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제의 귀화?' 안현수 위대한 귀환 고대

2011. 4. 14. 08: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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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일리안 임재훈 객원 칼럼니스트]

◇ 그를 보내는 팬들은 '황제' 안현수의 화려하고 위대한 귀환의 날을 기대하며 손꼽아 기다린다. ⓒ 연합뉴스

2006 토리노 동계올림픽 3관왕 안현수(26)가 러시아에서 선수생활을 이어가기로 결정했다.

일각에서는 "안현수가 귀화를 통해 러시아 대표선수로 2014 소치 동계올림픽에 출전하는 것 아니냐"는 의문을 제기하기도 했다. 이에 안현수 측은 "선수생활과 학업을 병행할 예정"이라고 밝힐 뿐, 귀화 문제에는 신중한 입장을 나타내고 있다.

부친 안기원 씨는 안현수의 러시아행에 대한 러브콜이 2년 전부터 있었다고 밝혔다. 실제로 지난 2009년 9월경 안현수가 당시 프로리그 창설을 준비 중이던 러시아로부터 러브콜을 받았다는 보도가 있었다.

안기원 씨는 12일 한 언론 인터뷰를 통해 "사실 나는 그때부터 가기를 원했지만, 현수는 당시 국내에 미련이 많이 남아 있었다. 다시 태극마크를 달고 명예회복을 하고 싶다는 의지가 강했다"면서 "끊이지 않는 파벌싸움, 이정수 파동 등 많은 일을 겪고 나서 마음을 돌렸다"고 언급했다.

결국, 국내 빙상계의 고질적인 파벌싸움이 안현수의 러시아행을 끌어당긴 원인 중 하나가 됐다는 얘기다.

안기원 씨는 안현수가 토리노 동계올림픽에서 3관왕에 오른 뒤 열린 세계선수권대회 직후, 당시 김형범 대한빙상경기연맹 부회장과 공항에서 멱살잡이를 했다. 한국체대파와 비한국체대로 나뉜 빙상계의 파벌싸움에 시달려 온데 대한 감정의 폭발이었다.

이후 안현수는 2007 장춘아시안게임에서도 2관왕을 차지해 마음을 가다듬는 듯했지만 곧 긴 슬럼프에 빠졌다.

2007년 성남시청에 입단하면서 스승인 전명규 한국체대 교수와 갈등을 빚는가하면, 2008년 1월 대표팀 훈련 도중 왼쪽 무릎 뼈와 후방십자인대 부분 파열되는 중상을 입어 4차례나 수술대에 오르는 등 시련이 겹쳤다. 때문에 6연패를 노리던 세계선수권대회에는 아예 출전조차 할 수 없었다.

이후에도 재활과 부상 재발, 그리고 수술 등 악순환이 이어졌다. 2009년 4월 열린 2010 동계올림픽 대표 선발전 1000m에서 결승 진출에 성공하고 턱걸이로 3000m 슈퍼파이널까지 진출하는 등 투혼을 불살랐지만, 부상 후유증은 끝내 밴쿠버 동계 올림픽 출전을 가로막았다.

안현수는 태극마크의 꿈을 버리지 않았고 2014 소치 동계올림픽 출전의 꿈을 이루기 위해 절치부심해온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밴쿠버 동계올림픽 이후 불거진 쇼트트랙 짬짜미(승부담합) 파문, 그리고 소속팀 성남시청의 갑작스런 팀 해체는 안현수의 마음도 외국으로 돌려놨다.

그동안 안현수를 꾸준히 지지하고 응원해온 팬들은 대체적으로 안현수의 러시아행을 지지하고 있다. 심지어 일부 팬들은 안현수가 러시아로 귀화한다고 해도 그를 지지하겠다는 뜻을 공공연히 밝히고 있을 정도.

선수로서 동계올림픽 3관왕, 세계선수권 5연속 종합우승이라는 영광 이면에 쇼트트랙계 내부의 추악한 파벌싸움 등 빙상계의 부조리 속에 알게 모르게 상처를 받아온 안현수다. 하지만 팬들에게 전폭적인 지지를 받는 점은 '자의 반 타의 반'으로 조국을 떠나야 하는 안현수의 발걸음을 그나마 가볍게 한다.

이제 안현수의 러시아 진출은 돌이킬 수 없는 일이다. 그가 고국을 떠나는 썩 유쾌하지 않은 것이 사실이지만, 한국의 쇼트트랙 선수로서 러시아에서 실업팀 선수로서 활약하게 될 안현수에게 기대되는 부분도 적지 않다.

우선 안현수가 러시아에서 프로선수로서 빼어난 기량과 노하우를 동료들에게 전수, 한국 쇼트트랙 선수들이 외국무대에서 프로생활을 이어갈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할 것으로 기대된다. 또한, 그가 한국 쇼트트랙 역사를 대표하는 선수로서 한국 빙상계나 쇼트트랙을 위해 종종 의미 있는 메시지를 전해줄 것이라는 기대도 품을 수 있다.

비록 머나먼 타국 땅에서 생활하지만 그가 지난 선수생활을 돌이켜보며 던지는 한 마디 한 마디는 분명 국내 빙상계에서 결코 무시할 수 없는 묵직한 울림을 낼 수 있다. 오히려 국내보다 러시아에서 운신의 폭이 넓어질 수도 있다.

제2의 쇼트트랙 인생을 준비하고 있는 안현수에게 러시아는 분명 기회의 땅이다. 어둡고 우울했던 지난 몇 년간의 기억을 훌훌 털고 자신의 뜻을 활짝 펼쳐 원하는 만큼 선수생활을 즐긴다면 본인에게나 팬들에게나 큰 기쁨이다.

또 안현수가 선수생활 내내 꿈꿔왔던 이상적인 지도자 또는 이상적인 스포츠 행정가로서 변신한다면, 안현수의 러시아행은 한국 쇼트트랙의 미래를 밝게 하는 '약속의 발걸음'으로 기억될 수 있다. 그래서 그를 보내는 팬들은 '황제' 안현수의 화려하고 위대한 귀환의 날을 기대하며 손꼽아 기다린다. [데일리안 스포츠 = 임재훈 객원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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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 객원기자-넷포터 지원하기 김태훈 기자[ ktwsc28@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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