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BC도 반한 태권도..퇴출우려 차버렸다

2012. 8. 13. 1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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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런던올림픽에서 혁신을 꾀한 태권도의 매력은 '1초 승부'에 있다. ⓒ 연합뉴스

[데일리안 스포츠 = 이충민 객원기자]"이것이 진짜 태권도다. 올림픽의 꽃 육상보다 더 재미있고 축구보다 더 박진감 넘친다. 경기장을 가득 메운 6000여 관중의 열정을 보라. 선수들보다 더 몰입해있다."

'2012 런던올림픽'은 폐막했지만 엑셀 사우스 아레나서 4일간 펼쳐진 태권도의 열기는 아직 식지 않았다. 태권도 전 경기를 생중계한 영국 BBC 캐스터와 해설자는 태권도 고유의 매력을 설파하고 또 설파했다.

특히, 이들은 지난 12일 체급별 마지막 날 남자 80kg에 출전한 카를로 몰페타(세계랭킹 3위)와 윤순철 코치의 '한국-이탈리아 연합 하모니'를 주목했다. 윤 코치의 '맞춤형 전술'을 즉각 실행에 옮기는 이탈리아 국가대표 몰페타의 금빛 발차기는 정교함 그 자체였다. 몰페타는 매 경기 골리앗들을 상대로 명승부를 펼쳤다.

무엇보다 8강전 '중국 최홍만'으로 불리는 신장 205cm 리우 샤오보와의 혈전은 관중을 매료시키기에 충분했다. 3라운드 종료직전이 백미다. 1점 뒤진 상황에서 몰페타는 돌개차기(몸을 회전시킨 후 돌려차기)를 시도했고, 샤오보는 갑자기 360도 턴하더니 혼비백산 매트 밖으로 도망쳤다.

결국 '즉시 비디오 판독제도'를 통해 몰페타의 발차기는 유효타로 인정됐고 비신사적인 행위를 범한 샤오보는 감점 처리돼 짜릿한 역전드라마가 펼쳐졌다. 경기 직후 몰페타는 매트 밖으로 걸어 나오는 것조차 힘들 정도로 체력은 완전히 방전됐다. 관중은 기립박수를 보내며 기운을 북돋아줬다.

몰페타는 4강전에서도 골리앗을 만났다.

아프리카 말리에서 온 206cm 케이타는 압도적인 다리 길이를 바탕으로 기본 3점짜리 헤드 샷만 노렸다. 그러나 몰페타 옆에는 '제갈공명도 울고 갈' 지략가 윤 코치가 버티고 있었다. 윤 코치는 케이타의 반달 찍기 자세의 허점을 노렸다. 반달처럼 회전해서 내려찍는 그의 기술엔 치명적인 딜레이가 있었던 것. 몰페타는 케이타의 반달 준비동작이 나올 때 마다 힘을 실은 전광석화 같은 옆구리차기로 점수를 차곡차곡 쌓았다.

하이라이트는 경기 종반에 나온 날아차기와 내려찍기 정면충돌이다. 몰페타는 케이타의 아웃 파이터 경기운영을 파괴하기 위해 날아서 뒤 후리기를 시도했고, 이를 간파한 케이타가 일명 일자 내려찍기로 동시타를 작렬했다.

공중에서 서로 발이 뒤엉키며 떨어지자, 장내는 고막이 찢어질 듯한 함성으로 뒤덮였다. 영국 BBC 중계방송 해설자도 "아! 이것이 올림픽 태권도 정신이다"며 연신 찬사를 내뱉었다. 케이타를 꺾고 천신만고 끝에 결승에 올라온 몰페타의 인기는 대단했다. 관중석에서는 이탈리아를 연호하는 구령이 메아리쳤다.

그러나 태권도 세계에서도 뛰는 선수 위에 날아오른 선수가 있는 법일까. 결승 상대는 케이타보다 더 인기가 많은 오바메(가봉)였다. 장내 흥을 돋우는 사회자가 선수 소개 때마다 계속 오바메를 오바마라고 발음, 엉겁결에 오바메는 미국 대통령과 동명이인이 됐다.

오바메의 경기운영은 변칙과 초공세로 정리된다. 관중은 탄력 넘치는 오바메의 전광석화 같은 내려찍기와 변형 뒤 후리기에 흠뻑 취했다. 8강, 4강에서 역전과 재역전을 거듭하며 올라온 오바메가 몰페타와 함께 파이널 무대에 서자 장내는 용광로 그 자체였다. 영국 관중은 오바메를 일방적으로 지원하는 분위기였고, 갑자기 등장한 가봉 부통령도 오바메에게 큰 힘을 실어주기에 충분했다.

경기내용 역시 기대이상이었다. 내려찍기로 3점을 앞선 오바메는 3라운드 종반까지 승리가 확실시됐다. 1972년 첫 올림픽 참가 이래 40년 만에 가봉에 '첫 메달'을 안겨줄 역사적인 순간이 불과 10여초 밖에 남지 않았다.

그러나 반전이 일어났다. 윤순철 이탈리아 코치의 맞춤형 전술이 각본 없는 역전드라마 서막이다. 불과 수초 남겨두고 몰페타에게 '반 박자 빠른 반달 찍기'를 주문했고, 전략은 주효했다. 종료직전 몰페타가 오바메의 얼굴을 차 동점이 된 것이다. 결국, 극적으로 연장에 접어들었고 기세가 꺾인 오바메는 일방적인 수세에 몰린 끝에 판정패했다. 그 순간 몰페타와 윤 코치는 얼싸안고 펑펑 울었다. 한국-이탈리아 연합이 태권도로 세계를 제패한 감격적인 순간이었다.

이처럼 런던올림픽에서 혁신을 꾀한 태권도의 매력은 '1초 승부'에 있다. 1초 만에 전세가 뒤바뀌는 드라마의 연속이었다. 결과도 제3자가 보기에 공정한 구조였기에 태권도 판정은 진일보했다는 평가다. 특히, 비디오 판독은 매우 좋은 제도였다. 전광판에 리플레이가 나오고 관중도 잘못된 판정에 관여(함성)할 수 있어 오심 없는 경기가 가능했다. 여기에 비디오 감독관 역시 경기를 갖는 선수들의 국적을 고려해 매 경기 바뀌었다.

인상 좋은 아프리카와 아시아 감독관은 선수들 이상으로 인기인이었다. 전광판 리플레이 화면 때 자주 클로즈업되기 때문이다. 감독관이 발차기 모션 유효타 여부를 손짓으로 판정하자, 영국 BBC 해설자는 "귀엽고 사랑스러운 심판"이라고 말해 화기애애한 분위기가 연출됐다. 태권도 마지막 날엔 자크 로케 올림픽 위원장을 비롯해 IOC 위원들이 다수 참석, 태권도 열기를 확인하고 갔다.

혹자는 태권도가 2016 브라질올림픽을 끝으로 퇴출이 확실하다고 우려하고 있다. 그러나 런던올림픽에서 본 태권도는 육상과 함께 가장 인기 있는 종목이었다. 4일 내내 만원을 기록했고, 공격적으로 바뀐 룰에 의해 예선부터 박진감이 넘쳤다. 무엇보다 판정의 혁신이 전 세계 올림픽 시청자들에게도 '공정하고 균형 잡혔다'는 인상을 심어주기에 충분했다.

세계화에도 성공했다는 평가다. 올림픽 역사상 첫 메달을 획득한 아프리카 가봉을 비롯해 8개 체급 32개의 메달을 무려 21개국이 나눠가졌다. 태권도 첫 금메달을 획득한 영국의 10대 얼짱 소녀 제이드 존스는 데이비드 베컴과 맞먹는 유명인사가 됐다. 그의 고향 웨일즈는 금메달이 확정되자 존스를 나라를 구한 여장군으로 묘사했다. 웨일즈 수도 카디프는 거리로 뛰쳐나온 수십만 명의 인파로 인산인해 장관을 이루기도.

2012 런던올림픽을 기점으로 고질적인 오심 논란을 날려버린 '텃세 없는' 태권도가 올림픽서 퇴출될 리 없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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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 객원기자-넷포터 지원하기 김태훈 기자[ ktwsc28@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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