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성남, 차라리 감독을 트레이드하라

2011. 4. 25. 0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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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이준목 기자]

2011년 현재 K리그 순위 경쟁에서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바로 서울과 성남의 동반 몰락이다. 서울은 지난해 컵대회와 정규시즌, 챔프전 통합 우승을 차지했다. 성남은 AFC 챔피언스리그를 석권하며 아시아 최강자의 반열에 올랐다.

이런 두 팀이 2011년 현재 K리그 순위는 각각 14위와 15위다. 두 팀보다 밑에 있는 것은 최악의 연패수렁에 빠져있는 강원 한 팀뿐이다. 유럽으로 비교하자면 맨유나 바르셀로나같은 팀이 강등권에 놓여있는 것과 마찬가지다.

순위는 비슷하지만 알고 보면 두 팀은 서로 상반된 입장에 놓였다. 두 팀이 지난해와 비교하여 달라진 점은 서울은 '감독만' 바뀌었고, 성남은 '감독빼고' 다 바뀌었다는 점이다.

서울은 지난해 우승을 이끌었던 넬로 빙가다 감독과의 재계약을 포기한 이후, J리그 오이타에서 감독직을 역임했던 황보관 신임감독을 영입했다. 황보관 감독은 90년 이탈리아월드컵이 배출한 스타플레이어출신이지만, 지도자로서의 경력은 변변한 것이 없다.

서울은 지난해 우승 주역들이 일부 이탈했지만 여전히 리그 최강의 전력으로 꼽힌다. 그런 막대한 투자와 우수한 선수층에도 서울은 올시즌 1승 3무 3패(6득점 10실점)에 그치고 있다. 올 시즌 3패는 모두 무득점 패배였고, 라이벌 수원에게 당한 개막전 완패(0-2)와 전남전(0-3), 그리고 최근 신생팀 광주(0-1)에게 당한 1패가 포함되어 있다. 지난 챔피언스리그 나고야전(0-2)까지 포함하면 2경기 연속 무득점 패배였다.

사정이 이렇게되다 보니 황보관 감독에게 비난의 화살이 몰리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다. 황보관 감독은 데얀과 몰리나의 효과적인 공존에 실패하고 있고, 수비조직력 향상과 선수단 장악 등에서 뚜렷한 입지를 보여주지 못했다. 감독의 능력에 대한 불신이 만연하면서 팬들은 이제 조기경질을 요구하는 단계에 이르고 있다.

반면 성남은 K리그 최다 우승의 명가라는 이름이 무색하게 '거덜난 살림'이 안쓰럽다. 지난해 챔피언스리그 우승에도 급격하게 줄어든 재정지원으로 인하여 주축 선수들은 모두 다른 팀으로 이적하기에 이르렀다. 심지어 주장인 사샤마저도 유럽에서의 이적제의가 들어올 경우 보내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라돈치치도 부상에 허덕이고 있다.

현재 성남에서 가장 몸값이 나갈 만한 인물은 더 이상 선수가 아니라 신태용 감독이라는 우스갯소리가 나올 정도다. 신태용 감독은 부임 2년 만에 성남을 아시아 최강팀으로 이끌며 지도력을 인정받았지만 올해 차포를 다뗀 상황에서는 제아무리 신태용 감독이라고 할지라도 속수무책이다. 성남 팬들 입장에서는 그나마 프랜차이즈 스타출신인 신태용 감독이 이런 상황에도 구단이나 선수들과의 의리를 고려하여 팀을 떠나지 않은 것이 다행일 정도다.

양팀이 처한 문제는 분명하다. 서울은 감독이 골칫거리고, 성남은 구단의 투자의지 부족이 가장 큰 문제다. 그렇다면 차라리 감독을 트레이드하는 것은 어떨까. 챔피언스리그에 도전하는 서울로서는 우승 경력이 검증된 감독을 영입하니 좋은 것이고, 황보관 감독은 이미 우승을 다해볼 만큼 해봐서 성적에 대한 의지도 없어보이는 성남에서 부담감 없이(?) 편하게 감독직을 수행할 수 있을 테니 상부상조가 아닐까.

말도 안 되는 이야기라고 비난할 수도 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이 두 팀 모두 뭔가 돌파구가 필요하다는 점이다. 전년도 챔피언이 특별한 이유없이 바닥을 기고 있다는 것이나, 유능한 감독이 구단운영의 의지를 잃어버린 팀에서 허송세월하고 있다는 것은, 시간과 인력의 낭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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