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트만 스타냐?.. 대구에 온 이색 육상 스타들

2011. 8. 25. 1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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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윤현 기자]육상은 간단하다. 더 빨리 뛰고, 더 높이 날고, 더 멀리 던지면 된다. 인간의 한계에 가장 원초적으로 도전하는 것이 바로 육상이다.

하지만 세계육상선수권이 최고의 기록만을 위한 잔치는 아니다. 태어날 때부터 양쪽 다리가 없고, 앞이 보이지 않는 등 비록 남들보다 열악한 조건에 처해 있지만 굴복하지 않고 뼈를 깎는 노력으로 대구에 온 '이색' 선수들이 있다.

최고는 아니더라도 최선을 다하는 '스포츠 정신'을 실천하는 이들이야말로 진정한 스타가 아닐까. 아무도 모른다. 혹시 이들이 금메달을 목에 거는' 기적'이 일어날지 말이다.

다리가 없어도, 앞이 안 보여도 달린다

'의족 스프린터' 오스카 피스토리우스

ⓒ IAAF

'의족 스프린터'로 불리는 오스카 피스토리우스(남아프리카공화국)는 대회 전부터 우사인 볼트 못지않게 많은 화제를 모았다. 태어날 때부터 종아리뼈가 없었던 그는 결국 생후 11개월 만에 양쪽 다리를 절단하는 수술을 받아야 했다.

의족이 없이는 걸을 수 없게 되었지만 피스토리우스는 좌절하지 않았다. 럭비, 테니스, 레슬링 등을 즐기는 만능 스포츠맨이었고 육상에서 더욱 두각을 나타내면서 온갖 장애인 세계신기록들을 세웠다.

장애인 대회에 만족하지 않았던 피스토리우스는 일반 선수들과 당당하게 겨뤄보고 싶었고, 지난달 이탈리아에서 열린 국제육상대회 남자 400m에서 45초07을 기록하며 국제육상경기연맹(IAAF) 기준기록 45초25를 통과하며 대구 세계육상선수권 출전의 꿈을 이뤘다.

하지만 탄소섬유 재질로 만들어진 그의 의족이 사람의 다리보다 가볍고 탄성이 강해 기록 단축에 도움이 된다는 연구 결과가 나오면서 일반 선수들과의 역차별 논란에 시달리기도 했다.

피스토리우스의 기록은 지난 베를린 세계육상선수권 5위에 해당할 정도로 뛰어나다. 그가 의족을 신고 대구 스타디움의 시상대 위에 서게 된다면 대구 스타디움은 그야말로 '역사의 현장'이 되는 것이다.

남자 100m에 출전하는 제이슨 스미스(아일랜드)는 시각장애인이다. 그 역시 8살 때 망막 신경이 손상되는 유전성 희귀질환인 스타가르트병을 앓으면서 시력이 일반인의 10%도 안되는 법적인 시각장애인이다.

시력이 좋지 않아 달릴 때 앞을 보기가 힘들고, 자세를 교정하기도 힘들지만 그는 끊임없는 노력 끝에 장애인 육상의 '우사인 볼트'로 떠올랐고 지난 5월 10초 22로 세계육상선수권 출전권을 따냈다. 이는 한국기록 10초23보다 빠르다.

결국 피스토리우스와 함께 육상 역사상 처음으로 장애인 선수로서 일반 선수들과 함께 세계육상선수권에 서게 된 스미스는 마침내 '진짜' 볼트와 실력을 겨룬다.

휴가 내고 대구에 온 공무원 마라토너

공무원 마라토너 가와우치 유키

ⓒ Yahoo Japan

남자 마라톤에 도전하는 가와우치 유키(일본)는 '이중생활'을 한다. 평소에는 일본 사이타마현의 한 현립 고등학교에서 일하는 어엿한 공무원이지만 퇴근 후에는 마라토너로 변신한다.

고교시절 육상선수로 활약했지만 잦은 부상에 시달렸던 가와우치는 대학을 졸업할 무렵 실업팀으로부터 입단 제의를 받기도 했지만 선수로 성공할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판단을 내리고 지난 2009년 평범한 공무원의 길을 택했다.

하지만 꿈을 포기할 수 없었던 그는 일과 운동을 병행하기로 했고 결국 지난 2월 도쿄국제마라톤대회에서 2시간8분37초로 3위에 오르며 IAAF 기준기록 2시간17분을 통과했다. 당시 1, 2위가 외국인 선수였으므로 가와우치는 일본 선수들 중 가장 빠른 기록을 세웠다.

실업팀에 소속되지도 않았고, 스폰서를 해주는 기업도 없는 가와우치는 체계적인 훈련을 받을 수 없다. 그저 아침마다 2시간 정도 공원을 달리는 것이 전부다. 그는 이번 세계육상선수권 출전을 위해 휴가를 내고 대구에 왔다.

가와우치와 함께 마라톤에 출전하는 일본 대표팀 동료 오다 요시노리 역시 도요타 자동차 공장에서 일하는 노동자다. 학창시절 선수로 뛰었으나 직장인을 택한 그도 개인 훈련과 동호인 대회로 실력을 쌓아 세계육상선수권 출전의 꿈을 이뤄냈다.

누가봐도 불가능할 것 같았지만 장애를 이겨내고 일반 선수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게 된 프리토리우스와 스미스, 그리고 남들보다 어려운 여건에서도 꿈을 놓지 않은 가와우치와 오다 같은 선수가 있기에 대구 세계육상선수권이 더욱 빛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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