자로서 느낀 미안함을 장문의 글로 풀어냈다.

"지성이가 은퇴를 합니다"로 시작하는 이 글에서 차 감독은 "나는 정말 미안했습니다. 부끄럽습니다. 지성이가 은퇴를 한다고 하는 상황은 당연히 해야 하는 책임을 다하지 못한 나 자신의 무능과 무책임함이 그 배경에 있기 때문에 어렴풋이 느끼는 미안함이 아니라 가슴속에 뭔가가 콕 박혀 들어오는 아픔으로 다가왔습니다"라는 자기반성으로 이어졌다.

"무릎에 물이 많이 차는 모양입니다. 무릎을 너무 많이 쓴 것이 그 이유입니다. 그것도 무리하게 어려서부터"라는 말로 박지성의 은퇴 이유를 언급한 차 감독은 "어린 선수들이 그들의 신체적 한계를 넘어서기를 강요당하면서 축구를 합니다. 그 결과 오늘 우리가 그토록 아끼고 자랑스러워 하던 최고의 선수를 겨우 30살에 국가대표에서 은퇴시키는 안타까움 앞에서 멍하게 바라만 보고 있는 것입니다"라며 혹사시킨 무릎으로 인해 대표팀을 떠나게 된 박지성의 모습에 진한 안타까움을 토로했다.

이어 그는 "그동안 내가 한국축구를 사랑한다고 말하고 스스로 믿어왔습니다. 그러나 지성이의 은퇴는 나에게 묻습니다. "한국축구를 아끼고 사랑한다고? 그래서? 후배들에게 해준 게 뭔데?" 나의 용기없음이 비겁함이 부끄럽습니다"며 자성의 목소리로 긴 글을 마무리했다.

차 전 감독은 이 글이 인터넷에서 화제가 되자 곧 글을 삭제했다. 그러나 누리꾼들은 차 감독의 글을 퍼 날랐고 차 감독은 "지워도 남겨지는 흔적에 놀랐습니다"라며 "오늘 우연히 내가 지운 이 글을 인터넷에서 읽었습니다. 놀랐습니다. 그래서 다시 올립니다"라는 코멘트와 함께 다시 게재했다.(이하는 차범근 감독이 C로그에 올린 글 전문)

지성이가 은퇴를 합니다.

아니 한다고 합니다. 많은 생각을 했습니다. 나는 53년에 태어났습니다. 환갑이 별로 많이 남지 않았습니다. 무엇을 했는지 생각했습니다. 부끄럽습니다. 연평도에서 우리 해병 두 명이 세상을 떠났을 때, 나는 정말 미안했습니다. 그래서 얘기했던 기억이 납니다. 분단의 아픔을 물려주어서 미안하다고...

그런데 지성이가 은퇴를 한다고 하는 상황은 당연히 해야하는 책임을 다하지 못한 나 자신의 무능과 무책임함이 그 배경에 있기 때문에 어렴풋이 느끼는 미안함이 아니라 가슴속에 뭔가가 콕 박혀들어오는 아픔으로 다가왔습니다. 무릎에 물이 많이 차는 모양입니다. 무릎을 너무 많이 쓴 것이 그 이유입니다. 그것도 무리하게 어려서부터.

분데스리가 생활을 마치고 돌아왔을 때, 나는 기회가 있을 때 마다 자주 얘기했습니다. 초등학교 어린이들이 유럽의 프로선수들 처럼 무라히게 훈련하면 안되는 문제점을. 초등학교 선수가 기초공부 조차도 하지않고 축구만 하는 나라. 10세도 안되는 선수들도 하루에 세번씩 프로선수들 처럼 훈련을 하는 현실. 정말 가슴이 답답할 정도로 걱정스러웠습니다.

내가 그럴만한 힘을 가지지도 못했지만, 나는 이런 문제들을 적극적으로 바꾸려고 나서지 조차도 않았습니다. 그저 어린이 축구교실을 만들어 즐겁게 축구하는 방법도 있다는 것을 알려준 게 겨우 내가 한 일이었습니다. 그 동안 합숙을 하던 어린 선수들이 불에 타서 세상을 떠나고 지도자에게 맞아서 세상을 떠난적도 있습니다. 우리 아이들이 경험하고 있는 축구는 너무 거칠고 비인간적인 경우가 상당히 많습니다. 잊을만 하면 터지는 축구계 비리는 어린 선수들이 배우는 세상 역시 건강하지 못하다는 얘기입니다. 그러나 나는 아무것도 하지 않았습니다.

그저 공개적으로 글을 써서 몇마듸 하는게 고작이었습니다. 당연히 바꾸어 져야하고 너무 오래된 악습이기 때문에 강력한 방법이 없이는 변화를 할 수 없음을 알면서도 나는 내가 그 일을 하고 싶지는 않았습니다. 욕먹고 싸우고 오해받고... 내가 입어야 하는 이런 상처들을 '꼭 해야할 일' ,'한국 축구에 꼭 필요한 변화'와 바꿀 만큼 나는 용기가 없었습니다.

지난핸가, 지성이가 어딘가에서 스피치를 하면서 우리나라 처럼 맞으면서 축구를 하는 나라는 없다고 했던 기억이 납니다. 많은 얘기를 할 수 있었을 터인데 유독 그 얘기를 햇습니다. 어린 선수들이 그들의 신체적 한계를 넘어서기를 강요당하면서 축구를 합니다. 그 결과 오늘, 우리가 그토록 아끼고 자랑스러워 하던 최고의 선수를 겨우 30살에 국가대표에서 은퇴시키는 안타까움 앞에서 멍하게 바라만 보고 있는 것입니다.

히딩크 감독 때, 선수들의 상태를 체크한 결과 대표팀에서 무릎 발목 상태가 온전한 선수는 두리뿐이라고 했던 기억이 납니다. 당시 팀닥터가 내게 직접 한 말입니다. 두리는 초등학교 축구부 과정이 없이 중학교에 가서야 한국식 축구를 했던 선수였습니다. 내가 축구를 오래 할수 있었던 것 역시 몸관리를 철저하게 했던 이유도 있지만 중학교 3학년이 되서야 축구를 정식으로 시작한 것도 그 이유가 될수도 있을 겁니다. 혹사당하지 않고 유소년기를 보낼수 있었던...

그동안 내가 한국축구를 사랑한다고 말하고 스스로 믿어왔습니다. 그러나 지성이의 은퇴는 나에게 묻습니다. "한국축구를 아끼고 사랑한다고? 그래서? 후배들에게 해준게 뭔데?" 나의 용기없음이 비겁함이 부끄럽습니다.nocutsports@cbs.co.kr

FIFA "지성·영표 은퇴, 한국의 황금세대가 지다"

구자철·손흥민 12일 맞대결?…일단 경쟁부터

'유럽 꿈 이뤘다' 구자철, 독일 볼프스부르크 입단

차두리의 감동 편지 "지성아! 너는 최고야!"

'은퇴' 박지성 "복귀는 없다. 선수 생활은 최소 3,4년 더!"

(대한민국 중심언론 CBS 뉴스FM98.1 / 음악FM93.9 / TV CH 412)< 저작권자 ⓒ CBS 노컷뉴스( www.nocutnews.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Copyright © 노컷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