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성·김연아 들먹' 일 언론 같잖은 행태

2012. 6. 23. 1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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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2010년 5월, 박지성은 일본 사이타마현 사이타마 스타디움서 열린 일본과의 평가전에서 전반 6분 선제골을 터뜨렸다. ⓒ 연합뉴스

[데일리안 스포츠 = 박상현 객원기자]국내외 취재를 다니다보면 해외 스포츠 언론인들을 자주 만나고 얘기를 나누게 된다. 대화하면서 각국의 스포츠 환경은 어떻고 현재 상황은 이렇다는 등의 정보도 주고받곤 한다. 참으로 좋은 '언론 동지'가 아닐 수 없다.

하지만 이들이 쓰는 글을 보면 자신들과 자국 국민들의 입맛에 맞게 기사를 쓴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가장 대표적인 사례 가운데 하나가 바로 한때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하 맨유)에서 뛰었던 중국 출신 스트라이커 동팡저우를 둘러싼 중국 언론의 행태였다.

2008년 당시 맨유와 첼시의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결승전 취재를 위해 모스크바로 갔던 기자는 중국 취재진들과 많은 얘기를 나눴다.

중국 취재진들은 분명 "박지성은 역시 아시아의 별"이라고 추켜세웠으나 그들이 내놓은 기사는 '모스크바에서 동팡저우 열풍'류의 것이었다. 모스크바의 한 광장에 진열되어 있는 도자기로 만들어진 러시아 전통 인형 '마트로시카'를 두고서도 "동팡저우 열풍과 함께 모스크바에 도자기가 인기를 끌고 있다"는 기사까지 내놨다.

이번에는 일본이다.

그동안 기자가 만났던 일본 스포츠 기자는 꽤나 분석적이면서도 한국과 더불어 비교적 중립적인 기사를 쓰는 사람들이었기에 호감을 갖고 있었다. 그러나 일본의 유명 대중 출판사인 쇼가쿠칸이 발행하는 '뉴스 포스트세븐'의 한 스포츠 기사는 자국 편향적이면서도 이웃나라에 대한 예의는 전혀 찾아볼 수 없는 흠집 내기 그 자체였다.

'뉴스 포스트세븐'은 일본이 나카타 히데토시 뒤를 이어 나카무라 순스케나 혼다 게이스케, 가가와 신지 등 후계자가 계속 나오고 있는 반면, 한국은 박지성 후계자 문제를 해결하지 못해 한국 축구계 최대의 현안으로 떠오르고 있다고 주장했다. 2002 한일월드컵 이후 후진 선수 양성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거짓 주장도 거리낌 없이 내놨다.

이어 박지성과 김연아의 예를 들며 한국 스포츠가 후진 양성에 약하다고 비판하는 한편 전체적인 특정 선수의 활약이 아니라 전체적인 선수층이 두꺼워야만 진정한 스포츠 대국이라고 말할 수 있다고 점잖게(?) 지적하기도 했다.

어이없는 일이 아닐 수 없다. 일본인이나 일본 언론의 경우 간혹 상대방의 기분은 간혹 생각하지 않고 이웃나라의 마음을 긁어놓곤 하는데 지금이 가장 대표적이다. 아무래도 '아시아에서는 우리가 1등이니 주도적인 역할을 해야 하고 다른 나라 사람들을 가르치고 이끌어야 한다'는 그릇된 발상에서 나온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한국과 일본의 스포츠 환경 차이는 생각하지도 않고 자신의 기준대로 스포츠 강대국이 되려면 멀었다는 등의 주장은 이웃나라 흠집 내기다.

어쩌면 일본 스포츠 언론이 한국 스포츠 환경에 대해 얘기하고 흠집 내는 것 자체가 한국 스포츠를 신경 쓰기 때문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하필이면 런던올림픽을 얼마 남겨두지 않은 상황에서 이런 주장이 나온 것도 의심이 간다.

우선 한국 스포츠는 박지성이나 김연아 등의 후계자 문제를 해결하지 못해 골머리를 썩이고 있다는 평가에 동의하기 어렵다. 한국 스포츠는 일본 언론이 생각하는 것만큼 그렇게 선수층이 얇지는 않다. 물론 일본에 비해 두껍지 않을 수는 있다. 하지만 그 얇은 선수층으로 한국 스포츠는 종종 국제 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낸다. 스포츠 환경이나 인프라에 있어서 일본에 뒤지는 것은 사실이지만 종합 대회 성적은 일본을 넘어선 지 꽤 된다.

게다가 박지성 후계자 문제가 한국 축구계 최대의 현안으로 떠오르고 있다는 것도 사실과 다른 내용이다. 물론 박지성 빈자리가 마음에 걸리긴 한다. 그렇다고 해서 최대의 현안이라는 과장하는 것은 마치 중국 언론이 동팡저우를 '맨유의 별'인양 띄우는 것과 다를 바 없다.

◇ 김연아가 'E1 ALL THAT SKATE spring 2012'에서 멋진 연기를 선보이고 있다. ⓒ 데일리안 민은경 기자

두 번째로 일본은 엘리트 스포츠 뿐 아니라 생활 스포츠에 대해서도 한국에 비해 월등하다고 생각하는 모양이다. 어쩌면 이는 당연한 일이다. 1억 2000만의 일본과 아직 5000만의 한국을 비교한다는 것 자체가 무리다.

물론 한국 스포츠가 엘리트 위주 스포츠라는 사실은 당연히 비판거리가 된다. 때문에 엘리트 스포츠의 성공 기반과 함께 클럽 스포츠와 생활 스포츠의 활성화에 더욱 박차를 가해야하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이는 일본이 아닌 한국 스포츠 언론이 해야 할 영역이다.

일본 스포츠 언론의 '같잖은 행태'는 가가와의 맨유 입단과 함께 박지성을 '마케팅용 선수'라고 폄훼한 것에서도 드러난다. 일본에서 '마케팅용'이라고 깎아내린 그 선수는 UEFA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에 두 번이나 선발로 나섰고 2010 남아공월드컵 직전 '안방 불패'였던 사이타마에서 결승골 직격탄을 날렸다.

게다가 얼마 전까지만 해도 "J리그가 키워낸 선수"라고 치켜세우기까지 했다. 이제 가가와가 입단하니까 '마케팅' 운운하는 것도 참 어이없다. 쓰면 뱉고 달면 삼킨다는 '감탄고토'란 사자성어가 딱 들어맞는 대목이다.

물론 일본 언론이니 일본 국민의 기분에 맞춰야 할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이웃나라 '내정간섭'은 곤란하다. 정 '내정간섭'을 하고 싶다면 국제무대에서 역전당한 위치부터 재역전시킨 후에 해도 늦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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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 객원기자-넷포터 지원하기 김태훈 기자[ ktwsc28@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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