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어져가는 연아' 포스트 김연아 시대 도래

입력 2011. 11. 24. 08:52 수정 2011. 11. 24. 08: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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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일리안 임재훈 객원 칼럼니스트]

◇ 김연아는 '은퇴'라는 말은 하지 않았지만 이미 현역 선수로서의 행보를 이어가기 어려운 상황임을 짐작할 수 있다. ⓒ 연합뉴스

'피겨퀸' 김연아(21)가 더 이상 공식대회 출전은 어려울 것 같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김연아는 지난 4월 러시아 모스크바서 열린 피겨세계선수권(은메달) 시상대에서 흘린 눈물의 의미에 대해 "이제 다시는 이 자리에 설 수 없겠지라는 감회 때문이었다"고 최근 < 조선일보 > 와의 인터뷰를 통해 밝혔다.

향후 일정에 대해서도 "밴쿠버 동계올림픽 출전을 기다리며 쭉 훈련해왔다. 그걸 마쳤는데 또 4년을 기다리라고. 여자 싱글 피겨에서 올림픽 2연패는 카타리나 비트(독일)가 유일하다"며 "이 종목의 전성기는 18살~20대 초반이다. 그 나이를 지나면 체력적으로 힘들다"고 말했다.

김연아는 지난 18일 귀국한 직후 기자회견에서 2011-12시즌 전체를 '스킵'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는데 이번 인터뷰 내용을 살펴보면 2011-12시즌뿐만 아니라 앞으로 메달을 놓고 경쟁을 펼치는 국제대회 출전은 어려울 것 같다는 생각이 녹아있다.

직접적으로 '은퇴'라는 말은 하지 않았지만 이런 정도의 표현을 할 정도면 이미 현역 선수로서의 행보를 이어가기 어려운 상황임을 짐작할 수 있다. 김연아의 이런 솔직한 입장 표명은 다음 시즌쯤 복귀, 시상대 정상에 다시 서는 '피겨퀸'의 모습을 그리던 팬들에게는 다소 실망스러운 부분일 수도 있다.

김연아가 과거 '현역 은퇴'에 대한 질문을 받을 때마다 '요즘도 계속 열심히 훈련하고 있고, 스스로도 은퇴라는 생각을 해보지 않았다'며 한사코 은퇴하지 않을 것임을 명확히 했다. 하지만 2010 벤쿠버 동계올림픽 금메달 획득 이후 김연아가 출전했던 두 차례의 세계선수권대회를 앞두고 출전 여부를 놓고 이런저런 논란이 빚어졌던 사실을 떠올려 보면 어느 정도 예견된 상황이다.

재미있는 사실은 김연아도 지난 두 차례 세계선수권(2010 토리노, 2011 모스크바) 출전을 앞두고 스스로 대회 출전을 못하겠다고 버틴 사실을 이번 인터뷰에서 고백했다는 사실이다. 특히, 지난 4월 모스크바 세계선수권대회를 앞두고는 6개월가량 출전을 못하겠다고 버텼던 사실을 공개하기도 했다. 그때 이미 김연아는 현역 선수로서 공식 대회에 출전해 경쟁을 펼칠 상황이 아니었던 셈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연아는 그 두 차례 세계대회에서 2위에 올랐다. 도저히 출전이 어렵다고 생각되는 상황 속에도 끝내 피겨 여자싱글 최초의 '그랜드슬래머'로서의 자존심과 그를 응원하는 팬들의 자존심을 살려준 셈이다.

◇ 제2의 인생을 준비하고 있는 김연아와 '포스트 김연아 시대'를 맞고 있는 한국 피겨계는 새로운 결실을 위한 출발대에 서 있다. ⓒ 연합뉴스

하지만 이제 김연아 스스로 더 이상 현역 선수로서 공식대회 출전이 어려울 것 같다는 입장을 내비친 만큼, 한국 피겨계나 팬들도 현재의 김연아를 받아들여야 하는 상황이 됐다. 물론 공식 기자회견을 통해 현역 은퇴발표를 할 수도 있었겠지만 엄청난 취재진이 몰린 기자회견장에서 은퇴발표를 하게 되는 부담을 줄이고 특정 언론과의 자연스러운 인터뷰 자리에서 현역 선수로서의 향후 계획에 대해 진솔하게 밝힌 점은 나름 지혜로운 선택으로 보인다.

스케이트화를 벗으면 무얼 해야겠다고 생각해봤는지를 묻는 질문에 김연아는 "그걸 아직 잘 모르겠다. 서둘러 결정해야 할 것도 아니고, 딱히 하고 싶은 것도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의 최근 행보를 보면 학생으로서 보통의 20대 초반 여성의 삶도 영위하면서 스포츠 스타플레이어 출신 대중 스타로서, 비즈니스 우먼으로서, 그리고 민간 스포츠 외교관으로서 다양한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김연아 스스로도 스포츠, 비즈니스, 공익 등 다양한 목적의 행사에 참여하다 보면 '내가 여기 왜 있는 거지?'라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고 고백하기도 했지만 그 모습이 '오늘의 김연아'인 셈이다. 특히,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 유치를 위해 프리젠터로 나서 평창의 완승에 기여했던 모습은 한국동계스포츠계가 낳은 최고의 스타로서 김연아가 앞으로 어떤 삶을 살아야 하는지 힌트를 안겨준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이제 스케이터로서의 김연아의 모습은 아이쇼 무대에서나 볼 수 있을 가능성이 한층 높아졌다. 그에 따라 김연아가 없는 한국 피겨는 당분간 각종 주요 국제대회에서 시상대 맨 위에 서는 선수를 배출하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이미 제2의 김연아를 꿈꾸는 이른바 '김연아 키즈' 세대의 유망주들이 최근 주요 국제대회에서 메달을 획득하거나 메달권에 이름을 올리는 등 무럭무럭 자라나고 있고, 아이스댄싱 국가대표를 뽑기 위한 '오디션'이 진행되는 등 '포스트 김연아 시대'의 한국 피겨는 그 기초가 더욱 더 튼실해지고 있다.

제2의 인생을 준비하고 있는 김연아와 '포스트 김연아 시대'를 맞고 있는 한국 피겨계가 모두 새로운 결실을 위해 나서야 하는 출발대에 서 있는 셈이다.[데일리안 스포츠 = 임재훈 객원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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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 객원기자-넷포터 지원하기 김태훈 기자[ ktwsc28@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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