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밍아웃 프로복서, 여성복서 복장으로 세계타이틀전 치른다

김세훈 기자 2013. 10. 10. 1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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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지개 색깔에 분홍색 테가 둘러진 복싱 트렁크, 그리고 분홍색 글러브.

누가 봐도 여성 복서들이 사용할 법한 의상이다. 그런데 그걸 세계 타이틀전에서 사용하겠다고 선언한 남자 복서가 있다. 주인공은 푸에르토리코 출신 프로복서 올랜도 크루즈(31)다.

야후 스포츠는 10일 "게이 프로복서 크루즈가 13일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릴 세계복싱기구(WBO) 페더급 타이틀 결정전에서 무지개 색상으로 만들어진 트렁크와 핑크색 글러브를 사용한다"고 보도했다. 크루즈는 이날 올랜도 살리도와 공석인 타이틀을 놓고 맞붙는다.

크루즈는 지난해 자신이 게이임을 '커밍아웃'했다. 지금도 크루즈는 "나는 푸에르토리코 출신이라는 점과 게이 복서라는 게 너무 자랑스럽다"고 말한다. 야후 스포츠는 "크루즈는 사람들의 관심이 집중되는 이날 타이틀전을 통해 유방암 예방 캠페인에 대한 인지도를 높이기 위해 여성용 복장을 사용한다"고 전했다. 10월은 유방암 예방에 대한 중요성을 강조하고 기금을 모으는 '유방암 인식의 달'이다. 관련 단체들이 집중적으로 행사를 열고 분홍색 리본을 나눠주는 때도 10월이다. 물론 지난해 크루즈가 커밍아웃한 달 또한 10월이었다.

크루즈가 입을 트렁크는 빨강, 주황, 노랑, 초록, 파랑 등 무지개 색 7개 중 5가지 색상으로 만들어졌다. 한국 사람 눈에는 색동저고리처럼 보이지만 1978년부터 미국을 중심으로 하는 국제사회에서 성적 소수자들을 뜻하는 상징물로 사용돼 왔다. 레즈비언(lesbian)·게이(gay)·양성애자(bisexual)·트랜스젠더(transgender) 각각 이니셜을 딴 LGBT Movement도 성적 소수자들의 권익을 보호하는 운동으로 널리 인식돼 있다. 크루즈가 끼게 되는 글러브도 복싱 글러브 생산업체 에버라스트(Everlast)가 크루즈와 함께 유방암 캠페인 상징색 분홍색으로 만들었다.

2000년 시드니올림픽에 푸에르토리코 국가대포로 출전한 크루즈는 그해 12월 프로로 전향했다. 2009년 1월까지 16승1무로 무패행진을 질주하며 국제복싱연맹(IBF) 페더급 타이틀을 땄지만 2009년 9월 WBO, 2010년 2월 세계복싱위원회(WBC) 타이틀전에서는 모두 패했다. 그의 전적은 20승(10TKO)1무2패. 그 2패가 바로 두 차례 타이틀 전에서 당한 패배다. 크루즈가 세번째 도전에서 만날 상대인 살리도는 39승(29TKO)2무12패를 기록 중이라 크루즈로서는 충분히 타이틀 획득을 노릴 만하다.

지난 8월 미국 게이·레즈비언 스포츠 명예의 전당에 헌액된 크루즈는 다음달 16일 남자친구 호세 마누엘과 결혼식을 올린다.

<김세훈 기자 sh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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