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연아에게만 엄격한 잣대, 이것이 특권?

2012. 6. 10. 1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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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정혜정 기자]

김연아 흔들기는 오래전부터 계속됐다. 2009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여자 피겨스케이팅 선수 최초로 총점 200점을 넘기고 금메달을 땄을 때도, 2010 밴쿠버 동계올림픽에서 클린(실수 없이 연기를 마치는 것)으로 자신의 기록을 경신하며 챔피언이 됐을 때도 김연아는 박수와 축하뿐 아니라 '선수 생활하느라 학교에 제대로 다니지 않는다'는 비판을 감수해야 했다.

코치와 계약이 끝났다면 새로운 코치진을 찾아 시즌을 준비하는 것은 피겨계에서 흔한 일이다. 그러나 김연아가 이야기의 주인공이 되자 상황이 달라졌다. 2007년부터 캐나다에서 함께 훈련한 브라이언 오서 코치와 결별한다는 소식에 사람들은 스승을 배신한 제자라며 김연아를 몰아세웠다.

오서 코치가 시즌이 시작되기 전, 김연아의 동의 없이 선수의 새 프로그램을 언론에 공개했고, 김연아가 훈련하는 빙상장에 자신과 계약한 일본 선수들을 데려와 훈련시키는 등 철저히 비공개로 연습하는 피겨 종목의 특성을 고려하지 않은 행동을 했지만 언론은 "김연아 측에서 일방적으로 결별을 통보했다"는 코치 입장에 주목했다. 김연아는 공식홈페이지를 통해 "왜 이런 문제가 일어났으며 왜 해명을 해야 하는지 이 상황이 너무 힘들다"고 말하기도 했다.

종합편성채널 개국시 '앵커' 해프닝도

김연아가 앵커로 출연한다는 기사를 실은 < 조선일보 > 12월 1일 자 신문.

ⓒ 조선일보

신문법과 방송법 개정안을 날치기 처리해 도입된 종합편성채널. 2011년 12월 1일 종편 개국을 맞아 박원순 서울시장, 안철수 원장, 박지성 선수 등 유명인사가 축하 인사말을 건넸다. 김연아도 그 중 한 명이었다. 하지만 개국 당일 < 조선일보 > 는 "9시 뉴스 앵커, 김연아입니다" 제목에 큐시트를 들고 스튜디오에 서 있는 김연아의 모습을 담은 기사를 게재했고 이는 인터넷을 통해 급속도로 퍼져 나갔다.

'국민 여동생 김연아가 종편 앵커로 나섰다'며 인터넷 커뮤니티는 순식간에 김연아를 비방하는 글로 가득 찼다. 김연아 소속사가 보도자료를 통해 "TV조선에서 방송될 인터뷰를 앵커라는 콘셉트로 본인이 직접 짧게 소개하는 정도였을 뿐 정식 앵커로 기용된 것은 절대 아니다"는 입장을 전달했으나 논란은 수그러지지 않았고 1일 오후 9시, 텔레비전을 통해 직접 확인하기 전까지 김연아는 비난의 화살을 피할 수 없었다.

문제는 언론 보도와 달리 김연아가 '종편 앵커'를 맡지 않았다는 점이다. 그날 방송은 평소 자주하던 인터뷰와 다르지 않았다. 종편 채널은 자사 홍보를 위해 김연아를 이용했고 김연아는 한순간에, 출범 과정부터 위법이었던 종편을 둘러싼 모든 비난을 받는 총알받이가 되어 버린 것이다.

일이 터지지 않더라도, 경기에 출전해 실수하면 '훈련 안 하고 TV에만 나오더니 그럴 줄 알았다', 광고 촬영을 하면 '운동선수가 훈련은 안 하고 광고만 찍냐'는 댓글을 쉬이 찾아볼 수 있었다.

2011 세계선수권대회 출전 이후 김연아가 경기에 나오지 않은 지 1년이 됐다. 귀국한 김연아가 공식석상에 설 때마다 '다음 시즌 대회 출전 여부'를 묻는 질문이 빠지지 않았고 이에 대한 김연아의 대답은 1년 전에도, 1달 전에도 같았다. "태릉선수촌에서 꾸준히 훈련 중이다. 아직 결정을 내리지 못했는데 생각이 정리 되는 대로 말씀드리겠다." 밴쿠버 올림픽 챔피언이 돼 돌아온 김연아에게 휴식 시간은커녕 선수생활을 이어가라는, 2014 소치 올림픽에 출전하라는 압박이 끊이질 않았다.

지난 5월 5일 서울 올림픽공원에서 있었던 아이스쇼 후 기자회견 중인 김연아 선수

ⓒ 정혜정

김연아는 얼음을 떠나서는 안 되고 만년 선수로 지내야 하는 걸까. 얼음 위에 서서는 무결점의 완벽한 모습을 보여야 함은 물론이고. 행여나 실수라도 하면 큰일이다. 스포츠에서 '완벽'한 경기는 없는데 말이다. 그럼에도 우리는 유독 김연아에게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고 있는 것 아닐까. 일반 대학생으로 돌아와 교생실습 과정을 마친 김연아에게 이번에는 대학교수가 태클을 걸었다.

지난달 22일 CBS 라디오 < 김미화의 여러분 > 에 출연한 연세대 심리학과 황상민 교수의 발언이 논란이 됐다. "(김연아 선수가) 교생실습을 성실하게 간 것은 아니고요, 교생실습을 한 번 갔다고 쇼를 했다고 표현하는 것이 정확한 거겠죠." 포털 사이트와 트위터에서 김연아 교생실습 관련 이야기가 줄을 이었다. 논란은 진선여고 학생들이 올리는 인증샷을 근거로 한 '김연아는 교생실습을 충실하게 하고 있다'는 쪽과 대학생활도, 교생실습도 제대로 하지 않고 스포츠스타의 특혜만 누리고 있다는 쪽으로 나뉘어 계속됐다.

25일, 같은 프로그램 전화인터뷰를 통해 진선여고 한 교사는 "'(학교로) 김연아 선수가 학교 생활을 잘하고 있는지'와 같은 질문을 해온 사람은 거의 없었다"며 "김연아 선수는 매일매일 잘 나오고 있으니 정확하게 확인된 사실만 전달했으면 좋겠다"는 입장을 전했다. 관계자의 증언이 나왔지만 논란은 잠잠해지지 않았다.

'쇼 발언'이 있은 지 1주일 후인 29일, 라디오에 다시 출연한 황 교수는 진행자 김미화씨가 "오늘은 생방송에 나오기 싫었을 것 같다"고 입을 떼자, "왜요, 뭔 일 있었어요?"라고 되물었다. 김씨가 "지난주에 논란 있었잖아요, 교수님 방송 때문에"라고 되짚자 "혹시 김연아 양과 관련된(거요)? 제가 김연아를 얼마나 사랑하고 좋아하는데요. 제가 이야기하려고 한 것은 대학이 스포츠스타를 너무 대충 교육을 시키는 게 문제가 있다는 거였지, 김연아를 공격하다니요? 그럼 (저) 백만 안티팬 생겨요"라고 답했다.

황 교수의 발언으로 선수의 명예에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하는 김연아 측은 22일 방송 이후 일주일 간 황 교수의 사과를 기다렸지만 황 교수의 반응이 없자 5월 30일, 황 교수를 명예훼손 혐의로 검찰에 고소했다.

김연아의 고소 대리인인 지안의 이상훈 변호사는 "선수의 기본 입장은 참는 것입니다. 그런데 그 정도가 너무 심해서요. 분명한 허위 사실까지 선수가 인내를 해야 하느냐, 그 부분에 대해서 (김연아 선수가) 조금 고민을 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황 교수님이 확인되지 않은 허위사실 부분에 대해 사과의 의사표시를 하신다면, 선수 측은 언제든지 고소를 취하할 계획이 있다"고 방송 인터뷰를 통해 입장을 밝혔다.

그렇다면 황 교수의 생각은 어떨까. (고소당한) 기사를 봤냐는 SBS < 한밤의 TV연예 > 제작진 질문에 "이게 무슨 기사에요? 무슨 말도 안 되는 기사가…. 이게 진짜 사실이에요?"라며 황당함을 감추지 못했다. 이어 그는 "사실 나는 김연아에 대해 얘기한 것은 아니었어요. 대한민국 교육에 대해 이야기했는데 이런 식으로 김연아에 대한 이야기로 만들어서 나를 고소한다면 나는 진짜 김연아를 아끼는 마음에서 더 이야기를해줄 수밖에 없어요"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8일 오전 YTN 라디오 < 김갑수의 출발 새아침 > 과 전화 인터뷰한 황 교수는 "사과하라고 하니 사과하는 의미에서 심리추리 코너를 더 이상은 안 하겠다고 (제작진에게) 이야기 했다. 그런데 또 어떻게 더 사과를 해야 됩니까"라며 "교수가 자기가 하는 심리추리 코너까지 안 하겠다고 했는데 진정성… 아니 그러면 제가 할복자살이라도 할까요?"라며 격양된 감정을 숨기지 않았다.

교생실습 논란에도 기부 소식 이어져

곳곳에서 김연아 흔들기가 계속되고 있다. 자칫 쓰러질지도 모르는 상황, 이 상황에서도 김 선수가 지켜내는 것이 있다. 바로 기부다. 2007년 첫 CF를 찍은 김연아는 CF로 얻은 수익 중 1200만 원을 피겨 꿈나무들에게 장학금으로 지급했다. 이후 매년 소년소녀 가장들을 비롯해 가정형편이 어려운 청소년들과 스포츠 유망주를 후원해 왔다. 어린이날이면 소아암 환자를 찾아가 용기를 줬고, 한국백혈병어린이재단에 기부금을 전달하기도 했다.

교복 광고를 찍고 받은 출연료 1억 원으로 중·고등학교에 입학하는 신입생에게 동절기 교복을 기부했다. 우유 CF를 찍고는 소년소녀 가장들에게 유제품을 1년간 지원하기도 했다. 2010년 유니세프 국제친선대사로 임명된 후에는 유니세프를 통해 아이티 지진피해 구호금 1억 원을 쾌척하기도 했다. 2011 세계선수권대회에 출전해 준우승을 차지한 후 받은 상금은 일본 대지진으로 피해를 입은 어린이들을 위해 내놓았다.

2011년 기준, 언론을 통해 알려진 김연아의 기부 내역은 약 26억 원, 비공식으로 기부한 것과 김연아 선수 측에서 밝히지 않기를 원해 기사로 나왔다가 삭제된 것, 수혜자 측에서 알려와 보도된 것 등을 합하면 김연아의 기부금은 32억 원이 넘는다. 대회에 우승했을 때도 출전하지 않았을 때도, 사람들의 응원을 받을 때도 비난을 받을 때도, 김연아의 기부는 흔들림 없이 계속됐다.

김연아가 아시아를 넘어 아프리카에도 영향을 뻗치고 있다. 지난 3일 한국 천주교 살레시오회는 보도자료를 통해 "학교 세우기 프로그램에 김연아 선수가 동참 의사를 밝혔고, 남수단에 '김연아 학교'를 세울 계획"이라고 전했다. 하루 앞서 김연아는 '학교 100개 세우기 프로그램'을 위해 모금활동을 펼치고 있는 원선오 신부(84, Vincenzo Donati)와 공고미노 수사(73, Comino Giacomo)를 만나 프로젝트에 동참하겠다는 뜻을 전하고 학교 하나를 세우는 데 필요한 7천만 원을 기부했다.

학교 세우기 프로그램에 동참의사를 밝힌 김연아 선수가 원선오 신부(84)와 공고미노 수사(73?오른쪽)와 함께 기념 촬영 중이다.

ⓒ 살레시오회

"작년에 2018 평창동계올림픽유치를 위한 활동으로 아프리카 토고에 다녀온 적이 있었는데 그때 아프리카에 대한 깊은 인상을 받았어요. 작은 힘이지만 남수단의 아이들에게 보탬이 될 수 있다면 기쁘게 돕고 싶습니다."

이어 김연아는 "아이들의 교육이 얼마나 중요한지 잘 알고 있기 때문에 늘 관심 있게 살펴보고 있다"며 "스포츠인으로서 가난한 지역의 청소년들을 위한 교육을 위해 힘닿는 데까지 돕겠다"는 포부를 밝히기도 했다.

흔드는 사람들, 흔들리지 않는 김연아

'김연아 학교' 건립 소식이 보도된 지 나흘째인 7일, 동영상 전문 사이트 유튜브에 김연아 동영상 하나가 업로드 됐다.

"안녕하세요. 대한민국 국가대표 단비부대 장병 여러분, 김연아입니다. 고향과 가족을 떠나 낯선 타국에서 지낸 지 벌써 100일이 지났다고 들었습니다. 멋지고 늠름한 단비부대 장병님들! 절박한 아이티 국민들에게 꿈과 희망을 전하는 여러분이야말로 천사이고 축복이라고 생각합니다. 여러분이 정말 자랑스럽습니다. 많이 고생스러우시겠지만 귀국하는 그날까지 건강하시고 힘내세요. 화이팅!"

단비부대에게 응원 메시지를 보내는 김연아

ⓒ 유튜브 화면 캡처

지난달 13일 아이티에서 UN 평화유지군 일원으로 활동하고 있는 단비부대(아이티 재건지원단) 김아무개 대위가 김연아의 공식 홈페이지에 올린 글이 발단이 됐다. '단비부대 장병들이 고국을 떠나 아이티로 파병 온 지 곧 100일이 되는데, 장병들에게 선물을 주고 싶다'며 김연아 선수에게 응원 메시지를 부탁한 것이다. 아이티 후원 공익 광고 촬영과 지진피해 구호금을 낸 경험이 있는 김연아. 하루에도 수십 건씩 올라오는 글들 가운데 아이티에서 훈련 중인 장병들의 이야기가 그의 눈에 들어온 것이다.

교생실습 논란으로 법정 공방이 시작될 지도 모르는 상황. 흔들릴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김연아는 평소와 다름 없었다. 태릉 선수촌에서 훈련 중인 그는 다음주에 아이스 쇼 참가를 위해 상하이로 떠난다. 최근 은퇴를 선언한 중국 페어팀 쉔 슈에(34) 자오 홍보(39)가 개최하는 '아티스트리 온 아이스'에 초청받았기 때문이다. 15일부터 사흘간 상하이에서 열리는 이번 아이스 쇼에서 김연아는 갈라 프로그램 피버(fever)를 연기할 예정이다. 김연아 흔들기. 김연아에게 반갑지 않을 이 열기가 아이스 쇼를 마치고 돌아오면 가라앉아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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