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 먹구름'에도 인비 지킨 이 남자

입력 2013. 11. 27. 03:09 수정 2013. 11. 27. 1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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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년째 캐디백 메온 브래드 비처
2009∼2012년 LPGA 우승 못해도 묵묵히 의리 지키다 올해 빛봐
호주 자택도 내년 훈련숙소 제공

[동아일보]

박인비(오른쪽)와 전담 캐디 브래드 비처(호주). 7년째 찰떡 호흡을 맞추고 있는 이들은 올해 최고의 전성기를 맞았다. 사진은 8월 브리티시여자오픈에 출전했을 때 모습. 박인비는 한 번 맺은 인연을 중시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사진작가 박준석 씨 제공

"그의 도움이 없었다면 내 기량이 이렇게까지 오르지 않았을 겁니다." 박인비(25)는 지난주 한국인 최초의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올해의 선수'상 수상 연설에서 캐디에 대한 특별한 고마움을 표시했다. 이날 반바지와 운동화 대신 말끔한 정장 차림을 한 호주 출신의 캐디 브래드 비처(31)도 자리를 함께하며 기쁨을 나눴다.

둘의 만남은 박인비가 LPGA투어 신인이던 2007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박인비는 전담 캐디를 찾다 강수연과 정일미 등 한국 골퍼들의 가방을 멨던 비처를 소개받았다. 처음엔 3개 대회만 시험 삼아 같이 해보기로 했던 이들은 지금까지 7년째 호흡을 맞추고 있다. 박인비가 LPGA투어에서 거둔 통산 9승과 일본투어 4승의 순간에는 늘 비처가 있었다. 박인비가 4년 동안 LPGA투어 무관에 그치며 좌절을 겪을 때도 비처는 묵묵히 그 곁을 지켰다.

박인비가 지난해와 올해 LPGA투어 상금으로만 500만 달러 가까이 벌면서 비처도 동료 캐디들의 부러움을 살 만한 대박을 터뜨렸다. 2년 동안 40만 달러(약 4억 원) 정도를 받아 최근 고향인 호주 골드코스트에 침실 두 개가 있는 아파트까지 장만했다. 비처는 국내의 먹는 샘물 브랜드인 '삼다수' 모자를 쓰는 조건으로 스폰서 지원금까지 받고 있다.

박인비가 내년 1월 처음으로 호주에서 훈련을 하게 된 것도 비처 때문이다. 고교 때까지 선수를 했던 비처는 자신의 아파트를 숙소로 제공하기로 하고 근처 5군데 명문 코스를 이미 훈련지로 잡아놓는 등 공을 들였다. 박인비는 올해 하와이 대회에 비처의 어머니를 초대하기도 했다. 26일 금의환향한 박인비는 "불평 한 번 들어본 일이 없다. 성실하고 영리하다. 가족처럼 지낸다"고 말했다.

박인비는 캐디뿐 아니라 한 번 맺은 인연을 중시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스윙 코치 백종석 프로한테는 중고교 시절부터 줄곧 가르침을 받고 있으며, 스포츠 심리 전공인 조수경 박사는 2008년부터 박인비의 마인드컨트롤을 담당하고 있다. 매니저인 IB월드와이드 이수정 부장 역시 2008년 계약 후 계속 후원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때론 더 나은 조건을 곁눈질할 수 있는 유혹도 있었지만 그는 의리를 강조했다.

박인비는 약혼자 남기협 씨와 함께 먹는 뚝배기 된장찌개를 가장 즐긴다고 한다. 쉽게 만나 쉽게 헤어지는 세태와 달리 인간관계에서도 좀처럼 식을 줄 모르는 박인비 스타일. '골프 여왕'의 성공 키워드도 거기에 있는지 모른다.

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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