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럼프' 女 쇼트트랙, 세계 정상 되찾으려면

2012. 3. 14. 0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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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SEN=김희선 인턴기자] 한국 쇼트트랙은 여전히 강했고 금빛 질주에는 거침이 없었다. 그러나 그 속에는 보이지 않는 숙제가 남아 있었다.

지난 11일 중국 상하이에서 막을 내린 '2011-2012 국제빙상연맹(ISU) 쇼트트랙 세계선수권대회'에서 한국 대표팀은 금4 은3 동5 포함 총 12개의 메달을 목에 걸었다. 하지만 그 중 여자 대표팀이 따낸 것은 겨우 2개에 불과하다. 1000m에서 맏언니 조해리(26)가 딴 금메달과 3000m 계주 동메달만이 이번 대회서 여자 대표팀이 올린 수확이다.

16년 만에 '노골드' 수모를 겪어야 했던 2010 밴쿠버 동계올림픽 이후 한국 여자 쇼트트랙은 전반적으로 슬럼프에 빠져 있다. 이번 대회서 지난 시즌 챔피언 조해리가 랭킹 포인트 합계 42점으로 개인종합 4위에 올랐을 뿐 다른 선수들은 모두 상위권 진입에 실패했다.

여자 쇼트트랙의 부진 원인과 2014 소치 동계올림픽을 준비하기 위해 풀어야 할 숙제를 점검해 보았다.

▲ 조직력 부족과 실수가 부진의 원인

안상미 SBS ESPN 해설위원은 여자부 전력 약화 원인으로 전이경 최은경 진선유의 뒤를 이을 거물급 선수가 없다는 점을 지적했다. 베테랑 조해리가 대표팀 맏언니로서 분투하고 있지만 선수층이 얇고 신인선수들의 기량이 들쭉날쭉해서 안정된 경기력을 보이지 못하고 있다는 점 역시 약점이라 할 만하다.

이런 경향은 이번 대회 계주에서 극명하게 드러났다. "한국 여자 계주가 이렇게까지 무너진 적이 없다"고 말문을 연 안 위원은 "계주에서 기본적인 실수, 사소한 실수가 많았다. 터치 순번은 물론 상대 선수를 피해 터치하는 기본적인 요령도 지키지 못했다. 조직력 부족이 결국 이런 실수를 불러일으키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하지만 박세우 대표팀 감독의 견해는 또 다르다. 박 감독은 여자의 부진 원인에 대해 "첫 날 열린 주종목 1500m에서 최소 1,2등을 하고 시작했어야 하는데 실수가 있었다. 포인트를 얻지 못하면 3000m 슈퍼파이널 출전이 어려운 상황이었기 때문에 심리적인 압박이 작용해서 실수가 잦아졌다"고 설명했다.

대회 전까지 여자 대표팀의 컨디션은 최고였다. 선수단 분위기는 충분히 우승을 예상했을 정도다. 하지만 첫 경기부터 실수를 범하면서 1500m를 놓친 것이 전반적인 대회 운영에 영향을 미쳤다는 것이 박 감독의 견해다. 박 감독은 "(조)해리가 1000m에서 1위를 했을 정도면 1500m는 더 쉽게 1위를 할 수 있었다. 개인종합 2연패도 충분히 노려볼 수 있는 상황이었는데 실수가 발목을 잡았다"고 말했다.

안 위원은 "3000m 슈퍼파이널에서 경기 운영을 잘못했다"고 지적했다. "종합 우승을 위해서는 무조건 1위를 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리잔러우(중국)를 견제하는 데 너무 신경을 쓴 것이 문제였다"고 설명한 안 위원은 "대회 전까지만 해도 이은별의 몸 상태가 좋고 기록이 많이 좋아졌다는 이야기를 들어 기대를 했는데 운이 따라주지 않은 것 같다"며 아쉬워했다.

▲ 세대교체, 무엇이 문제인가

한국 여자 쇼트트랙 대표팀의 약세를 두고 "세대교체에 실패했다"는 여론이 보편적이다. 하지만 박 감독은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처럼 세대교체 실패가 아니라 경기력이 좋은 상태에서 실수가 빚어지면서 그게 영향을 미쳤을 뿐"이라며 '세대교체 실패론'을 부정했다.

박 감독은 "세대교체는 해야겠다고 마음 먹고 억지로 한다고 해서 되는 것이 아니다"며 "지금 여자 대표팀 연령이 높은 편이기는 하지만 좋은 선수들이 크고 있고 실력을 길러 국가대표팀에 합류하면 이 부분은 해결될 문제"라고 단언했다.

안 위원 역시 이 부분에 대해 의견을 같이 했다. 세대교체는 연맹이나 지도자의 능력 문제라기보다 자질을 갖춘 선수가 나와주느냐 마느냐의 문제라는 것.

결국 조해리 이은별(21) 등이 풍부한 경험을 토대로 여자 대표팀의 중심을 잡아주는 가운데 김담민(17) 손수민(21) 등 기존 신진 선수들은 물론 새로 등장하게 될 유망주들을 잘 조직력을 강화하는 것이 관건이 될 전망이다.

한편 박 감독과 안 위원 모두 여자 쇼트트랙 대표팀의 미래로 주니어 세계선수권 종합 우승을 차지하며 두각을 나타낸 심석희(15)를 지목했다.

심석희는 지난달 26일 호주 멜버른에서 끝난 2012 주니어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선배들인 황현선(세화여고)과 안세정(영파여고)을 제치고 종합 우승을 차지한 장신(173cm) 유망주로 1997년 2월 생이라 1997년 7월 1일 이전 출생자를 대상으로 하는 2012~2013시즌 국가대표 선발전(3월 말 예정) 출전이 가능하다.

▲ 극복해야 할 대상, 중국

한국 여자 대표팀에 남은 숙제는 또 있다. 여자 쇼트트랙의 강국으로 자리매김한 중국을 극복하는 일이다. 이번 대회에서 중국은 금3 은2로 5개의 메달을 가져갔다. 특히 3000m 계주의 경우 월드컵시리즈 3차대회를 제외하고 금메달을 독식해 올 시즌 부동의 1위를 지키고 있다.

박 감독은 "세대교체에 나름대로 성공한 케이스를 들라면 바로 중국일 것"이라며 "꾸준히 좋은 성적을 보여주고 있기 때문에 경계해야 한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한국 선수들의 기량이 세대교체로 팀에 합류한 어린 중국 선수들과 비교해도 뒤떨어지지 않는 만큼 해볼 만하다"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안 위원 역시 가장 경계해야 할 대상으로 중국을 꼽았다. 특히 자국 내 징계로 인해 세계 무대에 나서지 못하고 있는 왕멍과 저우양이 복귀를 앞두고 있어 한국에 더욱 위협이 되리라는 것. 안 위원은 "캐나다는 장거리에 약한 측면이 있기 때문에 한국으로서는 중국과 미국을 경계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여자 쇼트트랙이 마주한 가장 큰 숙제는 바로 명예 회복이다. 지속된 부진으로 인해 자존심에 큰 상처를 입은 여자 쇼트트랙이 와신상담하는 마음으로 다시 한 번 세계 정상에 우뚝 설 수 있을지 주목된다. 2014 소치 동계올림픽서는 다시 최고의 자리를 되찾을 수 있도록 응원과 격려도 필요하다.

costball@osen.co.kr

< 사진 > 조해리(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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