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클의 전설, '위대한 사기꾼'으로 전락하나

2012. 10. 11.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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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미국반도핑기구, 랜스 암스트롱 약물복용 입증 보고서 발표

1999년부터 2005년까지 '투르 드 프랑스'를 7년 연속 우승한 '사이클의 전설', 그리고 고환 암을 이겨낸 '인간 승리의 최고봉'. 그동안 온갖 화려한 수식어가 따라다녔으나 '위대한 사기꾼'으로 전락할 위기에 몰렸다. 랜스 암스트롱(41)의 처지가 그렇다.

미국반도핑기구(USADA)는 암스트롱과 그가 속했던 '유에스(US)포스털서비스'(미국 우정국) 선수들의 약물 복용 여부를 조사한 결과를 11일(한국시각) 발표했다. 혈액검사 결과와 전 동료 선수 등 26명의 증언이 담겨 있는 수백 쪽의 이 보고서에는 "암스트롱과 그의 동료들이 사이클 역사상 가장 교묘하고 전문적이며 성공적인 방법으로 금지 약물을 썼다"고 쓰여 있다. 암스트롱의 약물 복용과 관련해 구체적인 보고서가 나온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트래비스 타이거트 미국반도핑기구 회장은 현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암스트롱과 동료들은 수차례 약물을 복용했고 도핑 검사에 적발되지 않기 위해 속임수를 썼다"며 "암스트롱이 '도핑 프로그램'의 핵심이었고, 의심할 여지가 없는 확실한 증거가 있다"고 밝혔다. 몇 해 전부터 동료 선수가 암스트롱의 약물 복용을 폭로하는 등 의혹을 제기했으나, 암스트롱은 경기 때마다 도핑 테스트에 통과했다며 이를 부인해왔다. 미국 검찰도 내사를 벌였으나 별다른 증거를 잡지 못했다. 하지만 미국반도핑기구의 표적 조사를 피할 수는 없었다.

성적을 내기 위해 암스트롱과 그의 동료들의 사용한 방법은 철두철미했다. <뉴욕 타임스> 등이 보도한 내용에 따르면, 2000년 6월 암스트롱은 동료 2명과 함께 개인 전용기를 타고 스페인 발렌시아로 날아갔다. 발렌시아 호텔에서 암스트롱 일행은 두 명의 의사와 팀 매니저가 지켜보는 가운데 혈액을 뽑아 보관했다. 죽음의 레이스 '투르 드 프랑스'가 열리기 한 달 전이었다.

투르 드 프랑스 대회가 열리자 암스트롱 일행은 냉장보관됐던 자신들의 혈액을 혈관에 재주입했다. 이렇게 되면 혈액의 총량과 산소를 운반하는 적혈구 수가 늘어난다. '거사' 후면 암스트롱은 항상 선두로 질주해 나갔다. 재주입된 혈액은 산소 흡수력과 스태미나를 향상시키는 효과를 발휘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암스트롱의 사이클 동료인 조지 힌캐피는 "암스트롱이 2001년부터 2005년까지 혈액 투여를 받았다"고 폭로했다.

암스트롱의 또다른 팀 동료 프랭키 앤드루는 "약물 주사 때문에 암스트롱의 팔에 멍자국이 있었다. 팀 스태프가 메이크업으로 멍자국을 가렸다"고 증언했다. 미국반도핑기구는 암스트롱이 도핑에 연루된 의사 미셸 페라리가 운영하는 회사에 100만달러(11억원)이 넘는 돈을 지급한 문서도 함께 공개했다. 암스트롱이 불법 행위에 동료들을 끌어들인 정황도 드러났다. 한 팀 동료는 "2002년에 암스트롱이 사이클을 계속하려면 자신의 의사가 지시하는 대로 도핑 프로그램을 따를 것을 종용했다"고 말했다.1998년 세계선수권 우승 때는 당시 여자친구이던 크리스틴으로부터 포일로 꽁꽁 싸맨 코르티손 알약(류머티즘 관절염 등에 쓰이는 스테로이드계 약물)을 몰래 건네받기도 했다.

텍사스 출신의 암스트롱은 지난 6월 미국반도핑기구가 자신을 조사하자 본인의 권리를 침해했다면서 미 연방법원에 소송을 냈다. 하지만 패소했고 이후 항소까지 포기하면서 미국반도핑기구는 암스트롱이 14년 선수 생활 동안 쌓은 모든 수상 기록을 삭제했다. 또한 사이클 경기 출전은 물론 코치 활동도 금지하는 영구제명 절차를 밟았다.

미국반도핑기구는 보고서를 국제사이클연맹과 세계반도핑기구(WADA), 세계철인3종경기본부 등에 회부할 예정이다. 보고서 발표에 암스트롱은 대변인을 통해 "노코멘트 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양희 기자 whizzer4@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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