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언론도 "범죄로 딴 은메달" 오심 맹비난

이진영 기자 2012. 7. 31. 2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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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魔)1초.' 수차례 찌르고 막았지만 남은 시간을 알리는 전광판 시계는 1초에서 멈춰섰다.

브리타 하이데만(독일)의 찌르기가 성공하고 나서야 주심은 경기종료를 선언했다. 마스크를 벗은 신아람(26·계룡시청)은 그대로 주저앉아 통곡했다.

하염없는 눈물이 땀과 범벅이 돼 흘러내렸다. 신아람의 결승진출과 올림픽 메달의 꿈은 산산이 조각났다.

신아람은 31일 영국 엑셀 런던 사우스 아레나에서 열린 2012 런던올림픽 여자 펜싱에페 개인전 준결승에서 하이데만에게 졌다. '올림픽사에 남을' 오심이 문제였다.

연장종료 직전 스코어는 5-5. 이대로 경기가 끝나면 우선권을 쥔 신아람이 결승에 오른다. 그런데 1초를 남겨놓고 이상한 일이 벌어졌다. 하이데만이 세 차례나 공격을 했는데도 시간은 그대로 1초에 머물러 있었다. 1초가 그렇게 길 수가 있을까. 하이데만은 세번째 공격을 성공했고, 신아람은 어이없게 5-6으로 역전패 했다.

런던 올림픽 여자 에페 개인전 준결승에서 시계가 멈추는 어이없는 상황이 벌어졌다. 한국 여자 펜싱계의 기대주 신아람(26·계룡시청)이 30일(현지시간) 영국엑셀 런던 사우스 아레나에서 열린 에페 개인전 준결승에서 브리타 하이데만(독일)에게 5-6으로 어이없는 패배를 당한 후 항의표시로 펜싱코트를 떠나지 않고 있다. 런던 │ 올림픽사진공동취재단f■1초가 이렇게 길 수가…

이해할 수 없는 판정에 신아람은 펄쩍 뛰었다. 심재성 펜싱대표팀 코치도 강력하게 항의했다. 30여 분간 심판진의 논의가 이어졌지만 결정은 번복되지 않았다.

넋이 나간채 피스트를 지킨 신아람은 한 시간이 넘게 항의절차가 진행되는 동안 하염없이 눈물만 흘렸다. 어두운 경기장 속 조명은 신아람을 외롭게 비추고 있었다.

신아람의 눈물을 TV중계로 지켜본 국민들도 분통을 삭이지 못했다. 소셜테이너들은 성토의 목소리를 냈다. 진중권 동양대 교수는 "1초가 저렇게 길다면 인간은 영생할 것이다. 펜싱이 이렇게 아인슈타인스러울 줄이야. 시간이 고무줄처럼 늘어나고, 0초에서 1초로 거꾸로 흐르기도 하고…."라며 쓴소리를 뱉었다. 소설가 이외수는 "신아람의 선전에 기립박수를 보낸다. 심리적으로 안정되기 어려운 상황에서도 최선을 다하는 모습 참으로 아름다웠다. 영원히 기억하겠다"고 가슴아파 했다.

해외 주요 언론들도 오심판정을 비중있게 다뤘다. 영국 스카이뉴스는 "펜싱은 (오늘로) 끝났다. 경기를 지켜본 관중도 모두 야유를 보냈다"고 전했고, AFP는 "역대 올림픽 사상 최악의 5대 오심 중 하나"라고 보도했다. ESPN은 "올림픽에 참가하는 선수들은 최고의 판정 아래 경기를 치를 권리가 있다"며 심판진의 무능한 판정을 비판했다.

주요 외신들의 거센 비난 속에 하이데만의 모국인 독일 언론들도 '찜찜한 승리'라고 보도했다.

■독일 언론도 '범죄로 딴 은메달' 비난

'하이데만이 범죄로 은메달을 땄다'고 꼬집은 독일 언론 '모르겐 포스트'의 기사를 영어로 번역한 화면.빌트는 "하이데만이 독일 선수단에 첫 메달을 선사했지만 그의 은메달에는 어두운 그림자가 있었다"며 "하이데만 역시 문제의 소지가 있음을 알고 있을 것이다"고 꼬집었다. 모르겐 포스트는 "범죄로 은메달을 따냈다. 신아람의 승리였다"고 노골적으로 패배를 인정했다.

정신적으로 큰 충격을 받은 신아람은 이날 곧바로 열린 3·4위전에서도 패배 결국 4위에 머물고 말았다. 군산여중 1학년 때인 1999년 처음 검을 잡은 소녀검객의 올림픽 메달의 꿈은 그렇게 허무하게 깨졌다.

대회 첫날 박태환(23)의 부정출발 오심과 번복, 남자유도 66㎏급 조준호(24)의 판정 번복에 이어 신아람 사건까지 불거지면서 런던올림픽은 '오심 올림픽'으로 얼룩지고 있다.

< 이진영 기자 asal@kyunghyang.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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