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 메시' 지소연의 원동력은 '엄마'

김세훈 기자 2010. 7. 18. 1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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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소연(19·한양여대)은 최근 '여자 메시'라는 별명을 얻었다. 161㎝, 50㎏으로 작은 체구에서 나오는 폭발적인 득점력과 화려한 기술이 아르헨티나 축구대표팀 리오넬 메시를 연상시키기 때문이다.

나도 박지성처럼 지소연이 17일 가나와의 20세 이하 여자월드컵 조별리그 2차전에서 1-1 동점골을 넣은 뒤 박지성의 '풍차 세리머니'를 선보이고 있다. 지소연은 14일 스위스전에서 박주영의 '기도 세리머니'를 펼쳤다. 대한축구협회 제공지소연이 독일에서 열리고 있는 20세 이하 국제축구연맹(FIFA) 여자월드컵에서 자신의 가치를 맘껏 뽐내고 있다. 14일 조별리그 1차전 스위스전 해트트릭, 17일 2차전 가나전 2골. 18일 현재 5골로 득점 단독 선두다.

'최연소' '최초'라는 단어가 항상 지소연을 따라다녔다. 2006년 10월 피스퀸컵에서 남녀 대표팀을 통틀어 최연소(15세 8개월)로 A매치에 데뷔했다. 그해 12월 아시안게임 대만전에서는 남녀 대표팀을 합해 최연소(15세 293일) A매치 골을 넣었다. 2008년 뉴질랜드 17세 이하 FIFA 월드컵에서 2골을 기록하며 한국의 사상 첫 8강행을 도왔다.

이번 20세 이하 월드컵에서도 한국이 8강에 오른 것은 처음이다. 스위스전 3골은 FIFA가 주관하는 세계대회에서 한국 선수가 작성한 첫 해트트릭이었다.

지소연은 밝은 표정과 낙천적인 성격을 가졌다. 그래서 그가 불우한 환경 속에서 어렵게 운동하고 있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어머니 김애리씨(43)는 경향신문과의 전화통화에서 "어릴 때 몸이 너무 약해 걱정이 많았는데 소연이는 축구만 하겠다고 고집했다"고 회고했다. 소연이는 여자팀이 없는 이문초등학교에서 사내 아이들과 공을 찼다. 강한 몸싸움 능력도 그때 생겼다.

집안 살림이 넉넉지 않았다. 어머니는 직장생활을 하면서 딸 뒷바라지에 모든 정성을 쏟았다. 결국 경제사정으로 이혼한 뒤 어머니의 짐은 더욱 무거워졌다. 평소 좋지 않던 건강마저 나빠졌다. 김씨는 "자궁암 수술, 난소제거 수술 등 대수술을 4번이나 받았다"면서 "지금도 몸이 좋지 않아 일을 못하고 있다"고 털어놨다.

지소연 가정은 기초생활수급 대상자다. 정부 지원금과 한양여대 이상엽 감독 등 주위 사람들의 십시일반 도움을 받아 생활하고 있다. 김씨는 "그래도 소연이는 당당하고 꿋꿋하게 생활하고 있어 고맙고도 안타깝다"면서 "축구선수로서 꼭 성공해 찜질방이 딸린 집을 사주겠다고 입버릇처럼 말한다"고 전했다.

효도를 하겠다는 지소연의 꿈은 점차 현실화하고 있다. 지소연은 조별리그 최종전 미국전, 8강전 등 최소 2경기는 더 뛴다. 한국이 8강에서 이긴다면 4강전과 결승전(또는 3·4위전) 등 2경기가 더 보장된다. 4강에만 진출하면 득점왕과 최우수선수(MVP)까지 노려볼 수 있다. FIFA가 주관하는 세계 대회에서 한국이 득점왕 또는 MVP가 된 적은 한 번도 없다.

지소연이 둘 중 하나라도 차지한다면 올해 한양여대 졸업반인 그가 꿈꾸는 미국 진출도 성사될 가능성이 높다. 2008년 17세 이하 월드컵 이후 시작된 해외 영입 제의가 이번 대회 이후 더 많아질 게 분명하다. 미국, 독일 상위팀으로 가면 국내보다 좋은 대우를 받는다.

이상엽 감독은 "골결정력, 볼키핑력, 패싱력, 시야 등 대부분 기술을 고루 갖춘 데다 작은 체구에도 몸싸움까지 능하다"면서 "여자축구 최강국 미국, 독일에서도 충분히 통할 수 있는 세계 정상급 공격수"라고 평가했다.

지소연은 △생년월일=1991년 2월21일 △키, 몸무게=161㎝, 50㎏ △학교=이문초-오주중-동산정보고-한양여자대(사회체육학과 2009학번) △대표경력=도하아시안게임(2006년), 베이징올림픽(2008년), 베오그라드 유니버시아드(2009년), 20세 이하 FIFA월드컵(2010년) △축구입문=초등학교 2년 △수상내역=윤곡여성체육대상 신인상(2008년), 베오그라드 유니버시아드 최우수선수상(2009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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